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혼잡 줄이려 도로를 줄인다 … 영등포의 역발상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와 신세계백화점·롯데백화점으로 둘러싸인 영중로는 국내에서 가장 교통이 혼잡한 도로다. 타임스퀘어의 지난해 교통유발부담금은 12억2200만원으로 5년째 전국 1위다. 그런데 교통혼잡을 개선하기 위해 영등포구가 내놓은 대안은 ‘도로 다이어트(줄이기)’다. 도로를 줄이면 오히려 교통량이 줄고, 보행환경이 개선된다는 선진국 대도시의 역발상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것이다. 이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도로 줄이면 교통량 감소 …'브라에스 역설' 한국 첫 실험
서울 영등포구가 혼잡한 도로를 넓히지 않고 거꾸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역발상의 근거는 무엇일까.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11일 “차로를 줄이고 보행로를 넓히면 체증이 극심해질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다를 수 있다”며 “공급(도로 확장)이 교통 수요를 늘린다는 건 이미 여러 나라에서 검증됐다”고 말했다. 올해 초 타당성 평가를 마친 영등포구는 6월까지 기본설계 용역을 마무리한다. 또 노점을 규격화된 판매대로 정비할 계획이다.
도로 다이어트(줄이기)는 선진국에선 이미 일반화돼 있다. 현재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선 차로 줄이기 공사가 한창이다. 차로를 줄이면 교통량이 감소해 차가 덜 막히고, 보행자가 늘어나 거리 경제가 살아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 번화가인 오모테산도는 ‘주차장 없는 상권’을 콘셉트로 재개발됐다. 실제로 불법주차가 줄면서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도로 줄이기의 이론적 근거는 ‘브라에스의 역설(Braess’ paradox)’. 이 역설은 도로를 줄이면 오히려 교통량이 감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해성 건축도시공간연구소장은 “차량의 급격한 증가로 사회간접자본(SOC)만으론 교통난을 해결할 수 없게 됐다”며 “도심에서 차를 밀어내고 순환도로를 활성화하는 도시 디자인이 각광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역설의 첫 실험 대상으로 떠오른 영중로는 쇼핑몰로 들어가는 차와 나오는 차, 경인로에서 여의도로 향하는 차, 서부간선도로에서 영등포로 유입되는 차가 모두 거쳐 가는 지점이다. 지난 1일에도 영중로는 차들로 꽉 막혀 있었다. 주부 시연우(31)씨는 5개월 된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쇼핑몰로 향했다. 하지만 시씨는 유모차와 함께 보도에 갇혀 버렸다. 3~5m 폭의 보도엔 노점들이 밀집해 실제 사람이 걸을 수 있는 유효보행폭은 1.5m 정도였다.
영중로에 들어선 노점은 71개. 좁은 보행공간을 걷다 보면 버스정류장을 만나게 된다. 버스에 내리고 오르는 사람들로 인해 정류장 부근의 유효보행폭은 ‘0’에 가깝다. 성인은 어깨를 부딪히며 통과할 수 있지만 유모차를 밀고 나아가긴 힘들다. 정류장 옆을 지날 때 시씨는 결국 차도로 내려가 유모차를 밀어야 했다.
영중로의 보행 서비스 수준은 어깨를 부딪혀야 겨우 걸을 수 있는 ‘D등급’이다. 영등포구는 차로를 하나 줄이면 보행공간의 너비가 5~7m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보행 수준은 B등급(보행자 간 평균 거리 2m)으로 올라간다.
서울시는 도로를 줄여도 교통체증이 심해지지 않을 것이란 영등포구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서울시 김현식 보행친화기획관은 “영중로를 보행환경개선지구에 포함시켜 시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는 도로를 줄일 경우 교통량이 현재와 같더라도 출퇴근 시간대 평균 차량 속도가 현재 시속 18㎞에서 17㎞로 줄어들 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통 혼잡에 대한 1차적 책임을 지는 경찰은 신중한 자세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우선 노점들을 정비한 다음 보행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그때 도로 줄이기에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점상의 반발도 부담이다. 떡볶이를 팔고 있는 양모(49·여)씨는 “노점을 영중로에서 내쫓으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이해당사자 설득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시립대 정석(도시공학) 교수는 “선진국이 도로를 줄이는 데 보통 6~8년 정도 걸렸다”며 “정책 아이디어를 단번에 실현한 사례가 없는 만큼 장기적 비전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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