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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개발한다는데 용산주민 "10년전부터 나온 이야기"

여행가/허기성 2015. 4. 13. 19:42

미군기지 개발한다는데 용산주민 "10년전부터 나온 이야기"

“용산 미군기지 개발은 사실 인근 아파트 값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아요. 이미 용산 국제 업무지구 개발이 무산되면서 타격이 컸고 앞으로 이 부지가 어떻게 개발될지도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 아직 특별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용산 미군 기지 개발 계획 지도를 살펴보면 주거 밀집지역인 동부이촌동과 서부이촌동이 영향권 아래 들어가 있지만 시장 반응은 미미했다.


19일 오후에 찾은 용산구 이촌동 일대 공인중개소 분위기는 용산 미군기지를 개발한다는 정부 대책에 대해 냉담한 표정이었다. 정부의 용산기지 인근 개발 계획 발표는 아직 주변 부동산 시장에는 큰 영향은 주지 못하고 있었다.

이촌동은 용산구에서 아파트가 가장 밀집된 지역으로 동부이촌동과 서부이촌동으로 나뉜다. 동부이촌동은 용산미군기지 부지개발 영향권에 있지만 아파트 시장에 반응은 미미했다. 서부이촌동은 과거 용산 국제 업무지구 개발에 호재를 봤던 지역이다. 국제업무지구 개발 무산으로 아파트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용산 미군기지 개발 호재에도 회복은 어려워 보였다.

◆ 기대감 이미 반영된 동부이촌동, 부동산 호재 안돼

해가 지기 전 방문한 동부이촌동 한강 대우아파트와 LG한강자이 아파트 일대는 한산했다.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마트에서 저녁장을 볼 시간이었다. 우성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주민 김모(47)씨는 “공원 조성하는 거야 한참 전에 이야기가 나왔던 거고 이곳에는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동부이촌동 공인중개소를 둘러본 결과 한강 대우아파트 전용면적 84㎡는 6억2000만~6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와있었다. 서빙고동 신동아 아파트는 매물이 드물었는데 전용면적 95㎡가 급매물 가격으로 8억5000만원이었다. 가장 최근인 2003년에 지어진 LG한강자이는 46가구뿐인 전용면적 66㎡가 한강 조망이 가능한 층으로 8억9000만원에 매물이 높은 호가로 나와 있었다.

 
이 일대 공인중개업소 말을 종합해보면 이번 정부 발표로 용산공원 개발 사업의 속도가 빨라지거나 없던 일이 된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다시 재개되지는 않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용산 부동산 시장은 미군 기지를 개발하는 용산공원 사업과 용산역 뒤편 정비창 부지를 개발하는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 등 양대 축으로 진행됐다. 실제 미군 이전 기지를 개발해 조성하는 용산 공원 자체 개발 계획과는 상관이 없다. 공원 외곽에 있는 3군데 지역(캠프킴, 유엔사, 수송부)이 대상이다.

국제업무지구 개발은 현재 코레일과 민간출자사의 소송이 진행되면서 개발이 요원한 상태다.
P공인 관계자는 “용산공원을 조성에 따른 기대감은 이미 시장에 반영됐고 2000년부터 용산 미군기지 이전 이야기가 나왔다”며 “10년도 더 전부터 이야기만 나왔고, 용산개발은 이전에도 실패한 경험이 있어 시장이 즉각 반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H공인 관계자는 “정부 발표 때문에 매수문의가 늘거나 하진 않았고 은퇴 후 매입을 원하시는 분들이나 신혼부부 전세수요만 일부 있다”고 말했다.

◆ 더욱 관심 없는 서부이촌동…“철도부지 활용계획이나 나왔으면”

같은 날 서부이촌동의 한산함은 동부이촌동보다 더했다. 노후 주거지역이 많고 오래된 상가건물이 즐비한 이곳에는 부동산이 많다. 한 때 용산 역세권 개발에 따른 투자수요가 많아 이촌동 대림아파트, 동아그린 아파트 중소형 아파트가 8억~9억원에 시세를 형성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용산 국제 업무지구 개발 무산 후 가격은 급매물은 4억원대 후반, 전용면적 59㎡ 아파트도 5억원 초반대로 가격이 급격히 낮아졌다. 일부 부동산은 가게를 빼거나 문을 열어두고 자리를 비운 곳이 많았다.

공인중개업자 반응은 거리의 한산함을 넘어서 싸늘하기까지 했다. 서부이촌동 동아그린 아파트 인근 H공인 대표는 “정부 정책이 나온다고 해도 이곳으로는 매수 문의도 잘 없다”며 “오히려 개발 무산된 국제 업무지구 토지가 어떻게 정리되는지 관심 있는 수요자가 문의전화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용산 미군기지 개발은 서부이촌동에 활기를 주기에는 영향력도 크지 않았다.

대림아파트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집주인이 용산 국제 업무지구 개발 무산으로 전부터 실망이 커 정부가 개발 계획을 발표한다고 해도 전혀 미동이 없다”며 “오히려 빨리 정리해서 나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용산 미군기지 이전부지 개발로 영향을 받을 만한 곳은 남영역 일대와 이태원과 연결되는 삼각지, 녹사평 일대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영향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용산 미군기지 이전부지 개발로 혜택을 볼만한 지역이 이촌동 쪽보다는 이태원 일대 상권과 연결되는 녹사평역, 삼각지역, 남영역 인근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이곳은 영향을 받을 만한 아파트 단지가 많지 않아 큰 폭의 가격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