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부동산 ‘핫 플레이스’ 찾아라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의 영향으로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매매가가 오르고 있고 거래량도 늘고 있다. 분양 시장에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상승기 초반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9월의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0.32% 올라 작년 동기 상승률 0.04%는 물론 지난 10년(2004~2013년) 평균 상승률 0.24%를 훌쩍 넘었다. 이런 추세는 10월에도 꺾이지 않고 있다. 10월이 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전월 대비 상승률은 0.39%로 상승 폭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물론 지난 10년 평균 상승률과 비교해 봐도 그 격차를 점점 더 벌려 놓고 있다.
강서구·구로구 등 거래량 늘어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곳은 전통적인 인기 지역이다. 작년 말 대비 상승률을 보면 서울에서는 서초구(2.4%)와 강남구(2.2%), 인천에서는 계양구(3.0%)·연수구(2.3%), 경기도에서는 용인 수지구(4.8%)·이천(3.9%)·분당(3.4%)·광명(3.2%)이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그동안 하락 폭이 컸던 지역, 실수요가 많이 늘고 있는 지역 위주로 오른 것이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최근의 추세다. 최근 한 달간 상승률을 살펴보면 상승률 자체는 양천구(0.9%)·서초구(0.8%)·강남구(0.8%) 등 집값이 비싼 지역이 높다. 하지만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지역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강서구와 구로구다. 강서구는 작년 말 대비 9월까지 아파트 값이 0.8% 하락한 지역이지만 이번 달 들어 상승세(0.14%)로 반등했다. 구로구도 마찬가지다. 9월까지는 0.2% 하락한 지역이지만 이번 달에는 0.24% 상승, 연간 누적 상승률을 플러스로 만들었다. 강남3구에서 시작된 상승세가 서울 전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거래량도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8월 말까지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5만5589채로, 월평균 6949채 수준이다. 그런데 9월 거래량은 8827건으로 1~8월 평균 거래량보다 27%나 많다. 6월에 5168건으로 바닥을 찍었던 거래량은 7월 6174건, 8월 6806건, 9월 8827건으로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거래량 상승을 이끄는 지역은 어디일까. 1~8월 평균 거래량 대비 9월 거래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노원구(50%)·금천구(45%)·구로구(42%)다. 서울의 대표적인 서민 거주 지역들이다.
같은 기간(9월) 동안 상승률이 높은 지역(양천구·서초구·강남구)과 거래량이 많이 늘어난 지역(노원구·금천구·구로구)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상승률이 높은 지역은 매물이 없어 거래가 활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급매물들이 이전에 이미 팔려 나갔거나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기 때문에 싼 매물이 시장에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매수자가 매도자의 호가대로 추격 매수를 하면 매매가가 상승하는 것이다. 거래가 되면 그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호가를 높이고 추격 매수를 하면 시세는 더 상승하는 것이다. 이때 모든 매수자가 추격 매수를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시세는 올라도 거래량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물론 이들 지역이 현재 거래량이 줄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이들 지역도 평균 거래량 대비 9월 거래량이 21~28% 늘었다. 하지만 거래량이 많이 늘어난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늘었다는 의미다.
둘째, 이에 비해 거래량이 많이 늘어난 노원구·금천구·구로구의 매매가 상승률은 다른 지역에 비해 높지 않다. 매도세와 매수세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을 확신하는 매도자는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 몇 달만 더 기다리면 지금보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는데 굳이 급하게 거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갈아타기 수요를 제외하고는 상승기에 매물을 팔 이유는 없다. 그러므로 지금 매물을 내놓는 사람은 상승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집이 팔리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이번에 눈먼(?) 매수자가 나타났다니 속 시원히 팔아버리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 매물이 나오는 것이고 거래가 활발한 것이다.
전셋값 비율 높은 저가 지역 노려라
그러면 상승에 대한 확신보다 하락의 우려가 더 큰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지역에서 이런 것은 아니다. 지방보다 수도권이, 수도권 안에서도 집값 상승이 적은 지역일수록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과거의 학습 효과 때문이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국제금융 위기의 공포에서 벗어난 2009년 4월부터 올해 10월까지 67개월 동안 전달보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가 상승한 달은 49개월이고 하락한 달은 18개월이다. 그런데 이 통계는 그동안 활황세를 보여 왔던 지방 주택 시장을 포함한 평균치이고 수도권만을 놓고 본다면 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상승한 달은 25개월에 불과하고 하락한 달은 무려 42개월이나 된다. 상승세가 반짝하다가 이내 수그러드는 현상이 반복됐던 것이다. 이러니 지난 몇 년간의 학습 효과로 상승장이 와도 반짝 장세에 그치고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같은 수도권이라도 서초구는 상승한 달이 31개월, 하락한 달이 36개월로 거의 비슷하지만 구로구나 노원구는 상승한 달이 20개월, 하락한 달이 47개월로 하락 기간이 훨씬 더 길었다. 이에 따라 그간 하락세가 길었던 지역일수록 ‘반짝 상승 후 하락세 지속’이라는 학습 효과가 각인된 것이다.
그러면 ‘반짝 상승 후 하락세 지속’이라는 현상이 왜 벌어졌을까. 그동안의 하락세는 정부나 정치권에서 자초한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2009년 말에 수도권에서 나타난 하락세도 정부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다시 확대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는 2·26 임대차 선진화 방향도 시장에 악영향을 끼친 사례다. 더욱이 정부에서 부양책을 내놓아도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지 않아 효과를 반감시키는 일이 많았다.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자 지금은 정부에서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믿지 않는 시장 분위기가 된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반복될까.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다. 시장이 과열되면 정부에서는 규제의 칼날을 다시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시장의 상승세가 쉽게 식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첫째, 시장에만 학습 효과가 있는 게 아니라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이런 현상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를 죽여 버리면 내수 경기가 따라 식어버린다는 점을 지난 몇 년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또한 2·26 조치 후 여당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사실상 패배한 것, 최경환 경제팀 출범 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한 것도 잊지 않을 것이다.
둘째, 현재 수도권 시장을 달구는 계기가 됐던 7·24 조치는 국회 통과 없이도 지금 시행되고 있다. 국회의 벽에 막혔던 과거와 다른 양상인 것이다.
셋째, 현재의 상승세가 정부의 규제 완화로 촉발된 것은 맞지만 그 배경에는 전셋값 상승이 있었다. 전셋값과 매매가 차이가 줄어들고 전세 매물이 적어지면서 전세입자들이 매매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전셋값 비율이 높은 저가 지역에서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다. 매물도 늘지만 실수요자 위주로 매수세도 늘고 있다는 증거다.
시장의 상승은 또 다른 상승을 낳는다. 집값이 떨어질까봐 집을 사지 못하는 사람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의 상승세가 쉽게 식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기 지역뿐만 아니라 현재 상승세는 미미하지만 거래량이 크게 늘고 있는 지역도 상승 폭을 키워 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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