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 치는 고스톱…공제회·증권사 주식거래 가장 13억 빼돌려

짜고 치는 고스톱…공제회·증권사 주식거래 가장 13억 빼돌려

주식매매를 가장해 공제회 기금을 빼돌리는 신종 금융범죄가 검찰에 적발됐다.

공제회 펀드매니저가 증권사 직원에 매수 종목을 미리 알려주고 증권사 측에서 매수한 뒤 이를 다시 공제회가 비싸게 매수해 발생한 차익을 나눠먹는 '짬짜미' 수법이었다.

 8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이선봉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전 펀드매니저 조 모씨(37)와 K증권사 차장 박 모씨(38)를 구속기소하는 등 모두 5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미국 달러 선물시장과 코스피200지수 옵션시장에서도 같은 수법의 유사 범행을 확인하고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정 모씨(47)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내연 관계의 장 모씨(33·여·구속기소)를 동원해 박씨와 짜고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48개 종목을 대상으로 12억9000만원의 차익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1700억원 규모의 공제회 기금을 운용하던 조씨는 카카오톡 등으로 박씨에 매수 종목을 사전에 통지하고 박씨는 즉시 해당 종목을 산 후 2~3% 비싼 가격에 '매도' 주문을 냈다. 박씨가 매도 주문을 내면 조씨는 해당 종목을 시장 가격으로 매수하기를 반복하며 공제회에 손해를 끼쳤다. 셋은 이렇게 발생한 차익을 나눠가졌다.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공제회 소속 또 다른 펀드매니저였던 박 모씨(41)가 한 증권사의 법인영업부 직원들에게서 4450만원을 받아챙긴 사실도 적발하고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박씨가 거래 증권사를 선정할 수 있는 '갑(甲)'의 지위를 이용해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한지방행정공제회에 대한 감사자료 등을 통해 공제회의 투자 및 기금운용과 관련한 비리에 대해서 계속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