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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파트의 고공행진

여행가/허기성 2016. 5. 21. 19:15

작은 아파트의 고공행진

 

옛날 어머니가 자녀들의 옷을 살 때는 품이 헐렁하고, 소매가 긴 것을 샀다. 2~3년 입힌 뒤 동생에게 물려주기 위해서였다. 요즘 며느리들이 자녀들의 옷을 살 때는 딱 맞는 것을 산다. 물려줄 자녀도 없지만, 해마다 유행이 바뀌어 입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집은 오목조목 쓸모 있고, 양지바른 마당 넓은 집이었으나, 요즘 며느리들이 좋아하는 집은 돈 적게 들고, 학교와 직장이 가까운 새로 지은 작은 집이다. 따라서 매매가 되건, 전. 월세가 되건 교통 좋은 작은 집은 씨가 말랐고, 건설사들도 3년째 작은 집만 분양하고 있다.
 
그렇다면 큰 집이나 큰 사람은 어찌해야 할까? 큰 집은 경기회복이 문제다. 10년 가까이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집만 큰 것 갖고 있을 뿐, 노후문제는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2000년 중반에 큰 집 산 사람들은 30~40% 정도 손해를 보고 있음이 사실이고,
 
주택도 사람과 같은 것이어서 세월 앞에서는 맥을 못 추더라. 아무리 새것일지라도 5~6년 지나면 헌 것 되기는 마찬가지 아니던가. 사람은 55세가 되면 다른 일을 시작하기엔 늦고, 그만두고 놀기엔 아쉬운 나이가 되며, 주택은 20년이 되면 재건축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 50년이나 주택 20년이나 비슷하리라.
 
60세가 되면 50대라 우기면서 청바지만 입고, 65세가 되면 전철에서 자리 양보 받는 걸 싫어하게 된다. 70세가 되면 길흉사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고, 75세가 되면 젊고 예쁜 사람을 보면 지난 세월이 원통할 뿐이다. 80세가 되면 글을 두 번 읽어야 이해가 되고. 85세가 되면 뛴다고 생각하는 데 걷고 있다.
 
90세가 되면 주민등록 번호도 잊어버린다. 95세가 되면 한국말도 꼭 통역을 해 달라하고, 100세가 되면 산에 있으나 집에 있으나 마찬가지가 된다. 주택도 지은 지 30년이 되면 두 번을 수리하던지 부셔야 하고, 40년이 되면 철거비가 무서워 버려야 한다.
 
거래자체가 없는 큰 집은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세상사 모든 일은 시소와 같은 것이어서 올라가면 내려올 때가 있고, 내려가면 다시 올라올 때가 있다. 3~4년 후면 큰 집도 웃을 날이 있을 것이니 그리 알고 기다리자. 큰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전세가 워낙 귀하다보니 큰 집도 건드리더라.
 
요즘 60~70대 이상과 40~50대는 재테크 방법이 다르다. 60~70대 이상은 느긋하지만, 40~50대는 마음이 급하다. 자녀들 학교 마치고 결혼시킬 일이 꿈만 같으리라. 그래서인지 중년 세대 중 집이 있는 사람으로서 여윳돈이 있는 사람들은 노후대비랍시고 전세 끼고 집을 사거나, 대출 안고 집을 사는 사람이 열에 일곱이다.
 
40~50대가 늘 작은 집을 사서 세를 놔버리기 때문에 작은 집값은 계속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2~3년 전부터는 전. 월세에 진절머리가 난 젊은 세대들이 작은 집을 사서 수리해 살고자 해도 집이 없다. 결국 실수요자들은 길이 멀더라도 신규아파트를 분양받을 수밖에,
 
신규아파트도 수분양자 중 절반은 월세수익을 위해 분양받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작은 집을 찾아 전. 월세를 사는 사람들의 숫자에는 한계가 있다. 2~3년 후에는 전. 월세수요가 전혀 없어 공실이 생길 수 있다. 그때는 보증금 없이 순수 월세로 살라 하지 않을까?
 
이웃나라 일본의 주택문제가 바로 우리나라의 주택문제가 될 수 있다. 일본은 현재 있는 집의 14%가 빈집이다. 이게 사회문제가 되자, 빈집을 관리하는 관청까지 생겼다. 10년 후에는 우리나라도 그럴 수 있고, 사실상 빈집은 재산가치가 없어져서 큰 손해를 볼 수 있게 된다.
 
지금 주택임대 10집 중 4집은 월세다. 전세는 2년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3분의 1 정도가 월세로 바꿔지고 있다. “전세>반전세>월세”순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보증금은 월세 사고를 담보하기 위해 받고 있지만, 물량이 넘치면 머지않아 보증금 없이 월세만 먼저 내면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으리라.
 
앞으로 주택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공급과잉에 따른 우려를 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월세 놔서 노후 대비하려고 집 샀다가 머지않아 공실이 될 수 있으니 투자로 작은 집을 사는 일은 신중을 기하자. 대가족에서 핵가족화를 지나 1인 가구 시대로 변하고 있음은 사실이나, 수요를 받쳐줄 인구가 없어 장래를 점치기 어렵다.
 
그러나 대학생·신혼부부·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공급하는 행복주택에 입주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가좌지구에서 분양하는 362세대 지원자는 1만7180명으로 47.5대 1을 기록했다. 역시 작은 집은 귀한 몸이 돼버렸고, 1인용 작은 집, 2인용 작은 집은 탤런트 송중기보다 인기가 좋다.
 
아파트 때문에 떨고 있는 곳도 있다. 9,900명의 공무원이 분양을 받은 세종시는 그 중 6200명만 입주 했다. 나머지 3700명은 어디로 갔을까? 불법전매한 후 실속 챙겨 숨어 있겠지. 수사의 손길은 목을 조여 오고 있다. 거래를 알선했던 중개업소 왈, 돈 싫다는 사람 있대유?
 
큰 아파트는 잠을 자고, 작은 아파트는 불티나게 팔리고, 월세대상 아파트는 날마다 늘어나는 세상이다. 하지만, 금년 들어 부동산시장은 전반적으로 꼼짝 않고 있거나, 값이 내리는 실정이다. 청산은 그대로 있는데 어찌 흰 구름만 오락가락 하는가? 구름이 끼면 낮게 보이고, 걷히면 높게 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