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 살려야 경제도 산다…분배개선 '방점'
"1분위 소득 감소로 경제 역동성 약화…재정정책 타깃은 저소득층"
최저임금·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 보상체계 개선에도 힘 실릴 듯
정책팀 = 문재인 정부 첫 경제 수장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내정되자마자 적극적 재정정책 중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통상 재정당국 수장이 재정건전성 등을 이유로 '나라 곳간'을 여는 데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꽤 이례적인 모습이다.
김 부총리 경제정책 방향은 이처럼 적극적인 재정을 앞세워 저소득층 소득 기반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경제 활력을 높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저소득층 소득 지원은 일회성에 그치기보다는 최저임금, 육아휴직급여 등 근본적인 사회보상체계의 개선까지 포함한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재정 확대에 따른 재정 건전성 우려를 두고는 위기 때 돈을 쓰는 것이 맞는다며 적극적 재정정책 의지를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 재정정책 필요성 인정…타깃은 저소득층
김 부총리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저금리 저물가 시대에 재정정책의 효과성은 여러 군데서 입증되고 있다"라며 "재정은 정책 대상을 타겟팅해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부총리가 언급한 재정정책 대상은 바로 경기위기 직격탄을 맞은 저소득층이다.
그가 자신 비전을 '사람 중심 지속 성장 경제'라고 강조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김 부총리는 "최근 가계소득·가처분 소득 증가율이 굉장히 떨어지고 있다"며 "1분위 소득이 뒷걸음질 치면서 경제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어서 이 부분에 재정정책 중점을 두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위 20%인 1분위 가구 월평균 소득은 전년보다 5.6% 뒷걸음질 쳤다.
반면 5분위 소득은 2.1% 증가하면서 계층 간 소득 격차는 더욱 커졌다.소득 재분배를 위한 정부 정책이 쏟아졌지만 저소득층 소득이 더 많이 줄면서 지니계수,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등 분배지표들도 일제히 악화했다.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 소득 감소는 결국 내수에 타격을 주는 요인이 됐고 경제 활력까지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 김 부총리의 판단이다.
김 부총리는 "우리 경제사회 문제를 요약하면 저성장 고착화와 양극화 심화로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성장 잠재력을 개선할 수 없다"며 "공허하지 않은 양극화 정책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 '킹핀' 사회보상체계 손댈 듯…사회적 합의가 전제
저소득층 소득 기반 확충은 단기적 지원과 함께 사회 전반 보상시스템 개선까지 포함하는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는 "앞으로 구조적인 문제들, 보상체계나 거버넌스 해결 노력이 있지 않고서는 근본적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사회보상체계를 보면서 같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최근 출간한 책 '있는 자리 흩트리기'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킹핀' 이슈로 사회보상체계와 거버넌스 문제를 언급했을 정도로 이 문제에 많은 관심을 쏟아왔다.
볼링 '킹핀'은 한 개만 넘어뜨리면 나머지 아홉 개도 넘어뜨릴 수 있는 파급력이 있다.
사회보상체계는 인재와 돈 흐름을 결정하는 인센티브 체계를 뜻하는 것으로 김 부총리는 칼럼 등을 통해 우리 사회 보상체계가 노력 대가에 부합하지 못하다는 뜻을 수차례 피력해왔다.
거버넌스는 이런 사회보상체계를 만드는 절차와 규칙이다.
승자독식 구조 경제구조를 뜯어고치기 위해 우선 바뀌어야 할 대상이 바로 거버넌스라는 것이 김 부총리의 지론이다.
김 부총리 이런 정책 철학에 비춰보면 새 정부는 경제적 약자 사회보상체계를 보완하는 최저임금 현실화, 육아휴직 급여 인상, 청년임금 보조 등 정책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크다. 노력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설계된 인센티브 구조를 재정으로 보완해 청년·여성·비정규직 등 노동 의지를 살려내면서 동시에 정부 지원 없이 보상체계가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의 이런 정책 철학은 최저임금 인상 등 새 정부의 경제정책과도 상당 부분 맞닿아있다.
새 정부는 현재 시급 6천470원인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 40%에서 80%로 2배 상향하고 한도도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올리는 내용은 이미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에 포함돼 추진 중이다.
김 부총리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임금을 정규직 80%까지 올려야 한다는 지적에 "공공기관 비정규직 임금 인상은 직업훈련이나 사회보험 등을 통해 지원하도록 하겠다"라며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여러 측면에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 "쓸 때는 쓴다"…걸림돌은 재정 건전성
김 부총리가 재정정책에 강력한 의지를 표시하고 있지만 문제는 국가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어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새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2016∼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연평균 3.5%인 재정지출 증가율을 두 배인 7%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공약대로 지출 증가율을 7%로 확대하면 2020년 재정지출은 490조원까지 늘어나 당초 대비 47조원 가량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우리 국가 부채가 최근 빠른 속도로 늘고 있고 저출산 고령화, 4차 산업혁명 대응 등을 위해 재정 소요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중앙·지방정부 부채인 국가채무(D1)는 638조5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7.9% 늘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경제 성장률인 경상 성장률 전망치가 4.0%인 점을 고려하면 빚 증가 속도가 경제 규모보다 2배 가까이 빠르다.
빚 증가 속도는 2011년부터 줄곧 경상 성장률을 웃돌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저출산 고령화로 노인·여성 복지지출,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재원도 재정으로 계속 충당해야 한다.
김 부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재정 건전성 관련 의원들의 우려에 재정을 쓸 때와 거둘 때 타이밍이 중요하다면서 평소에는 재정의 곳간을 채우되 위기 때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 한국 경제 상황이 위기인 만큼 재정을 확대할 수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는 "(저에 대해) 재정건전론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2008년 청와대 (재정경제 및 경제금융) 비서관 하면서 국제금융위기 당시 재정 확대 정책을 썼다"며 "위기에는 돈을 쓰고 평시에는 곳간을 채우는 것이 재정이다.
지금 쓰느냐 여부를 판단하는 게 포인트"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현재 재정여건이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라고 평가하고 "국제기구 등에서 얘기한 것처럼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한데 그 내용이 굉장히 중요하다.
달성하고자 하는 정책 목표에 돈이 쓰이도록 신경을 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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