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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매에선 빌라ㆍ단독주택 없어서 난리죠

여행가/허기성 2008. 6. 10. 07:04
뜨거운 경매현장 기자가 직접 가보니…
뉴타운ㆍ재개발 감정가보다 높게 낙찰…고층 아파트 인기없어

서울 한남뉴타운 일대. <매경DB>
# 장면 1

"구로4동 ○○아파트 3층 301호에 입찰하신 분들은 앞으로 나오세요." 경매집행관의 말이 떨어지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갔다. 경쟁률은 무려 75대1. 감정가 8500만원짜리 59㎡ 아파트에 입찰자가 75명이나 몰렸다. 경쟁이 치열하니 낙찰가도 높아져 1억5391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감정가보다 80.8%나 높은 것은 물론이고 시세(1억4000만원)보다도 웃돈다.

너무 높지 않으냐고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 틈에서 경매 `고수`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한마디 했다. "재개발이 될 듯한데 매물로 나오는 게 없으니 시세보다 높게 낙찰가가 나오는 건 당연하지."

# 장면 2

입찰 마감을 10분 남겼지만 입찰봉투를 내려고 기다리는 줄은 점점 길어졌다. 당황한 법원 직원들이 사람들을 두 줄로 서게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입찰봉투를 넣는 상자가 가득 차서 더 이상 봉투가 들어가지 않았다. 따로 준비해둔 상자가 없어 입찰자들은 거의 우격다짐으로 상자에 봉투를 밀어넣었다.

입찰에 참가한 최성용 씨(58ㆍ가명)는 "경매를 시작한 지 6개월 됐는데 오늘처럼 봉투 넣기도 어려운 날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서울 목동 서울남부지법 1층 경매 법정. 경매참가자들이 몰려 법정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채 입구에서 서성이고 있다. <이승환기자>
◆ 뜨거운 부동산 경매 현장

= 29일 오전 9시 40분 서울 목동 서울남부지법 1층 경매법정. 법정 문이 열리려면 아직 20분 남았지만 40여 명이 문앞에 줄을 섰다. 여기저기 모여 경매정보지를 보며 웅성대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100명이 넘는다.

10시가 되어 문이 열리자 150여 석 되는 좌석이 금방 찼다. 집행관이 경매방법을 설명하는 동안 좌석 뒤쪽 빈 공간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30분 정도 지나자 법정 안에는 300여 명이 들어찼다.

현장에 동행한 강은현 법무법인 산하 부동산사업부 실장은 "요즘 재개발지역 물건이 인기를 끌면서 경매에 사람이 몰리고 있다지만 오늘은 유독 더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매 5계에 나온 물건은 31건. 평소보다 물건이 적지만 연립주택, 아파트, 대지, 공장, 오피스텔, 상가 등 거의 모든 부동산이 선보였다. 법정 입구에 게시된 물건 목록에서 `특별` 도장이 찍힌 3건이 눈에 띄었다.

입찰할 때는 보통 최저 경매가 10%를 보증금으로 낸다. 이전 경매에서 낙찰자가 포기하는 바람에 다시 경매에 나온 `특별` 물건은 주의 환기 차원에서 보증금을 20%로 높인다.

법정에 들어온 사람들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부터 주부, 중년 남성, 노인까지 다양했다. 아이를 등에 업고 경매에 나선 아줌마도 눈에 띄었다. 법정 한편에 물건명세서가 놓여 있지만 초보자들만이 서성거릴 뿐 이미 내용을 숙지하고 온 사람들은 적당히 주변 사람 눈치를 살피다 기일입찰표를 작성해 입찰상자에 넣고 낙찰 발표를 기다렸다.

자영업을 하다 2년 전부터 경매에 뛰어들었다는 김 모씨(63)는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고 환금성이 높은 빌라나 오피스텔 입찰에만 참여한다"며 "어제도 남부지법 경매에 다녀왔는데 사람들이 입찰가를 시세보다 높게 쓰는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날 31개 물건 중 19건이 주인을 만나 낙찰률이 61.3%나 됐다. 40% 이상이면 높은 낙찰률로 통한다. 유찰된 12개 물건은 통상 1개월 뒤 20% 낮아진 최저경매가로 다시 경매에 부쳐진다.

한 번 유찰돼 감정가 대비 80%인 1억4400만원으로 최저 경매가가 정해진 영등포구 신길동의 65㎡ 연립주택에는 46명이 몰렸다. 낙찰가는 2억7820만원으로 낙찰가율이 154.6%였다. 이 연립주택 시세가 2억5000만~2억700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시세보다도 비싼 것.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저층아파트 등에는 최소 10명 이상 입찰자가 몰렸고 낙찰가율은 100%를 넘었다. 멀리 제주, 속초에서부터 대전 등 방방곡곡에서 온 사람들이 전국을 휩쓰는 경매 열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강 실장은 "최근 경매에서는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저밀도 주택에만 사람들이 몰릴 뿐 토지, 공장 등은 외면을 받아 유찰되는 사례가 많고 고가 아파트 역시 큰 인기를 얻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 시세 조사 필수ㆍㆍㆍ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아야

= 경매가 인기를 끌면서 평소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가 내 집 마련을 위해 혹은 여윳돈을 운용하기 위해 경매법정에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나 곳곳에 암초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자칫 경매 물건을 어설프게 분석했다가는 수익은커녕 돈만 묶이고 손해만 볼 수 있다.

강 실장은 초보자라면 기본에 충실한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시세 조사와 문제점 분석이다. 감정가가 객관적인 가격이기는 하지만 간혹 시세가 감정가보다 낮을 수 있다. 덜컥 감정가만 믿고 가격을 써냈다가 시세보다 높게 낙찰받을 위험이 있다. 권리상 문제가 생기면 추가 비용이 들고 결국 손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토지비용이 추가로 드는지, 미확인된 세입자 전세보증금은 없는지, 공사비 부담이 없는지 등을 챙겨야 한다.

이번에 개봉동 ○○아파트 123㎡를 5억3671만원에 낙찰받은 정채운 씨(가명)는 "경매에 참여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초보지만 인근 부동산에 수차례 들르고, 동네 이웃에게 교도소 이전 등 호재를 귀담아 들었던 것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정씨는 시세가 6억원임을 파악하고 과감하게 도전해 입찰 다섯 번 만에 낙찰에 성공했다.

현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경매법정에 가보면 자신이 관심을 둔 물건에 사람들이 몰린다는 인상을 받으면 생각해둔 가격보다 높게 입찰가를 써내기 쉽다. 낙찰받을 수는 있지만 수익은 생각한 만큼 나오지 않는다.

강 실장은 "초보자들은 공부를 충분히 하고 경매법정을 여러 번 방문해 심지를 굳게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