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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5가지 상식이 깨지다

여행가/허기성 2015. 3. 22. 22:36

 

1%대 초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부동산 시장도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예전처럼 사두면 무조건 오르는 부동산 대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집값 하락을 경험한 학습 효과로 시장 주도층도 투자자에서 실수요자 위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디플레이션 시대엔 고성장기에 통용되던 부동산 상식들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선 거래가 늘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주택 거래량은 100만5173건으로 주택 경기가 호황이던 2006년(108만2000건)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집값 상승률은 2.1%로 물가상승률(1.3%)을 약간 웃돌았다. 2006년 집값 상승률(11.6%)의 5분의 1 수준이다.

3월 서울 아파트의 하루 평균 매매거래량이 1년 전보다 37% 증가했다. 지난 20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8389건으로 신규 분양시장 열기가 기존 아파트까지 옮겨붙으며 거래가 크게 늘어나는 분위기다.

일선 중개업소에선 거래는 늘었지만 일부 인기 지역을 빼면 집값이 예전만큼 오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는 매매가가 8억5000만~9억원으로 지난해 이맘때와 비슷하다.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36㎡도 지난해 시세 수준인 5억9000만~6억원 선에서 손바뀜되고 있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주택 경기 침체를 겪으며 재건축 환상이 깨지고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하려는 30·40대가 유입되면서 호가가 500만~1000만원만 올라도 추격 매수세가 붙지 않고 거래가 소강 상태에 빠진다"고 말했다.


견본주택에 사람이 몰리면 청약도 대박일 것이라는 기대도 깨질 판이다. 시세차익을 위한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 분양을 받을 때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었지만 분양시장 중심축이 실수요자로 옮겨오면서 이런 암묵적인 공식은 통하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1순위 청약에 들어간 단지는 견본주택 개관 첫 주말 2만여 명씩 몰렸다고 발표했지만 성적표는 크게 갈렸다.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5.0·6.0, 울산 드림인시티 에일린의 뜰 2차, 구미 문성 파크자이 등은 수십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순식간에 마감됐지만 수원 영통 라온프라이빗, 공주 신관동 효성해링턴플레이스 등은 미달돼 3순위 청약을 받아야 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요즘은 총 집객 수의 절반 정도가 실제 방문자 수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세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줄기는커녕 전세 품귀 현상은 더 심해진다. 거금을 들여 집을 사서 가격이 하락할까 불안에 떠느니 최대한 오랫동안 전셋집에 사는 게 이득이라는 세입자들의 계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만성적인 전셋집 부족으로 39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세금이 매매가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오르면서 전세가율이 90%를 웃도는 단지도 등장하고 있다.

경제학 원리에 따라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지만 전셋집은 전세금이 아무리 치솟아도 마땅한 대체재를 찾을 수 없다 보니 수요가 좀처럼 줄지 않는다. 한마디로 경기 침체기에 전셋집은 더 비싸게 잘 팔리는 '한국형 기펜재'인 셈이다. 특히 전세 수요가 공급을 항상 초과하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전셋집의 기펜재 성격이 두드러진다. 학교와 학원시설 등 자녀 교육 때문에 비싼 전세금을 내서라도 전셋집을 구하려는 수요가 끊임없이 밀려들기 때문이다.

서초구 반포동 D공인 관계자는 "물건이 워낙 없다 보니 심리적 마지노선을 뚫는 가격에도 나오기가 무섭게 바로 계약된다"며 "대부분 고소득자라 자금 여력이 있다 보니 결과적으로 비쌀수록 잘 팔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 전세금은 지난해 9억~10억원 중후반대였지만 지난 18일 11억원에 계약된 뒤 현재 12억원까지 뛰었다. 이 아파트 같은 평형 매매가는 14억~15억원 선에 머물고 있다 이렇다 보니 주택 시장 바로미터로 불리는 강남3구의 영향력도 줄어들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주택 구매층이 투자자에서 실수요자로 바뀌면서 강남에 군불을 때면 강북과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온기가 퍼지는 '낙수 효과'가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대비 지난달 거래 증가율을 보면 금천구가 48.9%로 거래가 가장 많이 늘었으며 강서구(44.2%), 중구(43.5%), 양천구(41.6%), 강동구(41.1%) 등 순이었다. 마포구와 노원구도 30% 이상 늘었다. 반면 강남3구는 강남 17.3%, 서초 23.9%, 송파 5.3% 등에 그쳤다.

"전세살이에 지친 세입자들이 주택 시장을 이끄는 새로운 수요층으로 등장하면서 강남권보다 강북 지역과 수원, 영통, 이천, 오산 등 수도권 거래가 활발하고 집값도 더 오르고 있다"며 "강남과 다른 지역 사이에 '역(逆)차별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수익형 부동산도 싼 게 잘 팔린다. 저금리 속에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거두는 게 최고의 재테크인 만큼 우선 매매가가 저렴한 상품을 고르는 게 수익률을 높이는 지름길이어서다. 보증부 월세가 임차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강남·도심 주변 나 홀로 아파트나 중소형 아파트가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잘만 하면 4~5%대 연간 임대수익률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가능한 한 집 보유 시 들어가는 비용과 기회비용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큰 집을 팔고 중소형 두 채를 사서 하나는 자가 거주, 다른 하나는 월세 임대를 놓으려는 사람들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