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모친 묘소 찾은 성 전 회장 "검찰이 가족까지 다 죽이려 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죽기 전 가족·지인들과의 모임에서 “검찰이 별건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주변 인사들이 전했다. 성 전 회장은 지난달 21일 충남 서산시 음암면 모친의 묘소에서 추모제를 열었다. 성 전 회장의 가족과 친지, 지역 주민 등 200여 명이 모였다. 성 전 회장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교회에서 어머니의 추모제를 지내 왔다. 하지만 올해는 고향의 묘소에서 지내겠다고 친지들에게 연락했다고 한다. 추모제 이틀 전인 지난달 19일 경영난에 빠진 경남기업의 회생을 위해 경영권 포기각서를 채권단에 제출한 상태였다.
추모제가 끝난 뒤 성 전 회장은 지인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성 전 회장은 검찰 수사에 강한 불신과 분노를 표출했다고 한다. 당시 자리를 같이했던 A씨는 10일 익명을 조건으로 성 전 회장의 발언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이번에 (검찰에 조사받으러) 가서 보니 검찰이 지난해 11월 나와 우리 가족, 회사에 관한 모든 국세청 자료를 확보해 살펴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건 나를 죽이는 것뿐 아니라 가족들도 다 죽이겠다는 얘기다. 큰아들(성승훈 경남기업 경영기획실 이사)의 활동비에 대해 업무상 횡령죄를 적용하려 하는 걸 보고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 베트남 건축물을 관리하는 아내 주변도 다 뒤졌다. 자원외교와 관련한 특별금융은 시스템상 중간에 가로챌 수 없다. 검찰이 나를 국민 세금 떼어먹은 파렴치범 취급을 하더니 이제는 가족들까지 다 죽이려 한다. 이번엔 내가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다. 세금도둑으로 몰아 놓고는 건질 게 없으니 별건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
A씨는 “그날 성 전 회장의 모습을 보고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 아들에게 ‘아버지를 잘 모시라’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 일이 났다”고 했다. 그는 “돌이켜 보니 모친 묘소에서 추모제를 연 건 성 전 회장이 작심하고 자신의 상황과 심정을 주변 사람에게 알리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는 자신이 마치 염치도 없는 세금도둑인 듯 몰리는 것을 견딜 수 없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 전 회장은 검찰이 자신의 아들과 아내 등 가족까지 탈탈 터는 모습을 보곤 가족만은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지인은 성 전 회장이 최근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전화를 피하고 있다. 힘들다, 힘들어”라는 얘기를 자주 했다고 전했다.
이병기 "섭섭해서 그런 것 같다", 허태열 "전혀 사실 아니다"
실제로 성 전 회장은 죽음을 결심하기 전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서울 평창동 자택까지 찾아갔으며, 이병기 비서실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구명 요청을 했다고 주변 사람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평창동에 사는 건 맞지만 성 전 회장과 만난 일은 없다”고 했으며, 이 실장은 “전화를 받은 건 맞다”며 “하지만 검찰 수사를 내가 그만두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하자 서운해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10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금품 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이 등장한 것과 관련,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대해 억울하고 결백하다고 해서 자신이 있으면 검찰에 가서 조사를 받으라고 말했다”며 “이것 때문에 좀 섭섭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성 전 회장이 자꾸 연락이 와서 통화를 했다”며 “내가 성 전 회장의 입장만 듣고 검찰 조사에 대해 이런 저란 얘기를 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성 전 회장은 계속 결백하다고 했지만 그러면 검찰에 가서 조사를 받으라고만 했다. 나중에는 나에게 전화를 하지 말라고도 성 전 회장에게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이날 오후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거듭 사실 관계를 설명했다. 이 실장은 “성 전 회장이 최근 경남기업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됐을 즈음 이뤄진 통화에서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며 구명을 요청한 바 있다”며 “전화통화에서 자신은 결백하니 도와달라며 진행중인 검찰 조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민 대변인이 전했다. 이 실장은 이어 “나는 성 전 회장에게 자신이 결백하고 오해가 있다면 검찰 수사에 당당히 임해 사실을 명백히 밝히는 것이 좋겠다”며 “검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설명했고 앞으로 더 이상 연락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도 전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품과 관련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한 것에 대해 인간적으로 섭섭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허태열 전 비서실장도 성 전 회장이 ‘7억원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허 전 실장은 “2007년 경선 당시 박근혜후보 자신이 클린경선 원칙하에 돈에 대해서는 결백할 정도로 엄격했고, 이를 기회있을 때마다 캠프요원들에게도 강조해 왔기 때문에 그런 금품거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그래서 참여의원들을 비롯한 캠프 요원들은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면서 어렵게 하루하루 캠프를 운영했다. 이는 박근혜후보 선거캠프를 매일같이 출입하셨던 언론인들도 잘 아시는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경위를 떠나서 망인의 이야기를 놓고 가타부타 하는 사실 자체를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이번 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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