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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로는 내 땅" 제주 농촌 땅값 폭등에 분쟁 속출

여행가/허기성 2016. 7. 4. 18:35

 

 

"이 도로는 내 땅" 제주 농촌 땅값 폭등에 분쟁 속출

'김녕 빌레왓길' 등 소유권 소송..콘크리트로 도로 막기도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제주 농촌에서 도로 소유권을 주장하는 분쟁이 속출하고 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4일 제주지법 제2민사부 판사들이 제주시 구좌읍 '김녕 빌레왓길'로 지정된 한 마을 도로를 찾았다. 김녕리 마을주민들이 100년 넘게 농사지으러 다니던 길 1㎞ 구간에 대해 새로운 토지주가 나타나 소유권을 주장하자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 등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임순자씨가 자신의 밭으로 가는 길목을 돌과 흙으로 막아놓은 곳을 걷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애초 국가 소유였던 일대 도로와 주변 자투리땅 6만5천㎡는 1930년 일제의 수탈을 막으려고 당시 이장 명의로 등록, 이전됐다.그러다 이장의 자손이 2008년 임의로 이 땅을 타인에게 수억원에 팔아버리며 문제가 발생했다.

 

땅을 사들인 새 소유자는 길 일부 구간을 토지로 활용하기 위해 매립했고, 다른 일부 구간은 길로 사용하고 싶으면 주민들이 매입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 때문에 오랜 기간 이 길을 이용했던 주민 60여명은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해 생계에 지장을 받게 됐다. 임순자(73·여)씨는 "큰 도로에서 100m 안쪽 밭으로 가는 길목이 지난해 말 돌과 흙으로 매립돼 1m 이상 높아지는 등 길이 막혀 버려 경작지로 농기계를 끌고 갈 수 없게 됐다"며 "농사 포기는 물론 경작지가 맹지가 돼 쓸모없는 땅으로 변해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길은 김녕권역 농촌마을 종합개발계획에 따라 김녕 빌레왓길로 지정한 곳이기도 해 관광객들의 탐방로까지 막힐 처지에 놓였다. 제주시 한림읍에서도 오래전부터 도로로 사용되던 토지에 대해 인근 토지 소유자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해 말 이 마을 안길 인접 토지주가 자신의 땅에 대한 지적경계를 측량해 본 결과, 일부가 도로에 편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토지주는 길에 콘크리트 벽을 만들어 가로막아 허가 없이 다닐 수 없도록 했다. 제주시가 주민들의 통행권 확보를 위해 해당 토지를 매입하려고 나섰지만, 토지주는 협의 매수에 응하지 않았다.

 

제주도에 따르면 토지주가 도로에 편입된 토지 반환을 주장하거나, 돌담 등으로 나뉜 실제 토지 경계와 지적 상의 경계가 달라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농촌 토지는 19만8천711필지로 나타났다. 도는 올해 제주시 한림읍 명월지구 949필지와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지구 952필지 등에 대한 지적 재조사 사업을 우선 시행하는 등 연차적으로 지적을 재조정키로 했다. 도 관계자는 "과거 농촌 지역은 부동산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헐값이어서 토지주들이 도로로 쉽게 내주거나 일부 도로를 대표자 명의로 두는 등 관리를 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과거에는 문제없었던 일들이 법적 분쟁으로 불거지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