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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거제와 울산에서 1만 명 이상 해고된다"

여행가/허기성 2015. 12. 26. 07:19

"내년 거제와 울산에서 1만 명 이상 해고된다"

"석유가격이 곤두박질치면서 생긴 일이에요. 답이 안 보여요. 내년은 더욱 심해질 거예요." 
 
자신의 차에 기자를 태우고 인터뷰 장소로 향하던 현대중공업 A하청업체 사장은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A하청업체 사장은 지난 11월 30일자로 자신의 사업체를 접었다. 한평생을 현대중공업에서 일한 그였다. 조선소에 대한 애정은 여전했다. 
 
A하청업체 사장의 말처럼 2016년 조선업에는 올해보다 더 심각한 한파가 들이닥친다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곤두박질친 유가가 문제다. 
원유값 상승으로 호시절 보낸 조선업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 조선소들은 2010년부터 해양플랜트에 집중해왔다. 해양플랜트를 잠깐 설명하면 석유, 가스 등 해양 자원을 발굴하거나 시추, 생산하는 자원개발 활동에 필요한 장비를 건조, 설치, 공급하는 산업을 총칭한다.  
 
드릴십과 같은 시추용과 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and Offloading)와 같은 생산용으로 나눠진다. 드릴십은 이름처럼, 석유를 시추하기 전 해양 지반을 뚫는 역할을 담당한다. FPSO는 부유식 석유 생산, 저장, 하역 설비를 말한다.  
 

 

여기에 집중한 이유는 조선업 후발주자인 중국을 따돌리기 위해서다. 값싼 노동력으로 치고 들어오는 중국과 차별화하기 위해 새로운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눈을 돌렸다. 그게 해양플랜트 산업이다. 
 
결과도 상당히 좋았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자료를 보면 한국 조선업종 회사들은 2010년 드릴십 수주는 제로지만 2011년 26개, 2012년 16개, 2013년 12개, 2014년 2개를 기록했다. 드릴십을 만들 능력은 조선 빅3를 제외하고는 전무하기에 이는 이들 회사가 수주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러한 결과는 국제 원유값 상승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국제 원유값은 2008년 말 국제금융위기 당시 배럴당 36달러까지 떨어졌지만 2009~2010년 70~80달러대로 다시 올라섰다. 이후 2011년에는 100달러를 돌파한 이후 ‘배럴당 100달러대 시대'가 3년 넘게 지속됐다. 해양플랜트 사업이 잘된 이유다. 
 
기존보다 3배 규모로 늘어난 하청노동자들  
 
자연히 조선 빅3 내 해양플랜트 부분 하청노동자는 이 기간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두드러졌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자료를 보면 2011년 현대중공업의 경우 해양 부문 하청노동자가 2011년 5349명, 2012년 9282명, 2013년 1만5578명, 2014년 1만6696명으로 3년 동안 약 3배나 늘어났다. 대우조선해양도 비슷한 비율로 늘어났다. 2011년 6200명, 2012년 8821명, 2013년 1만3761명, 2014년 1만9583명을 기록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중형급 조선소 소속 하청노동자들이 2008년 금융위기 때 구조조정됐기 때문이었다. 박찬임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노동리뷰> 9월호에 기고한 '조선산업의 원하청구조'를 보면 중형급 조선소에서 구조조정된 노동자들은 빅3 대형조선소가 해양플랜트 사업 부문을 확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형조선소 사내하청사업체로 갈 수 있었다.  
해양플랜트의 설계-조달-시공 부문 중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춘 부문은 시공부문으로써 대형 조선소에서는 이 부분에 하청인력을 대거 투입했다는 것. 
지속하는 저유가, 속 타는 조선업 
 
하지만 이러한 호시절은 2014년 하반기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사라졌다. 저유가가 지속하면서 해양플랜트 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해양플랜트 생산으로 적자가 나지 않으려면 유가가 배럴당 최저 60달러 전후는 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배럴당 30달러 선까지 곤두박질치면 석유를 시추할 이유가 없다. 작업을 하면 할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유가는 40~50달러대를 유지하다 12월에는 배럴당 40달러 선이 깨졌다. 이러한 저유가 기조는 지속한다는 게 중론이다.  자연히 해양플랜트 관련 발주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적자가 나는 구조인데 굳이 시추선 등을 구입해 사업을 벌일 필요가 없다. 실제 2015년 해양플랜트 수주는 삼성중공업의 FSRU(floating, storage, re-gasification Unit, 부유식 가스저장재기화 설비) 단 한 척에 불과하다.  
 
더구나 건조한 드릴십도 여러 트집을 잡으며 인양을 꺼리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드릴십 2척을 예정대로 인도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다. 한국 조선 산업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다. 
 
"내년 조선업 1만 명 이상 하청 노동자가 해고된다" 
 
문제는 2016년이다. 전문가들은 조선업에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박종식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은 "내년에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과 거제에서 1만 명 이상의 하청 노동자가 해고될 것"이라며 "급격히 늘린 해양플랜트 사업이 위축되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진행되는 '기성후려치기'로 벌어지는 하청업체 폐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물량이 바닥을 보이면 하청노동자들을 구조조정 한다는 것. 현재 업체가 폐업될 경우, 그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다른 업체로 이직하든가, 다른 사장을 업체에 앉히는 식으로 하청노동자수는 어느정도 유지되고 있다. 
 
박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형조선소를 제외한 군소 조선소 대부분이 망하면서 거기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현재 현대중공업과 대우해양조선의 해양플랜트 하청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런 그들이 또다시 길거리로 나앉게 될 판이다"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과거에는 하청노동자들이 조선 빅3에서 구조조정 되면 군소 조선소에 취업해서 일하면 됐다"며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이들마저도 망하면서 해고된 하청노동자가 갈 곳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