불황에 서민들 '수백만원' 손해보고 보험 깬다
일용직 건설 노동자인 김 모씨(56)는 수년 전 질병과 상해 등에 대비해 종신보험과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다. 모아둔 돈이 없는데다 다치기라도 하면 자식들에게 부감이 될 것 같아서다. 하지만 불황이 깊어지면서 한 달 30만원 상당의 보험료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김씨는 결국 보험을 해약하고 400만원 상당의 손해를 감수했다. 김씨가 보험 해약으로 손에 쥔 돈은 300만원이다.
#주부 정 모씨(52)는 월 20만원씩 불입하던 보험료를 10만원으로 조정했다. 경기 침체로 남편 직장이 불안정해지면서 보험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인지라 질병으로 목돈이 들어갈 것이 염려스러워 기존 보험을 해약하고 보험료가 절반 수준인 다른 보험에 가입했다. 정씨는 "수년간 악착같이 보험료를 내왔는데 이제와 손해를 보고 해약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살림살이가 팍팍해질 때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보험 해약이다. 먹고 살기가 빠듯해지면 지출 순위 중 보험료를 먼저 줄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후 생활비 보장이나 질병 등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을 든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가계 안정에 상당한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생명보험회사의 13회차 보험계약유지율은 82.7%, 25회차는 66.6%로 집계됐다. 손해보험회사는 13회차 81.3%, 25회차 63.5%를 각각 나타냈다. 보험계약유지율은 최초 체결된 보험계약이 일정기간 경과 후에도 유지되는 비율을 말한다.
생보사의 경우 보험 가입 2년차에 10명중 3.4명꼴로 보험을 해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보험계약유지율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떨어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연금보험의 경우 10년차 유지율은 대략 10~2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쯤 되면 10명중 1~2명만이 보험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경기 상황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보험사들도 고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보험사의 수입보험료(매출액)는 86조3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조9000억원(2.2%) 감소했다.
수입보험료는 신계약 체결과 기존 계약에서 들어오는 보험료 때문에 좀처럼 줄지 않는 특성이 있다. 올해 2월 세제 개편안(비과세 혜택 축소)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와 연초 일시납 즉시연금 유입에 따른 기저 효과로 올해 수입보험료가 전년 대비 감소한 측면도 있지만, 불황의 영향도 적잖은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으면서 보험설계사들의 정착률도 낮아지고 있다. 생보사 13월차 설계사등록정착률은 작년 4~12월 35.7%에서 올해 상반기 33.7%로 2.0%포인트 하락했다. 손보사 설계사정착률 역시 같은 기간 43.7%에서 42.7%로 내려앉았다. 정착률은 신규등록 설계사 중 1년이 경과한 후에도 정상적으로 보험모집 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설계사의 비율을 말한다. 정착률이 낮아지면 기존 보험 가입자에 대한 관리 등이 허술해 질 수 있어 보험금 지급 누락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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