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신도시는 정말 엘도라도인가 실수요자에겐 매력적, 투자자는 신중해야…직주근접 등 입지 조건 판교보다 뒤져
위례신도시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2006년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분양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아파트 청약 경쟁률인 1순위 평균 139 대 1이 얼마 전 위례에서 나왔다. 이런 청약 열기를 바탕으로 분양권 프리미엄이 수천만 원은 보통이고 심지어 일부 평형에는 억대의 프리미엄까지 붙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는 물론 분양권 차익을 노리는 가수요까지 위례신도시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다. 그러면 위례신도시는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가 될 수 있을까.
위례신도시=송파신도시?
위례신도시는 처음에는 가칭 '송파신도시'로 불렸다. 강남3구의 하나인 송파구에 자리한 듯한 인상을 주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위례신도시 중 송파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일부밖에 되지 않는다. ㎡당 매매가가 303만 원에 불과한 하남시에 그 두 배가 넘는 송파구(680만 원)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추후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 어느 순간부터 슬그머니 '송파신도시'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위례신도시라는 새로운 이름을 쓰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해 위례신도시라는 것은 행정구역상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도시다. 송파구의 일부와 성남시 수정구의 일부, 하남시의 일부에 존재하는 커뮤니티의 통칭일 따름이다. 그런데 위례신도시가 송파신도시냐 아니냐의 이슈가 왜 중요하냐 하면 위례신도시 입주 후 어느 지역의 집값에 수렴할 것인가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위례신도시에 기대감이 많은 사람들은 입주 후 시세가 송파에서도 입지가 가장 뛰어난 잠실 지역 시세(875만 원)에 접근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부동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다. 입지의 구성 요소인 직주근접·교통·교육·주변 환경의 측면에서 위례신도시의 입지를 잠실·판교와 냉정히 비교해 보자.
직주근접이란 자기 집을 사줄 사람의 직장과 자신의 집이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를 말한다. 잠실이나 위례신도시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송파구에서 일하는 종업원은 25만7000명 정도다. 이에 비해 판교에 가까이 있는 성남시에서 일하는 종업원은 35만 명 정도다. 주택 수요 측면에서 위례가 판교에 비해 뒤처진다는 의미다.
교통이란 주요 업무 단지와의 접근성이 얼마나 좋은지를 말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시간적 거리다. 한국 최대의 업무 단지인 강남 업무 중심지까지 접근성을 전철역에서 전철역 기준으로 따져보면, 위례신도시에서 가장 가까운 복정역 기준으로 보면 강남역까지 29분이 걸린다. 하지만 잠실(잠실역)이나 판교(판교역)는 그 절반도 되지 않는 14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위례 신사선은 착공은커녕 예산조차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교육의 측면에서 위례를 보면 양면성이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근거리 배정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위례신도시 학생들은 위례신도시 내에 있는 학교에 가게 된다. 위례신도시 내에도 많은 임대주택이 들어서게 되는데,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이 혼재되기 때문에 단지별로 학력 차가 심하게 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위례만의 문제가 아니고 판교등 2기 신도시 전체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에 비해 잠실 지역은 균일한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어 초등학교나 중학교 학군이 우수한 편이다. 고등학교를 보면 더욱 심각하다. 잠실 지역은 송파구 학군, 판교 지역은 분당 학군이지만 위례는 행정구역에 따라 성남시 수정구 또는 하남 학군에 속하게 된다. 다시 말해 위례신도시 내에 고등학교가 신설되더라도 이 고등학교가 아니라 성남구 시가지에 있는 고등학교에 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2013년도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성남 수정구 고등학교의 평균치는 70.6%에 불과하다. 경기도 평균이 79.9%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고 같은 성남시라도 판교신도시에서 갈 수 있는 분당 학군 86.7%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같은 위례신도시라도 성남시나 하남시에 속하는 지역은 초등학교나 중학교까지는 그 지역에 거주하더라도 자녀가 고등학교에 진학할 시기가 되면 강남이나 분당, 송파 등 학군이 좋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주변 환경 측면에서 보면 근처에 골프장이나 남한산성이 있는 위례는 뛰어나다. 주변 지역뿐만 아니라 새로 조성되는 도시인 만큼 기존 잠실 지역에 비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새 아파트라는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나날이 설계 기술이 발달하기 때문에 과거에 지어진 아파트에 비해 새 아파트가 살기에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개발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
아파트가 지어진 연한에 따라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달라지는 것은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2년 11월 말을 기준으로 볼 때 지어진 지 20년이 넘는 아파트는 지난 2년간 전셋값이 11.4% 오르는데 그친 반면 5년 이하 아파트는 전셋값이 무려 16.0% 올랐다. 새 아파트일수록 전셋값이 많이 오르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것이 투자 가치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매매가 측면에서 보면 새 아파트는 투자 가치가 가장 낮은 상품이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2012년 11월 말 기준으로 현재까지 새 아파트의 상승률은 1.4%에 그치고 있다. 이것은 15년 초과~20년 이하 아파트 상승률에 비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면 실수요자의 선호도에 비해 투자 가치는 왜 이렇게 떨어지는 것일까. 비밀은 감가상각과 입지에 있다. 집값은 건물 값과 땅값으로 구성돼 있는데, 땅값은 감가상각이 되지 않는 반면 건물 값은 감가상각이 된다. 쉽게 말해 입지는 낡아지지 않지만 건물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낡아진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투자 측면에서 보면 소모품이라고 할 수 있는 건물에 투자하는 것보다 그 입지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
물론 위례신도시의 입지가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판교신도시와 함께 2기 신도시 중에서는 그나마 입지가 좋은 곳이 위례신도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위례신도시는 일부 청약자의 기대감에 부응할 만큼의 엘도라도는 아니다. 현재 부풀려진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입주 때에는 잠실 시세에 육박해야 수익성이 있다.
그러나 위례신도시의 시세가 잠실 시세에 접근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위례와 붙어 있는 송파 지역은 장지동이다. 아직 전철 개통도 되지 않은 위례신도시와 비교해도 지하철 8호선이 코앞에 있고 문정동 법조단지 등이 위례신도시보다 가깝다. 가든 화이브등 쇼핑센터도 가깝고 새로 지은 아파트도 많아 2011년에 입주한 단지도 있다. 그런데 장지동의 평균 아파트 값은 ㎡당 534만 원에 불과하다. 위례신도시의 분양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실수요자 쪽에서 보면 위례는 매력적인 주거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감의 끝은 손실이다. 개발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다가 급락하고 있는 용산의 주택 시장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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