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내항, 공공개발로 가닥 잡나
"공기업 참여" 주민 요구 설득력 얻어 … 해수부 "빨리 진행하겠다" 변화조짐
랜드마크 vs 시민공간개발그림 놓고 입장차
인천내항살리기 대책위원회 등 주민 7만2000여명의 국회 청원으로 시작된 내항 재개발이 10년을 맞았다. 이후 2009년 내항 1·8부두 복합 문화공간 조성안이 제시됐지만 줄곧 사업성을 이유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한때 주상복합건설이 사업성을 높여줄 사업으로 제안됐지만 다른 부두들의 항만기능 유지를 감안할 때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
국회 청원 이후 10년째 내항 1·8부두는 민간 사업자 선정에 난항을 겪으며 끊임없이 논의만 되풀이 되고 있다. 2015년 4월에 이어 2016년 5월 두 차례 걸쳐 내항 1·8부두 사업시행자 공모가 진행됐지만 모두 유찰됐다. 9일 오후 2시 인천 중구 한중문화관에서 (사)인천항미래희망연대 주최로 내항 재개발 및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주민 홍보 강연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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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서는 내항을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등에 버금가는 관광지로 개발하자는 데 주민들의 관심이 쏠렸다. 성공적인 내항 재개발을 위한 주민들의 열망이 담긴 셈이다.재개발 지역인 내항 1·8부두는 28만6395㎡ 규모다. 해양문화관광지구 53%, 공공시설지구 47% 등으로 시민창작센터, 컨벤션, 소호갤러리, 키즈랜드, 영화관, 주차장, 공원, 선상박물관 등이 계획됐다.
최근 해양수산부는 '제2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을 내놓고, 2020년까지 내항 1·8부두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업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 하다. 민간개발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손 놓고 있었던 해수부, 내항을 개발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돼야 하는 시점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수 십년 동안 중구 도심 한 가운데 고철을 실은 화물차들이 지나다니면서 인근 주민들은 날림먼지와 소음으로 고통을 입었다"며 "내항이 바뀌지 않고 중구에 희망이 없다. 이제라도 내항 재개발이 하루 빨리 이뤄져 중구가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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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내항 재개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주민들의 여론을 의식한 듯 개발 방식에 변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실상 민간 개발이 불가능해진 내항 재개발 사업이 공공개발 방식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민간 손 떠나나
제2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내항 1·8부두를 개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해양수산부가 공공개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해수부는 민간사업자 선정이 잇따라 실패하자 올해 2월 항만재개발을 위해 MOU를 체결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참여한 가운데 인천시, 인천항만공사(IPA)가 재개발 방향을 논의하도록 했다. 사실상 LH, 시, IPA가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히게 되면 내항재개발은 본격 추진될 수 있는 셈이다.이에 따라 해수부는 인천 내항 마스터플랜을 위한 용역비로 7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시도 여기에 3억 원을 추가로 투입해 범위를 내항에 주변 원도심까지 확대하는 내용으로 협의를 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에서 내항 1·8부두를 2020년까지 진행한다고 했지만 될 수 있으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기관 간 입장차가 조율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내항 1·8부두 공시지가는 약 1500억 원으로 예상된다. 매입 혹은 임대 방식이건 높은 사업비, 혹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결국 공공기관 참여를 주장해 왔던 주민들의 요구가 설득력을 얻게 된 셈이다.
▲개발 그림은 어떻게
내항 재개발 필요성을 놓고 지역 구성원들이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개발 그림은 각기 다르다.
중구 주민들은 원도심 활기를 띠기 위해서는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조성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호텔, 스포츠 콤플렉스 등 대규모 집객 시설을 요구하고 있다.
김홍섭 중구청장은 "중국의 13억 인구, 수도권 2500만 인구를 인천 내항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내항 이라는 원석을 잘 다듬어 인천을 대표하는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또 다른 전문가들은 내항을 모든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돼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주변 상권을 보호하고, 누구나 인천 바다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정철 인하대학교 교수는 일본 요코하마의 야마시타항을 좋은 사례로 언급했다. 요코하마 내항인 야마시타항 일부가 공원으로 조성됐는데, 모든 주민들이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내항이 갖고 있는 역사성과 정체성을 유지하고, 신포시장 등 주변 지역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돼야 한다"며 "대규모 개발 형식은 지양하면서 친수공간처럼 모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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