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들 '필사즉생'으로 뛴다
은행권, 영업통 전면 배치… 실적 올리기 사투 한창
#. 한 시중은행의 강남 기업금융센터에서 근무하는 박 차장의 하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지난해 할당된 실적치를 어렵사리 메우는 데 성공했던 그는 한시름 놓은 것도 잠시 다시 숨가쁜 여정을 시작해야 했다. 올해 지점 실적을 지난해보다 20% 이상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윗선의 지시에 그는 연초부터 야근을 밥 먹듯이 이어가고 있다. 특히 기술금융 실적치를 가장 중요시하는 내부 분위기상 우량기업이 있는 곳을 찾아 대학 내 산학센터는 물론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 수색작전까지 벌이고 있을 정도다. 아예 다음 달부터는 변리사 자격증 시험에도 도전해 볼 요량이다. 그는 "어느 정도 공학기술에 관한 기본지식이 있어야 고객군을 선별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새해를 맞아 영업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은행 일선의 눈물겨운 사투가 시작됐다. 지난해 말 영업통을 전진배치하는 등 새롭게 전열을 정비한 은행권에선 올 한 해 영업력 제고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 때문에 일선 영업점에선 연초부터 기술금융대출을 비롯해 주택담보대출 및 신규 카드 발급자 수 늘리기 등과 같은 실적 올리기에 한창이다.
■영업맨들 "실적만 낼 수 있다면…"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외환·기업·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의 일선 영업점에선 2015년 영업전략방향에 대한 세부 계획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했다. 이미 은행권에선 상반기 인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신한.KB국민은행은 지점장 인사에 있어 사상 최대 폭의 승진 및 교체를 단행했고, 우리·NH농협은행 등도 영업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실적주의 인사를 보여줬다.
특히 통합 준비가 한창인 하나.외환은행의 경우 향후 단행될 통합 초기 인사에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강력한 영업 드라이브 주문이 쏟아진 것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일선 영업점에선 어느 은행 할 것 없이 올 한해 최고 우선순위 목표로 영업력 강화와 실적 쌓기를 내걸고 있다. A은행 센터장은 "지난해 실적치보다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까지 추가 실적을 더 내야할 정도"라면서 "하위 그룹에 편입된 일부 지점에선 꼴지를 면하기 위한 비상 대책 회의에서부터 주말을 반납하고 영업에 뛰어드는 지점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부 은행 지점들에선 기술금융 전문 심사역을 내부 인력으로 끌어오기 위한 물밑 작업도 치열하다. 또 다른 은행 일부 지점에선 내부적으로 주별·월별로 직원들의 영업 실적치 순위를 메기고 이를 그대로 인사 평가에 반영하는 경우도 있다. B은행 지점장은 "모두가 영업에 사활을 거는 이때 누구에게 점수를 더 주고 덜 주는냐의 차이는 온전히 실적에 따른 순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특히 올해들어선 은행간의 영업 경쟁도 치열해지는 분위기라 처음부터 긴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전했다.
때문에 일선 영업맨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는 게 업계 얘기다. 한 시중은행의 일선 영업점에 근무하고 있는 김 팀장은 "이달에 메워야 하는 카드실적만 해도 10장이 넘다보니 타행에 근무하는 동료들과 서로 품앗이 형태로 카드를 가입해주거나 가족이나 지인 영업까지 해야 하는 판국"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은행 과장은 "기술금융 실적에 따라 은행들의 줄세우기가 한창이다 보니 내부적으로도 우량 업체를 찾으라는 주문이 강력하다"면서 "최근엔 주말까지 반납하고 지방이든 우수한 업체가 있는 곳이면 찾아 다니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자칫 과당경쟁 초래" 우려
이같은 업계 분위기에 대해 일각에선 자칫 과당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C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기술금융 실적에 따라 임직원들의 인사고과 점수가 달라질 수 있고, 이젠 양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도 평가 대상이기 때문에 한정된 우량업체를 포섭하기 위한 은행들의 공세도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해당은행의 경우 기술대출이 가능한 업체별 기술평가 수준 및 기타 재무판단 기준 등에 따라 등급별 선물 리스트까지 작성했다. 해당 은행 지점장은 "누구나 모셔가고 싶어하는 업체의 경우 기업 대표가 아예 은행별 대출 우대 조건들을 보고 대출은행을 고르는 편"이라면서 "그렇다보니 지점장의 입장에선 연초, 연말, 명절 때는 물론 시시때때로 선물공세를 해야하는 등 그야말로 '을'의 영업을 하고 있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에대해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영업력 강화에 환영하는 뜻을 내비치는 한편, 부실대출이나 일명 '꺽기'(구속성예금)에 대한 관리·감독은 한층 더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당국 관계자는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은행도, 기존에 실적 1위를 보이는 은행 등도 너나 할 것 없이 대부분 영업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인 것은 당국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라면서 "기술금융이든 주택담보대출이든 은행들이 영업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향후 과당경쟁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기에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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