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전세’ 속출하기 전 ‘1가구 2주택’ 규제 풀라
KB국민 등 5대 대형은행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작년 말 23조6636억 원에서 3월 25조6315억 원으로 1조9679억 원 늘었다. 집주인들이 수천만∼수억 원씩 전세금을 껑충 인상하면서 세입자들의 은행 빚만 불어났다. 계약이 끝나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깡통 전세’ 피해도 앞으로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한 임차 가구도 6일 4681가구로 전년보다 90%나 늘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집값 하락 기대로 전세를 택하는 수요가 급증했다. 그러다 보니 월세 전환이 늘고 전세금이 실제 집값의 턱밑까지 치솟았다. 전세 품귀로 전셋값이 매매가의 90%까지 급등한 곳도 많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억2647만 원, 서울은 사상 처음 4억 원을 돌파했다. 폭등하는 ‘미친 전세금’은 가계 빚 증가와 소비 침체로 이어져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고령화, 일자리 감소, 양극화와 함께 경기 침체의 4대 주범으로까지 꼽았다.
총선 결과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바뀜에 따라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세입자가 계약 연장을 요구하는 것)을 도입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이 힘을 받게 됐다. 국민의당의 선택에 따라선 이 제도의 도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나 거래 자율에 제한을 가하는 반(反)시장 정책은 오히려 전세를 구하는 사람만 힘들게 만들 수 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야 집값도 안정되고 전세도 늘어날 것이다. 임대주택 건설에는 시간이 걸리니 1가구 2주택 보유자에게 과감하게 양도소득세 인하와 같은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월세 전환을 택하는 세입자들을 위해 월세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세제 혜택도 과감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 서민 생계를 압박하는 주거 문제의 해결 없이 복지국가를 말할 순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전세금의 이상 폭등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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