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단독주택의 화려한 부활
낡은 단독·다가구주택 등을 허물거나 비어있는 땅을 활용해 저렴한 임대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집주인 리모델링’ 사업이 인기다. 지난해 발표 당시엔 낮은 사업성과 긴 임대기간 등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일부 노년층에겐 효자 상품이 되고 있다.
1차 시범사업 경쟁률 4.47대1... 2차 사업 신청 올 말까지 받아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 사업은 노후 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기존의 노후 단독주택을 허물고 대학생이나 독거노인을 위한 1인 주거형 다가구주택으로 리모델링하면 정부가 최대 2억원을 연 1.5%로 저리 융자해 주는 형태다. 리모델링한 집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임대 운영을 맡길 수 있어 임대를 놓기 위해 힘들이지 않아도 된다. 공실 위험은 LH가 부담해 만실 기준 임대수익을 매월 집주인에게 확정 지급하는 형태다.
이 같은 요소가 부각되면서 지난해 1차 시범사업 80가구(약 500실)에 대한 사업 신청 접수 결과 총 358명이 신청해 4.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차 시범사업 대상을 1차보다 4배로 늘린 320가구(약 2000실)로 확대했다. 2차 시범사업 신청 접수는 올해 말까지 상시 진행된다.
10년 이상 단독·다가구가 대상
집주인 리모델링 사업은 준공 후 10년이 지난 단독·다가구주택이나 건축물이 없는 공지(空地)의 소유자가 대상이다. 국토부가 최근 내놓은 ‘2016년 주거종합계획’에선 원룸 등 1인 거주형 기존 건물을 부분 리모델링하거나 점포주택으로 신축하는 경우도 이 사업 대상에 포함됐다. 1층은 상가로 임대하고 나머지는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게 가능해진 셈이다. 다만 사업을 신청한다고 해서 모두 다 사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신청자를 대상으로 정부가 신청자 연령, 신청 주택의 입지 등을 평가를 하는데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만 사업자가 될 수 있다.
우선 이 사업은 기본적으로 고령자(은퇴세대)를 우대한다. 또 1주택자이면서 1순위 담보설정이 가능해야 한다. 빚이 있어 이미 담보물로 설정돼 있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또 소득이 적을수록, 임대 공급 가능 호수가 많을 수록 우수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입지 평가도 진행된다. 아무 곳이나 임대수요가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생이나 독거노인 등 1인 주거형 임대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일 수록, 교통 편리성 등 접근성이 좋을 수록 유리하다.
사업자로 선정되면 사업 방식을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연금형과 자산형이다. 연금형은 집주인이 선택한 임대기간(12년, 16년, 20년) 동안 발생할 임대료 수입이 설계·공사비 등 총 사업비용보다 커 수익을 연금처럼 매월 지급받는 형태다. 연금형이어서 나이가 많은 은퇴세대가 주로 관심을 갖는 사업 형태다.
자산형은 임대위탁기간이 8년 또는 10년으로 짧은 게 장점이다. 상대적으로 빨리 신축 다가구주택의 대출 상환을 할 수 있고, 매각해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형태다. 하지만 자산형은 임대기간에 발생하는 임대료 수입이 총 사업비용보다 작아 융자금상환 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다만 임대기간에 융자금의 65%를 분할상환하고, 만기에 나머지 35%를 일시에 상환하는 혼합상환 방식이 허용돼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 따라서 집주인은 12년 이상의 장기 임대가 필수적인 연금형과, 대출금 상환이 상대적으로 빠른(10년 이내) 자산형 사이에서 본인에게 더 적합한 수익 모델을 선택하면 된다.
1차 시범사업 80가구의 경우 50명이 12년 이상 장기임대(연금형)를 통해 수익금을 수령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50대 이상 집주인의 83%가 월수입이 100만원 미만”이라며 “이 사업을 통해 향후 안정적인 임대소득으로 생활비 마련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건축설계와 시공방식은 78%가 ‘LH 지원방식’을 선택했다. LH 지원방식은 집주인보다 LH가 주도적으로 건축사와 시공사 선정 과정을 지원하는 형태를 말한다. 또 LH가 임대기간 동안 임차인 모집과 임대료 수납, 융자금 분할상환 등을 대행하면서 만실 기준으로 확정 수입을 지급해 집주인 스스로 임대사업을 하는 것보다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반면 ‘협의방식’은 집주인이 리모델링을 주도하는 형태다. 건축 경험이 없는 집주인이라면 건축사와 시공사 선택에 있어 안정감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 여기에 ‘자녀지원형’까지 고를 수 있다. 1차 시범사업 때는 리모델링한 집에는 집주인이 거주하는 공간에서만 자녀가 함께 살 수 있었다.
1차 사업 신청자 60% 이상 연금형 선택
임대주택으로 공급되는 원룸에 자녀가 거주하기 위해서는 다른 임차인들처럼 LH의 심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자녀지원 형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사업’을 선택하면 집주인과 LH가 임대 위탁계약을 할 때 임대주택 중 일부에 자녀를 우선 선정하도록 특례를 둘 수 있다.
자녀는 임대료를 납부하지 않고 거주할 수 있지만 대신 부모가 LH로부터 받게 되는 임대료 수익은 줄어들게 된다. LH가 자녀가 거주하는 부분만큼 수익을 공제해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녀 거주형의 경우 수익은 줄지만 자녀에게 주거공간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라며 “집주인 입장에서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사업을 통해 임대사업을 한다면 임대료는 얼마나 될까. 국토부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수도권 전용면적 99㎡ 단독주택을 개량해 6실을 20년 간 임대(시세 40만원 가정) 할 경우 매달 월 65만원가량의 순수익을 얻을 수 있다. 1차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A씨(서울 은평구)의 사례를 보자. A씨는 1층짜리 단독주택(187㎡)을 4층짜리 7실 규모의 다가구주택으로 신축했다. 4층은 자신이 쓰고 1~3층 6실은 임대하고 있다. 임대료가 매달 212만원씩 들어오는데 여기에서 매달 공사비 대출 원리금 상환금(107만4000원)과 LH의 임대수수료(10만 6000원)를 빼면 93만원가량이 남는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개별 사례이고, 시뮬레이션 결과일 뿐이다. 이 사업을 한다고 무조건 ‘돈’이 되는 건 아니다. 재건축 비용이 많이 드는 경우엔 임대수입보다 대출상환금이 더 많아 확정 수입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 임차인을 받아도 임대수입은커녕 매달 수십만 원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셈이다.
전·월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수요는 충분한데 사업자가 굳이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본인이 직접 대출해 리모델링을하면 더 많은 임대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더라도 1차 시범사업자인 A씨처럼 낡은 주택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면 이 사업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은퇴세대의 경우 목돈을 마련하거나 은행 대출을 통해 본인이 직접 리모델링하기도 쉽지 않다”며 “그러나 이 사업은 LH에 맡길 수 있고 많지 않지만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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