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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고시촌 '노량진'과 '신림동'…'방값'이 다른 까닭

여행가/허기성 2016. 1. 11. 09:06

같은 고시촌 '노량진'과 '신림동'…'방값'이 다른 까닭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고시촌 전경

서울의 대표적인 고시촌인 동작구 노량진과 관악구 신림동의 부동산 시장이 서로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공무원·임용고시 학원 등이 밀집한 노량진은 학원생들 수요가 커지면서 상권과 원룸·오피스텔 시장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신림동의 부동산시장은 2009년 로스쿨 도입과 사법고시 폐지 움직임 등으로 고시생 수가 줄어들면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 9일 찾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 일대는 7·9급 일반직 공무원과 소방·경찰 공무원, 임용고시 등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방문객들로 붐볐다.

컵밥·볶음면·닭꼬치 등 길거리 음식을 비롯해 대부분의 물가가 싸다는 노량진이지만 딱 하나 비싼 게 있다. 집값이다.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젊은이들은 물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공무원 학원으로 몰리자 일대 고시원과 원룸도 성업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노량진 일대 원룸은 10㎡(이하 전용면적)당 보증금 500만원에 월 임대료 50~70만원 수준이다. 물론 역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크기 등에 따라 월 임대료는 5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다만 이전에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 임대료 60만원 수준이면 깨끗하고 역세권에서 가까운 원룸을 구할 수 있었지만 요즘엔 월 임대료를 70만원까지는 생각해야 집을 구할 수 있다. 전세는 거의 없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소 설명이다.

M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얼마전에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인 메가스터디타워가 오픈하면서 공실이 500호가 넘게 나와서 이 일대 사람들이 이제 원룸 시장 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다 찼다고 한다"며 "올해 유난히 학생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대학동 고시촌 전경

반면 한때 '사법고시의 메카'로 불렸던 관악구 대학동 고시촌은 원룸이나 상업시설 모두 한산한 분위기다. '녹두거리'에는 식당과 술집 등 유흥시설들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저녁 시간이 다 돼도록 문을 열지 않은 곳도 있었다.

이곳의 변화는 로스쿨 제도 도입과 2017년 사법시험 폐지 등으로 고시생들이 신림동을 떠나면서부터 시작됐다. 강의실이 모자라 신축 건물을 짓고 대형 TV를 통해 수업을 진행할 정도로 성업하던 대형 학원들은 규모를 줄이거나 폐업했다. 학생들의 끼니를 책임지던 '고시식당'도 남아있는게 많지 않고 헌책방은 폐업한 지 오래다.

고시생이 떠난 고시촌에는 취업준비생이나 저소득 근로자들이 대신하고 있지만 요즘에는 회사원이나 학생들도 고시촌보다는 지하철2호선과 가까운 서울대입구역이나 낙성대 인근에서 원룸을 구한다는 게 이곳 공인중개소 관계자들 설명이다.

때문에 몇년 전만 해도 보증금 500만원에 월 임대료 40만~50만원을 받던 이 곳 원룸들은 현재 보증금 100만원에 월 임대료 30만~35만원 수준일 정도로 저렴해졌다. 이마저도 수요가 없다.

인근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사람들이 줄면서 방값도 많이 떨어졌고 전세도 있는데 살 사람이 없으니 잘 안 나간다"며 "한 때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붐비던 곳이 이제는 조용한 도시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