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은 잠도 자지 않는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모 실장(44)은 얼마 전 서울 강북구에 내 집을 마련했다. 그는 "생애 처음으로 내 집을 마련했는데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주택구입 전에는 빚이 없었는데 이제 '은행 집'에 살면서 은퇴 후까지 빚 갚을 생각을 하니 갑갑하다는 것.
정체 모를 부동산 봄바람에 빚을 잔뜩 안고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신(新)하우스푸어'가 늘고 있다. 과거 부동산 폭등기에 집을 샀다가 가격하락과 이자 부담에 쩔쩔 매던 '구(舊)하우스푸어'도 목하 고민 중이다. 주택거래가 늘어난 이참에 집을 팔고 빚을 청산하고 싶지만 추가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렌트푸어에 대한 두려움이 발목을 잡는다.
부동산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는 이때 '빚 가진' 주택구입자들이 점검해봐야 할 점은 무엇일까. 집을 지켜야 할지, 빚 청산을 선택해야 할지 길을 찾지 못하는 하우스푸어를 위한 '3대 이정표'를 짚어봤다.
집을 사는 목적은 크게 두가지다. '주거 안정성'과 '집값 상승'이다. 주거 안정성만 확보되면 집값이 오르든 떨어지든 상관없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집값이 떨어질 곳과 오를 곳을 선별하는 안목이 중요하다.
앞으로 경기가 개선되면 부동산경기도 회복될 수 있다. 단 지역별 차별화가 생길 것이다. 집은 도심에 사야 한다. 수요가 집중되는 서울지역의 주택은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다른 지역은 더 떨어질 수 있다. 다만 서울에 있는 주택이 아니더라도 '그 지역의 핵심'에 위치해 있다면 상승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인천의 연수동, 최근에 부각된 청라 같은 지역이다.
교통도 중요하다. 이때 역세권은 단지 역에 가까이 있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직장에 접근하기 좋은 곳이 진짜 역세권이다. 중심 업무지구와 떨어져 있는 배드타운(BED TOWN)은 상승하기 어렵다.
집 판다면 언제가 적기?
지금이 좋은 기회다. 주택시장의 선행지표가 모두 호조세를 보이는 데다 1%대의 수익공유형모기지, 2%대의 안심전환대출 등 정책대출이 줄줄이 출시된다. 부동산 봄바람에 금리인하 효과까지 더해지니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 것이다. '팔아야 할 집'이라면 빠져나오기 좋은 시기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조급할 필요는 없다. 당분간 부동산시장의 훈풍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모든 투자가 그렇듯 '꼭지'를 예측해 매물을 넘기기는 어렵지만 오는 3~4분기가 갈아타기에 적합해 보인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가시화될 미국의 금리인상이 복병이다. 최근 금리인하 등은 미국의 금리인상 전 '반짝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의도가 크다. 요즘 부동산이 꿈틀대지만 당분간 눈에 띄는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핵심지역의 주택이 아니라면 의사결정(매도)을 빨리 하는 것이 좋다.
내 집 지키기 위한 적정상환능력
◈대출비용을 감당하고도 다른 생활을 무리 없이 영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주택담보대출을 갚느라 자녀교육비 지출도, 노후준비도 하기 어려운 상태라면 위험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진행될 미국의 금리인상은 단지 금리가 1~2%포인트 상승한다는 수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경기악화 시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단기적인 실직을 맞더라도 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보수적인 기준으로 월 소득의 10~15% 이하로 상환금액이 유지되는 게 이상적이다.
◈일반적으로 빚이 주택가격의 30% 이상이라면 과도한 수준이다. 이를테면 5억원짜리 주택에 2억원 정도의 빚이 있다면 부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자만 갚다가 일시상환하려고 하면 '빚 갚기'가 요원해진다.
◈소득의 50% 이상이 주택에 묶여 있다면 집이 '애물단지'가 될 우려가 높다. 특히 집값 상승 기대지역도 아닌데 단지 주거의 안정성 때문에 급여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때는 살 때보다 가격이 떨어졌다 하더라도 과감하게 처분하는 것이 낫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말부터 주택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채를 많이 갖고 있다면 집값 하락의 충격을 감수하기 어렵다.
하우스푸어 예방 TIP
☞ 비상금 준비
가정에는 언제든 예기치 못한 먹구름이 낄 수 있다. 갑자기 몸이 아프거나 실직하는 등 소득공백 기간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갑작스레 대출금리가 인상돼 부담이 증가할 우려도 있다. 이러한 위험에 대비해 3개월 생활비를 비상금으로 마련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 분할상환으로 구속장치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만 갚다가 원리금을 갚아야 할 시기가 오면 당황하는 가정이 많다. 과거처럼 집값이 폭등해 시세차익을 남기고 파는 것이 어려워진 만큼 처음부터 꾸준히 빚을 갚아나가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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