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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흙수저…“넌 뭘 물고 나왔냐” 묻는 나라

여행가/허기성 2015. 12. 21. 08:17

금수저·흙수저…“넌 뭘 물고 나왔냐” 묻는 나라

 ㆍ구직자 가장 슬프게 한 ‘신조어’
ㆍ‘고용절벽’에 상대적 박탈감 커져


올해 한국 경제는 그 어느 해보다 ‘위기의 경고등’이 많이 켜졌다. 저금리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 중국의 저성장 우려에 따른 수출 감소, 빈부 양극화 등 가계와 기업 모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 간 갈등도 빠지지 않은 한 해였다. 구조조정, 전세대란, 초저금리 등 올해 경제계를 달군 이슈들을 키워드로 정리해보는 시리즈를 싣는다.

한 취업포털업체 조사에서 올해 가장 슬프게 만든 신조어로 ‘금수저’와 ‘흙수저’를 꼽았다. 잘 나가는 부모 덕에 경제적 부담 없이 취업준비를 하거나 쉽게 직장을 구하는 ‘금수저’ 계층과 달리, 아무런 배경이 없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흙수저’들의 박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취업준비생들의 온라인 카페에는 “헬조선(지옥과 조선의 합성어)에는 4개 계급이 있다. 금수저·은수저·동수저·흙수저”라는 자조가 넘쳐난다.

부의 대물림과 불평등의 고착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올 상반기 청년 실업률(10.2%)이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고 내년 정년 연장 시행을 앞두고 ‘고용 절벽’에 대한 우려로 취업준비생들의 불안과 절망감이 어느 해보다 컸다. 여기에 잇따라 불거진 고위층 자제들의 특혜 취업 논란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한국 사회에서 개인의 능력과 노력보다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들도 속속 등장했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한국에서의 부와 상속, 1970~2013’ 논문에서 “부의 축적에서 부모로부터 받은 상속·증여가 기여한 비중은 1980년대 27%에서 2000년대 42%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국민소득에서 상속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1980년대 5.0%에서 2010년대엔 8.2%로 뛰었다. 김 교수는 고령화가 진행되고 성장률이 떨어질수록 노력으로 부를 축적할 기회는 줄고 상속받는 부가 더 중요해진다는 우울한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개천에서 용 나올 확률’이 18%에 그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KDI는 ‘세대간 계층 이동성과 교육의 역할’ 보고서에서 임금수준이 최하위 25%에 속하는 아버지로부터 최상위 25%에 속하는 임금을 받는 아들이 나올 비율은 18%인 반면, 최상위 25% 수준의 임금을 받는 아버지로부터 최상위 25% 수준의 임금을 받는 아들이 나오는 비율은 36%로 두 배나 높다고 분석했다.

성공하려면 노력보다는 학벌·연줄이 중요하다는 인식도 팽배해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8명은 ‘열심히 노력해도 계층 상승 가능성이 작다’고 생각했다. 20대에선 계층상승이 어렵다고 답한 비율이 2년 새 10.4%포인트(70.5%→80.9%)나 급증했다. 지난 18일 건물 옥상에서 투신해 사망한 한 서울대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신적 귀족이 되고 싶었지만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수저 색깔이었다”는 글을 남겼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이 로스쿨 출신 딸의 대기업 취업을 청탁해 물의를 빚었고,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의 아들도 정부법무공단의 변호사 취업 과정에서 특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신기남 의원은 아들이 로스쿨 졸업시험에서 떨어지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 자녀들이 공교롭게도 모두 로스쿨 출신인 데다 연간 수천만원에 달하는 비싼 등록금도 도마에 오르면서 로스쿨을 두고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과 함께 로스쿨-사법시험 존폐 논란이 재점화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