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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이 뭐길래..젊은층 '제2의 하우스푸어' 전락?

여행가/허기성 2015. 4. 29. 19:50

전문가 "집값 상승세 꺾일 것…가계부채 조정 시급"

최근 20~30대의 주택담보대출 신청이 늘면서 '제2의 하우스푸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과거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투기목적 중심의 부동산 시장 풍토의 여파가 젊은세대에게 고스란히 대물림된 탓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중 39세 이하의 대출 잔액이 2014년 2월 44조4000억원에서 올해 2월 54조8000억원으로 1년 새 23.6% 증가하는 등 젊은세대의 대출이 급증했다.

이러한 증가세는 40대(11.6%), 50대(7.9%), 60대 이상(7.7%)의 증가율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올해 3월 기준 시중은행이 보유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18조4000억원으로 가계부채 총액의 약 40%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사하는 바가 더 크다.

가계부채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2013년 말 현재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무려 164%로 OECD(평균 136%) 최고 수준이다. 그나마 지금껏 부동산 시장이 지금껏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 덕분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하반기부터 2017년까지 금리 인상을 예고한 터라 우리나라도 향후 인상이 불가피하다. 재무 상태가 기성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빈약한 젊은세대가 늘어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주저앉을 가능성이 더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전·월세 보증금 보정 슈바베계수의 추이 분석' 보고서를 보면 중위소득 50% 미만인 저소득층 가구의 주거비 부담은 지난해 41.4%로 평균치인 34.5%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저금리 정책으로 자금력이 녹록지 않은 30대가 대거 매매 시장에 진입했다"며 "국내 경제여건 등으로 앞으로 집값 상승이 불투명해 금리가 인상되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최근 전세난을 견디다 못한 일부 젊은세대가 주택 구매에 나서면서 서울 지역의 주택거래량이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매매전환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빌라나 기존 아파트 등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젊은세대가 빚을 내서라도 주택을 구매하게 한 전세난의 이면에는 과거 부동산 활황기 당시 기성세대가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샀다가 가격이 하락하자 원금 보전 심리와 이자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전셋값을 올려 부담을 젊은세대에게 전가하는 구조적 특성이 자리한다.

실제로 2013년 6월 기준 집주인 4명 중 1명은 전셋값을 올려 빚을 갚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중은 2009년 말 4.3%, 2010년 말 9.3%, 2011년 15.6%, 2012년 말 22.5%, 2013년 6월 26.8%로 늘어났다.

특히 전세난이 지속함에 따라 정부는 빚을 권하는 정책을 쏟아냈다. 이는 다시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했다. 가뜩이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태임에도 전세대출 규모를 늘려 위험을 더 키워 놓은 셈이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전세자금 신규대출 규모가 전년보다 42% 증가해 16조원을 넘어섰다. 잔액 기준으로는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35조원에 육박했다.

현재 상황을 반대로 돌려 일부 지방에서 나타난 역전세난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수요 급감으로 거래가 어려워져 당장 보증금 돌려줄 돈이 부족한 기성세대는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월세 역시 전세와 기본적인 틀은 다르지 않다. 우리 부동산 시장은 젊은세대와 기성세대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여서 어느 한쪽에서 문제가 생기면 도미노식으로 연쇄적 반응이 나타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이런 탓에 자칫하다간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정부의 정책 기조에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현일 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젊은세대에 주택을 구매하라는 신호를 보낼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현재 주택가격이 상승 추세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계부채가 늘면 소비도 늘어나지 않아 결국 주택가격 하락으로 귀결돼 하우스푸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우리 경제의 최대 불안요소인 가계부채를 관리할 추가 정책이 시급하다"며 "고위험군에 속하는 하우스푸어들이 스스로 집을 정리할 수 있게 할 유인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