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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디커플링 한국, 이제 中과 함께 굴러간다… 더 강력하게

여행가/허기성 2015. 11. 8. 07:07

美와 디커플링 한국, 이제 中과 함께 굴러간다… 더 강력하게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가 전망하는 세계 경제

세계 경기는 최근 종잡을 수 없다. 각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푸는 와중에도 미국 경기가 호전되면서 다른 나라와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일으키나 했는데, 하반기 들어서는 경기 지표가 오락가락하면서 금리 인상이 자꾸 늦춰지고 있다.

한국 경제는 미국 경기가 다소 호전되는 상황에서도 중국의 성장 속도가 늦어지자 심각한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한국 경제가 이제는 미국 대신 중국 경제와 커플링(coupling·동조화)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티븐 로치 /블룸버그
스티븐 로치 /블룸버그

전반적인 세계경제 상황과 향후 전망을 듣기 위해 모건스탠리 아시아 지역 회장 출신인 스티븐 로치(Roach·70·사진) 미국 예일대 교수를 만났다. 구조조정 등을 중시하는 월스트리트 출신답게 그는 그동안 각국이 돈을 풀어 기업을 살리고 경기를 부양하는 데 비판적이었다. 그는 "가격 안정을 목표로 하는 통화 정책이 금융 불안정을 키우는 주범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의 고성장 시기가 끝나고 성장 속도가 느려지면 그동안 중국 수요에 힘입어 성장해온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오히려 중국 경제의 구조 전환이 한국에 가장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이 제조업 중심의 수출 위주 성장에서 소비가 경기를 이끄는 내수 위주 성장으로 성공적으로 탈바꿈할 경우 브라질과 캐나다 등 원자재 생산국은 타격을 입고 한국 같은 완제품 수출국에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잘해야 하겠지만"이라는 단서는 달았다.

중국, 돈 쓸 수 있는 분위기 만들어지면 전 세계 수요 중심 될 것

중국

로치 교수는 현재 세계적 경제 위기의 가장 큰 문제는 총수요(aggregate demand)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한때 전 세계 소비의 중심은 미국이었지만, 이제는 중국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예년과 비슷한 6~7% 선으로 전망했다.

―세계적으로 부족한 수요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중국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한때 세계 최대의 제품 생산국이었지만, 현재 내부 소비 비중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에서 내부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조금 웃도는데, 미국(70%)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지요. 중국 당국은 앞으로 자국민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늘리고, 실질 임금을 올려야 합니다. 미국은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 규모를 자랑했지만, 위기를 겪으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인 반면, 중국인은 대부분이 아직 제대로 된 소비 문화를 경험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국민이 돈을 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정책을 펼쳐야 하는 상황입니다. 중국이 구조적 경제 변화에 성공한다면, 앞으로 전 세계 수요의 중심은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지금 문제로 대두되는 세계적 수요 부족을 중국이 메우는 것이지요. 다만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중국만큼 큰 경제 구조를 바꾸는 데에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이 걸릴 수 있고, 현재처럼 많은 진통을 겪을 것입니다."

―중국 경제성장은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긍정적으로 봅니다. 경제성장률 6~7%를 유지하는 연착륙(soft landing)을 예상합니다. 많은 사람이 중국 경제성장 속도가 떨어진 점을 두고 과도한 우려를 합니다. 30년 동안 연 10%대로 성장하다가 7%로 떨어졌고, 앞으로 수치가 더 내려갈 것이라고 보고 있지요. 하지만 경제성장은 단지 GDP(국내총생산) 숫자만 놓고 좋다거나 나쁘다고 말할 수 없어요. 현재 중국의 7%대 성장이 부진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엄청난 질적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제조업과 수출보다 서비스 업종과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또 많은 중국인이 지방에서 도시로 이주하고 있고, 도시 인구가 늘면서 소비도 확연히 늘고 있습니다. 굉장히 놀라운 변화지요. 중국 주식시장이 폭락한 것을 두고 거품론이 일기도 했지만, 지나치게 올랐기 때문에 조정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봅니다. 주식시장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 경제를 낙관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뜻도 됩니다. 초기 단계의 진통이 크지만, 중국 당국이 내년부터 시작하는 5개년 경제 발전 계획도 앞으로 서비스와 소비가 중심이 되는 경제로 탈바꿈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수요 살아나지 않는 美, 더 심각한 문제는 저축 부족… 제로 금리 빨리 벗어나야

미국

로치 교수는 미국의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점이 큰 문제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이 가계 저축이 부족한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가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금 단기적으로 부족한 수요를 촉진하는 데 그치지 말고 장기적으로 가계의 저축을 늘리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의 소비자 수요는 살아나고 있나요?

