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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1%대 초저금리, 부동산 시장 어떻게 움직일까

여행가/허기성 2015. 3. 23. 07:27

사상 첫 1%대 초저금리, 부동산 시장 어떻게 움직일까

기준금리 인하로 자산시장 변화를 예측하는 가상 시나리오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각종 규제 완화와 전세난 등으로 서서히 달아오름에 따라 800조원 대에 달하는 단기부동산 자금의 이동 여부에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매수세가 강화되면서 회복세가 더욱 빨라질지 관심사다.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회복 초입기에 놓여 있다. 시장 지배력이 큰 주택시장이 선행적으로 활기를 띠면서 토지 시장과 일부 수익성 부동산 시장까지 우상향(右上向)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번의 부양책에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던 수도권과 서울의 조차 2월 주택거래량이 각각 3만7,502건과 1만2,990건으로 2006년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 지난해와 달리 수도권 외곽 신규분양아파트에 수만명이 몰려 모델하우스 만원사례가 속출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전세난으로 지친 전세층의 일부가 매수세로 돌아서고 있는데다 수도권 청약 1순위 자격기준이 2년에서 1년으로 완화, 아파트를 우선 분양받을 수 있는 청약통장 가입자가 1000 만명선으로 급격히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해빙은 지난 90년대나 2000년대 집값 회복기에 나타난 현상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부동산은 거래가 많으면 가격이 오르는 이른바 커플링(coupling)현상이 생기는게 기본 생리다. 부동산의 부증성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00만건 이상 거래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1.7% 상승에 그쳐 가격이 안정권에 머물러 있다. 봄철 거래 성수기에도 집값 급등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또 서울 강남에서 발화돼 수도권, 지방권으로 확산되던 과거의 관례도 사라졌다. 되레 지방과 수도권 주변 지역에서 훈풍이 불고 있을 정도다. 주택 유형도 중대형 아파트 중심이 아니라 소형 아파트, 연립, 빌라 거래가 활발하다. 가격탄력성이 크지 않은 연립 빌라시장이 주택시장을 리드해가는 양상이다. 이 같은 이례적 현상은 거품 가수요가 사라지고 실수요 계층이 시장에 주도하고 있다는 점과 시장이 아직 회복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셋값 상승과 매물 찾기에 지친 전세 수요가 이른바 자가(自家) 수요로 급전환, 시장을 밀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1%대 초저금리에 목마른 임대 목적의 수익성 부동산 수요까지 가세, 견조한 실수요 중심의 시장세가 형성되고 있다. 또 이들의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움직이다 보니 과거 투기세력이 판을 치던 증세(?)들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 이주 수요 증가로 인한 전세난 심화와 정부의 자가주택지원책 확대, 기준 금리 인하 등으로 당분간 실수요 중심의 매입 및 청약이 지속되면서 시장 탄력이 더욱 튀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주택에 이어 후행 주기로 움직이는 토지시장 역시 임대수익을 고려한 다가구, 게스트 하우스 등의 신축이 늘어나면서 시장회복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하여파로 주택대출 금리가 2%대로 떨어지고 초저금리로 인한 자산가들의 수익성 부동산 투자가 더욱 살아나면서 시장은 더욱 달아오를 분명하다.

이미 미국과 영국 등지의 선진 부동산 시장은 금리 인하 후행주기로 주택시장이 급격히 회복, 견조한 시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지난 2008년 세계 경제와 자산시장을 파국으로 몰아넣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가장 먼저 딛고 섰다. 기존 주택 및 새주택 매수세가 살아나 가격이 오르고 건설물량이 늘어 내수 진작에 1등 공신 역할을 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부동산 시장은 다소 차이가 있다. 집값 불안이 여전한데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도 한 둘이 아니다. 당장 경제 불안과 소비감소가 문제다. 디플레에서 벗어나는게 당면과제다. 따라서 경기 회복 시그널이 가시화 되기전 까지는 탄탄한 매수세가 이어지기 힘들다. 전세수요의 매매수요전환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전세 보증금마저 일정부분 대출로 충당된 경우가 허다하고 매입을 위해서는 추가대출과 안정적인 소득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같은 불리한 여건을 앉고 과감히 빚을 내 내집마련에 나서는 수요층이 많치 않을 것이다. 과거의 하우스 푸어 경험도 적극적인 매수세 전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가진 계층의 수익성 부동산 투자 역시 2번에 걸친 금융위기 학습 효과와 향후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심리가 크게 작용, 지속 시장참여부가 불투명하다. 더구나 저성장과 예고된 미국 금리인상, 수출 불안과 저성장, 고령화와 베이비 부머 은퇴 등은 부동산 수요를 감소시킬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언제라도 재차 시장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변수다.

주택가격 불안 역시 지속적 수요발생의 제한 요소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이후 철저하게 시장논리에 따라 집값이 바닥까지 내려갔다. 여기서 다시 회복된 것으로 견조한 시장가격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주택시장은 정부가 각종 부양책을 펼쳐 가격 버팀목 역할을 해온게 사실이다. 소득대비 주택가격이 높다는 비난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인구 흡인력이 거세고 추가 과잉공급이 없는 지역의 수익성 부동산은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어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과열 청약 등 시간이 흐르면서 투기적인 현상이 속출할 것이다. 반면 공급이 많고 입지선호도가 떨어지는 곳에서는 미분양이 다시 쌓이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주택 역시 전반적인 상승보다는 강남권 재건축 등 유동화가 쉽고 가격 탄력성이 좋은 매물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또 전세 난민이 지속적으로 생겨나면서 연립, 빌라 등 서민용 주택의 거래시장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투자에 그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