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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열리는 이란… 재주는 美가 넘고 돈은 中이 챙기나

여행가/허기성 2015. 4. 10. 07:55

빗장 열리는 이란… 재주는 美가 넘고 돈은 中이 챙기나

 美, 핵협상 주도적 해결했지만 中이 이란~파키스탄 가스관 선점

 

핵 협상 잠정 타결로 이란에 채워졌던 빗장이 열릴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이 최대 수혜국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주는 곰(미국)이 넘고 돈은 왕서방(중국)이 챙긴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이란과 파키스탄을 연결하는 천연가스관 건설 사업에 중국 자본이 대거 투입됐다며 19일로 예정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파키스탄 방문 때 정식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샤히드 카칸 아바시 파키스탄 석유부 장관은 WSJ에 “우리는 이미 가스관 건설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심각한 에너지난 해소를 위해 1995년부터 이란 남서부 아살루예 가스전으로부터 파키스탄 남부 나와브샤를 잇는 1680km의 가스관 연결 사업을 추진해 왔다. 연료 부족으로 발전소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해 전력난에 시달리는 파키스탄으로선 절실한 사업이다. 이란은 아살루예에서 파키스탄 국경까지 900km 구간의 가스관 건설을 완료하고 파키스탄 측 가스관 건설을 재촉해 왔다. 하지만 파키스탄은 이란과 교역을 금지한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착공도 못 하고 있었다. 파키스탄이 재정난과 테러에 시달리는 탓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할 국가를 못 찾고 있을 때 중국이 파고든 것이다.

이란 국경에서 과다르까지 80km 구간은 파키스탄이 맡고, 파키스탄 서부 과다르 항구∼나와브샤 700km 구간의 가스관 건설을 중국 석유가스집단공사(CNPC) 계열사인 중국 국영송유관국이 맡기로 한 것이다. 최대 20억 달러(약 2조1854억 원) 규모가 될 사업비용의 85%를 중국 측이 부담하는 조건이다. 2년 뒤 가스관 건설이 완공되면 파키스탄의 전체 전력 부족분인 4500MW를 생산할 수 있는 가스를 한꺼번에 공급받게 된다. 시 주석은 파키스탄 방문 때 이 가스관 사업과 별도로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에서 중국 남서부 지역을 도로와 철도로 이은 400억 달러 규모의 ‘경제 회랑’ 구상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당초 이란-파키스탄 가스관에 반대하면서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파키스탄으로 연결되는 가스관을 지지해 왔다. 하지만 이란 핵 협상이 예정대로 6월 최종 타결되면 이란-파키스탄 가스관 건설의 족쇄는 사라진다. 게다가 이 가스관 사업은 당초 인도까지 연장할 계획이었다. 이란으로선 파키스탄뿐 아니라 인도까지 수출 시장을 확장할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이란-파키스탄 가스관 사업은 ‘평화 가스관 프로젝트’로 불린다. 수십 년간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온 파키스탄과 이란의 관계 개선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국경을 접한 이슬람 국가이지만 이란은 시아파, 파키스탄은 수니파로 종파가 다르다. 파키스탄은 지금까지 이란의 숙적 사우디아라비아 및 미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해 왔다.

벌써부터 파키스탄을 둘러싼 사우디와 이란의 줄다리기 외교전이 팽팽하게 펼쳐지고 있다. 사우디가 먼저 6일 내전 중인 예멘의 후티 반군세력 퇴치 군사작전에 파키스탄의 파병을 요청하고 나섰다. 시아파인 후티 반군세력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자 이란의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교장관이 9일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를 만나 예멘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파키스탄의 선택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