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저조한데 반강제 정리라니… 자투리펀드 투자자 '울상'
1년 수익률 -4%로 저조… 임의해지 투자자 큰 손실
자기자본 투자여력 부족… 중소 운용사도 타격 클듯
지난해 5월 일본 스몰캡펀드에 가입한 A씨는 최근 증권사로부터 금융감독원 지시사항으로 이달 말까지 해당 펀드를 해지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 펀드의 설정액은 15억원으로 금융당국이 진행하는 소규모 펀드 정리 대상이다. A씨는 "오는 17일까지 자발적 해지를 하지 않으면 이달 말 강제 청산 후 투자금이 입금된다고 통보 받았다"며 "장기투자로 최대한 이익을 끌어올릴 계획이었는데 반강제적으로 펀드를 해지하게 돼 속상하다"고 말했다.
소규모펀드 정리 기한이 이달 말로 다가오면서 최근 자산운용사들이 소규모 펀드를 정리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연초 글로벌 주식시장의 급락으로 펀드 성과가 대체적으로 저조해 마이너스 수익률로 임의 해지되는 펀드의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에 제출한 소규모펀드 정리계획에 따르면 운용사들은 이달 말까지 406개의 펀드를 5월까지 추가로 175개의 펀드를 정리해야 한다. 소규모펀드는 설립 후 1년이 경과한 공모펀드 중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인 경우다. 운용사들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581개의 펀드를 임의해지(238개), 펀드합병(19개), 모자형 전환(108개), 판매확대(216개) 등의 방법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만약 이달 말까지 정리계획을 이행하지 못해 소규모 펀드가 일정 개수(정리계획에 따른 목표치로는 7.8개) 이상일 경우 신규 펀드 출시가 제한된다. 금융투자협회 펀드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소규모 펀드였다 해소된 펀드는 총 215개로 집계됐다. 임의해지가 153개로 가장 많았고 설정액 50억원 초과가 46개, 모자형 전환이 16개로 뒤를 이었다. 회사별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10개로 가장 많이 정리했고 한국투자신탁운용 28개, 현대자산운용 14개, 유리자산운용이 12개로 나타났다.
운용사들은 여전히 소규모 펀드 해지가 어렵지만 금융당국의 반강제적 정리 요구에 따라 올 들어 판매사들에 강력하게 이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소규모 펀드 해소 현황을 보면 설정액 50억원 초과는 18건에 불과하고 임의해지와 모자형 전환은 한 건도 없었다. 한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이달부터 해지되는 펀드들이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일부 특화 펀드의 경우 기한 내 투자자 모집에 실패하면 자기자본이나 계열사 자금을 투입해 설정액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운용사들은 이달 말까지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중소형 운용사 관계자는 "대형사와 달리 중형사는 자기자본을 투자할 여력이 없어 소규모펀드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라며 "설정액이 작은 펀드들을 주로 운용하는 일부 소형 운용사의 경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 급락으로 펀드 시장도 타격을 받아 소규모 펀드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정리 대상이 되는 자투리 펀드는 수익률과 관계없이 설정기간과 설정액 규모로 정해지기 때문에 최근 수익률이 큰 폭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임의 해지될 경우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소규모 펀드 1,294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평균 -4.12%로 집계됐다. 6개월 수익률은 -6.71%로 더욱 저조하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하필 시장이 안 좋은 상황에서 임의 해지된다는 소식에 억울함을 토로하는 투자자들도 있지만 유사한 펀드로 갈아타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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