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떠난 강원도, 미분양 쌓이고 '마피' 아파트 속출
평창올림픽 후 시장 냉각기
상승기 주도하던 속초, 강릉도 매매가격 하락세
미분양 작년보다 68% 급증…입주단지 매물, 분양가 하회
평창 동계올림픽을 호재로 한동안 뜨겁게 달아오르던 강원도 부동산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들고 있다. 수년간 누적된 공급 피로감과 투자 수요 감소로 미분양 및 마이너스 프리미엄(매매가격이 분양가를 하회) 물량이 쌓이고 있다.
1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원도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4년 9월~2017년 11월 동안 39개월 연속 상승하다 지난해 12월부터 하락 전환했다. 지난 6월과 7월에는 하락률이 0.57%, 0.53%를 보이며 낙폭을 키우는 추세다. 지난해 집값 상승률 상위 10개 지역에 포함됐던 속초(6.48%)와 강릉(6.41%)ㆍ동해(5.93%)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각각 0.36%, 0.09%, 0.26%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미분양 문제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 6월말 기준 강원도 미분양 주택은 4729가구로 전월 대비 154가구(3.2%)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2816가구)과 비교하면 1913가구(67.9%) 급증했다.
분양 시장에서도 흥행 성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한토지신탁이 시행하고 한신공영이 시공해 강원도 고성군에 분양하는 '고성천진 한신더휴 오션 프레스티지'는 바닷가 바로 앞 오션뷰를 갖춘 브랜드 아파트에 중도금(60%) 전액 무이자 등에도 불구하고 청약에서 참패를 기록했다. 총 479가구 모집에 청약 신청은 228건에 불과했다. 현재 선착순 분양 중이지만 초기 분위기는 차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성은 이달 '고성봉포 코아루 오션비치(370가구)', 다음달 '고성아야진 푸르지오(817가구)' 분양도 남아있다.
올해 초 인기지역인 동해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동해'는 7개월째 선착순 분양이 진행되고 있다. 청약 당시 637가구 모집에 신청자는 294명에 불과했다. 현재 전용 84㎡ 일부 고층과 저층 물량, 나머지 가구의 30~40% 정도가 잔여물량으로 남아있다는 게 분양 관계자의 설명이다. 9억원에 육박하는 분양가(전용 114㎡, 8억8000만원)로 눈길을 끌었던 '힐스테이트속초센트럴'의 경우 모든 주택형이 순위 내에서 완판됐지만, 일부 오피스텔 물량이 남아 분양이 진행 중이다.
입주를 앞둔 단지에서는 마이너스프리미엄(분양가 대비 가격 하락=마이너스피) 매물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분양 당시 열기가 뜨거웠던 원주기업도시에서는 분양가 1억6900만원이던 '라온 프라이빗' 전용 59㎡가 1800만원 빠진 1억5100만원 매물이 등장했다. 같은 단지 전용 84㎡ 역시 마이너스 1500만원 안팎의 매물 수십여개가 대기 중이다. 이 단지는 오는 12월 입주 예정이다.
지난 6월 준공된 1243가구 규모 대단지 '원주 롯데캐슬 더퍼스트'도 마이너스피 매물이 속출했다. 전용 84㎡는 분양가 대비 1000만원가량 낮은 2억원 초반대 매물이 수십여개 나와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강원도는 올해 2월 평창올림픽을 전후로 투자 수요가 이탈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며 "기존에 없었던 교통 기반시설이 조성되는 등 호재 요인이 마무리되고, 실제 조성도 끝났다"고 평가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이어 "지방의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데다가 이슈가 소멸되고 추가적인 호재가 없어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북한 관련 호재가 언급되기도 하지만, 현재 수준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충북 등 부동산 경기 침체/공공주택 공급시기 조정 등 요청/
국토부 "2017년부터 필요조치 시행"
최근 서울 등 수도권과는 달리 지방의 부동산경기가 극심한 침체에 빠지자 지방자치단체들이 중앙정부 차원의 조치를 잇달아 촉구하고 나섰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상남도는 지난 3일 ‘미분양주택 지속 증가에 따른 건의’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와 미분양과 관련한 정부의 대책을 요구했다. 경남도는 국토부에 현재 추진 중인 공공주택 사업의 공급 시기를 조정하거나 연기하고, 사업규모를 조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는 6월 말 기준 경남의 미분양이 전국의 24%인 1만4896호로 집계됐다며 이 중 1776호는 준공 후 미분양으로 전월 대비 11.1%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충청북도도 최근 미분양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도시보증공사 등과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충북의 경우 6월 말 기준 미분양이 5288호 쌓인 상태로, 미분양이 5000호를 넘긴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충북도도 회의에서 거론된 공공주택 건설 속도 조절 등 미분양 해소 대책을 국토부에 요청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부산에서는 부산진구가 청약조정지역 해제를 국토부에 정식으로 요청한 바 있다. 작년 6·19 대책에서 부산진구와 기장군이 청약조정지역으로 편입돼 전매제한과 1순위 및 재당첨 제한 등 청약규제를 받아 왔으나 최근 부산지역 부동산 경기가 침체해 규제 완화 목소리가 높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의 미분양 등 주택시장 상황을 유의해서 보고 있다. 아직은 알려진 것보다 크게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난해부터 지방의 주택 사업 시기 조절 등 필요한 조치를 해왔고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대응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지방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5만2542가구로 전월(5만3가구) 대비 5.1%(2539가구) 늘었다. 이는 전체 미분양 물량(6만2050가구)의 84%에 달한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도 5월보다 455가구(4.4%) 늘어 1만712가구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수도권 미분양은 9833가구에서 9508가구로 3.3%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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