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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開城지점은 '작은 한반도'

여행가/허기성 2015. 1. 19. 06:09

 

우리은행 開城지점은 '작은 한반도'

[개성공단서 영업한 지 10년]

-南男北女
北에 있는 국내 유일 지점… 직원 7명… 창구엔 北女 4명
환율판의 美·日 국기 가려… 北직원은 한국 방송 못봐

-남북관계 따라 수익 널뛰기
개성공단 입주 기업이 고객… 자산 5배, 고객은 58배 늘어

커다란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4명의 여(女)직원이 창구에 앉아 손님을 맞이한다. 여직원들은 아이보리색 블라우스에 감색 재킷으로 된 우리은행 동복(冬服) 유니폼을 입고 있다. 창구 왼편으로는 '고객의 방'이 있고, 창구 뒤편은 '지점장실'이다. 창구가 있는 객장 천장에는 CC(폐쇄회로)TV가 달려 있다.

언뜻 보면 흔한 은행 창구 모습이지만, 이곳은 서울에서 약 70㎞ 떨어진 황해북도 개성공단 내에 있는 우리은행 '개성지점'이다. 북한에 있는 국내 유일의 은행 지점인 이곳은 2004년 12월 1일 처음 문을 열고 영업한 지 10년을 갓 넘었다.

개성지점 직원은 총 7명. 지점장을 포함한 남자 직원 3명은 남한 사람이고 창구 직원 4명은 북한 여성들이다. 여직원들은 북한의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20~30대들이다. 남북한 직원들은 가끔 언어 차이로 곤란을 겪는다. 개성지점에 근무했던 한 직원은 "북한 직원들이 '일 없습네다'라는 말을 다양한 의미로 사용하는 바람에 상황과 목소리의 높낮이를 봐서 대충 짐작하곤 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개성지점 10년간 영업수익.
종종 예상치 못한 일들도 벌어진다. 2년 전엔 북한 관리자들이 갑자기 와서 유리문에 붙여진 '우리나라 우리은행'이라는 문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여기서 '우리나라'라는 뜻이 뭐네?"라면서 지우라고 시비를 걸었다. 당시 개성지점은 "북한도 '우리끼리'라는 말 쓰지 않습니까?"라며 버텼고, 결국 '우리나라'라는 단어는 지워지지 않았다.

얼마 전엔 북한 관리자들이 찾아와 객장을 쓱 훑어보더니 벽에 붙어 있는 '환율판'을 문제 삼았다. 환율판 왼쪽에는 미국·중국·일본 등의 국기가 붙어 있는데 "누구 허락받고 저걸 붙인 거네. 당장 떼라우"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이번에도 개성지점이 버티며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자 북한 여직원이 "내가 해결하겠습네다"라면서 검은 종이를 오려 국기를 가렸다. 국기가 가려진 환율판은 지금도 그대로 붙어 있다.

우리나라 직원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은 한국 업체들이 드나드는 고객의 방과 지점장실이다. 이 방에 있는 TV에선 케이블을 비롯한 한국 방송이 모두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 직원들이 불쑥 들어오면 화들짝 놀라 TV를 끄기 바쁘다.

가장 힘든 점은 행동반경의 제한이다. 남한 직원들은 개성공단(약 800만평) 안에서만 돌아다닐 수 있다. 개성지점장 출신 우리은행 부장은 "퇴근하면 동료들과 술 한잔하고 자전거 타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어, 모든 거래는 전표(傳票)로 이뤄진다. 행여 정산이 맞지 않으면 전표를 다 뒤지기도 하고 매장 내 CCTV를 돌려 실수한 건 없는지 살피는 일도 벌어진다. 개성지점의 고객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과 남한 근로자들이다. 입주 기업이 늘면서 고객 수는 첫해 22명에서 지난해 1279명으로 58배 수준이 됐다. 총 자산도 206만달러에서 1090만달러로 5배 규모가 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개성지점은 대출 업무가 없고 남북 관계에 따라 수익이 들쭉날쭉"이라며 "당장의 수익보다는 통일 이후의 상황을 대비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