"수요와 관련해 미국은 중국과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처방전도 달라야 합니다. 학자금 대출과 같은 개인 빚을 탕감해주는 등 좀 더 적극적인 소비 촉진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양적 완화는 순간적 위기를 해결할 뿐 부족한 수요를 늘리는 데 별 도움이 안 돼요. 미국 경제에서 내부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나 됩니다. 소비자 수요는 지난 7년 동안 평균 1.4%씩 성장했는데, 이 수치는 사상 최저 수준입니다. 작년에 조금 나아졌다고 하지만, '경기가 좋아졌으니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서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할 시점이 됐다' 고 말하기는 어려운 수준입니다. 사실 제가 미국 경제에서 수요보다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장기 저축이 부족한 점입니다. 정치가들이 소비자의 수요를 촉진하는 정책을 내놓으며, '수요 부족'이 가장 중요한 과제인 양 의제를 설정하지만, 사실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저축을 늘려야 하는 게 맞습니다. 조만간 미국의 대선이 있는 중요한 정치 계절에 돌입하는데, 지금 당장 소비 증진이 시급한 과제인 건 맞지만, 국가적인 의제가 '장기 저축 늘리기'에 초점이 맞춰졌으면 합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는 언제가 될까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현재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기준 금리 인상 시기를 늦추고 있지요. 금리 인상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크다고 보는데, 금리 정상화가 이렇게 더뎌지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미국은 지금 양적 완화 정책의 함정에 빠져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을 존재 의의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존재하지 않는데, 인플레이션을 잡는 게 목표라니요? 어처구니없는 일이지요. 마치 실체가 없는 전쟁에서 싸우고 있는 격입니다. 통화 정책의 목표와 접근 방법 자체가 앞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인플레이션을 잡는 게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연준은 쉽사리 기준 금리를 올릴 수 없고, 금융 불안정만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기준 금리는 앞으로도 올릴 수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위기인 상황에서 통화 정책이 쓸데없는 데 집착하고 있다는 우려가 듭니다. 저축을 늘리기 위해서는 기준 금리가 제로인 상황을 하루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금리가 올라야 가계가 저축을 하고) 저축이 늘어야 미국 경제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양적 완화에 몹시 회의적인 사람 중 하나입니다. 모두가 양적 완화가 답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인위적 통화 자극으로 경제 회복을 촉진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6년간 미국이 경제 회복을 위해 양적 완화로 푼 돈은 약 3조6000억달러입니다. 하지만 회복 수준은 미미했어요. 빚에 허덕이고 유동성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양적 완화는 순간적으로 빛을 발하지만, 그 자체로 경제성장을 촉진할 순 없습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소비국 된다는 건 한국에 가장 큰 고객 생기는 것

한국

로치 교수는 한국은 중국 경제와 동조화하는 중이고, 강도는 더 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와 커플링하는 것은 당연한데, 세계 경제의 중심은 중국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국 경제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저는 한국 기업과 경제에 매우 긍정적입니다. 중국이 세계적인 생산자에서 수요자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한다면, 한국 경제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완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한국에 가장 큰 고객이 생기는 것이지요. 많은 사람이 중국 경제가 좋아지면 브라질과 멕시코, 캐나다 등 원자재를 생산하는 나라들의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느려지면서 원자재 구매가 줄었지만, 다시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 원자재를 많이 사들일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중국 경제의 구조는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와 소비 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중국이 더 성장한다 한들 원자재 수출국은 혜택을 받기 힘든 상황이 된다는 얘기지요. 하지만 한국은 달라요. 한국 기업이 어떻게 하느냐에 많이 달렸지만, 중국을 상대로 꾸준히 수출에 성공할 수 있다면, 한국 경제는 앞으로도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시아 어느 국가보다 한국은 금융 위기를 잘 견뎌냈고, 많은 한국 기업의 브랜드 위상도 높은 편입니다.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앞으로 중국의 성장과 경제 구조 변화가 한국에 많은 혜택을 줄 것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