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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50∼70% 수준 값싸게… 무주택자 내집 마련 ‘탄력’

여행가/허기성 2009. 8. 30. 09:35

 

보금자리주택 2012년까지 조기 공급
수도권에 총 60만가구…
전매제한 7∼10년으로 강화
생애 최초 주택청약제도 신설… 물량 20% 우선 분양

27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서민주거안정대책'은 보금자리주택 조기 공급과 무주택 서민을 위한 생애 최초 주택청약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땅값이 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개발해 주변 시세의 50∼70% 수준에서 아파트를 공급하고, 무주택 서민들의 청약 기회도 넓혀보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국토해양부 한만희 주택토지실장이 27일 과천정부종합청사 국토해양부기자실에서 보금자리주택 공급확대 계획 등을 포함한 서민주택공급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종덕기자



◆보금자리주택 조기 공급=


정부는 그린벨트를 풀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해 공급하는 공공주택 32만가구를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인 2012년까지 전부 공급하기로 했다. 그린벨트 내 보금자리주택은 당초 2012년까지 12만가구를 연 3만가구씩 공급될 예정이었으나 앞으로는 2012년까지 총 32만가구가 연 8만가구씩 분양되는 셈이다.

이렇게 늘어난 물량은 앞으로 1년에 2회씩 사전예약 방식으로 공급된다.
정부는 또 공공택지인 위례신도시에서는 공공주택 4만3000가구 중 2만2000가구를 보금자리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하고 내년 4월 중 2000∼4000가구를 시범물량으로 선정해 사전예약 방식으로 분양할 계획이다. 다만 위례신도시가 보금자리주택지구로 별도 지정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또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연 5만가구,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 사업 등을 통해 연 2만가구 등 총 28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도 차질없이 공급하기로 했다.

이 경우 수도권에서 2012년까지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 수는 당초 40만가구에서 60만가구로 늘어나게 된다.

◆강남 세곡 등 '반값 아파트'=

정부는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은 앞으로 시세의 50∼70%선에서 공급하기로 했다.

오는 10월 사전예약을 받는 보금자리주택 시범단지의 경우 서울 강남 세곡, 서초 우면지구 등 강남권 아파트는 시세의 50%선인 3.3㎡당 1150만원으로 사실상 '반값 아파트'로 분양한다. 또 수도권 하남 미사는 3.3㎡당 950만원, 고양 원흥 850만원으로 시세의 70% 안팎에서 분양할 계획이다.

대신 그린벨트 내 보금자리주택은 싸게 공급되는 만큼 투기방지를 위해 당첨자는 5년 동안 의무적으로 살도록 거주의무 기간을 부여했다.

또 전매제한 기간을 종전 5년(수도권 과밀억제권역 기준)에서 7년으로 강화하되, 시세차익이 30% 이상 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10년 동안 전매를 금지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 경우 10월에 공급되는 시범지구 가운데 시세차익이 30% 미만으로 예상되는 하남 미사와 고양 원흥은 전매제한 기간이 7년, 시세차익이 30% 이상 날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 세곡, 서초 우면지구는 10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전매기간 내에 지방 근무나 해외이주, 질병치료 등의 목적으로 매매가 허용되는 경우에는 주공 등 공공기관이 우선 매수하되, 시세가 아닌 분양가에 정기예금 금리만 더한 값에 매수해 시세차익이 계약자에게 돌아가지 못하게 했다.

정부는 또 보금자리주택 청약단계는 물론 입주 후에도 불법 통장거래와 불법전매, 실거주의무 위반 등 공급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도 철저히 단속하는 등 투기 관리 대책도 내놓았다. 특히 위법 적발시에는 2∼3년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3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함께 공급계약도 취소할 방침이다.

◆생애 최초 주택청약제도 신설=

정부는 신혼부부 등 사회 초년생들의 주택 공급을 돕기 위해 종전 신혼부부 특별공급제도를 개편해 전용 85㎡ 이하 보금자리주택(공공주택) 분양물량의 20%를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근로자들에게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가입 자격은 청약저축 2년 이상 가입한 근로자와 자영업자로 5년이상 소득세를 납부하고, 기혼(이혼 등의 경우는 자녀가 있는 경우)이면서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의 80% 이하인 사람, 주택구입 사실이 없는 무주택자가 대상이다. 또 장기 가입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납입금액이 600만원이 넘어야 청약할 수 있다.

정부는 이 제도를 신설하는 대신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은 종전 전체 중소형 공급물량의 30%에서 15%로 줄이고, 일반 공급분도 40%에서 35%로 축소하기로 했다. 다자녀 장애인 등에 대한 공급분(30%)은 그대로 유지된다.

근로자 생애 최초 특별공급을 받는 사람은 경쟁이 발생해 추첨에서 떨어질 경우 일반 공급분 청약자와 함께 다시 추첨기회가 주어져 당첨확률이 높아진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금도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된다. 보금자리주택을 분양받은 사람 중 부부합산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인 경우 분양가의 50% 이내에서 최대 1억원까지 5.2% 금리(20년 원리금 균등상환 조건)로 대출해준다.

 

“분양 받으면 로또” 청약자격 문의 급증

"강남에서 아파트 한 채가 10억원이 넘는데, 반값이라며 5억원에 주면 서민들에게 싼 건가요?"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세곡동의 한 슈퍼마켓 앞.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인 강남 세곡·서초 우면지구의 3.3㎡(1평)당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절반수준인 1150만원으로 잠정 결정했다고 하자 장을 보러 나온 주부 전모씨는 "주변 아파트보다는 싸다고 해도 집 없는 사람들에겐 그것도 버겁다"며 이렇게 반문했다.

반면 옆에 있던 슈퍼마켓 주인 이모씨는 "그래도 그 가격에 강남에서 집을 살 수 있다면 꿈만 같은 일 아니냐"며 "분양만 받으면 로또나 다름없는데, 전매제한으로 10년 넘게 묶여 있어도 당첨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가 2012년까지 수도권에 보금자리주택 60만가구를 공급하고, 강남 세곡 등 다음달부터 사전예약에 들어가는 4개 시범지구의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50~70% 수준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정부가 서민용 주택을 많이 공급하기로 한 점에는 반색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강남·서초 등 요지는 시세 자체가 높아 절반으로 깎아도 서민들에겐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나왔다.

세곡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인근 수서동의 30평대 아파트가 13억원까지 가는데, 평당 1150만원이면 강남에서 15평짜리 빌라 값도 안되는 수준"이라며 "돈 없는 사람들한텐 이것도 그림의 떡이지만 주변 시세를 감안하면 매우 싼 편"이라고 전했다.

우면동의 한 부동산업자도 "정부에서 그린벨트 풀어서 하는 거라 싸다니까 관심은 많은 것 같다"며 "청약 1순위 요건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꾸준히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인근 주민 전모씨는 "과거에도 반값 아파트 짓는다고 하다 흐지부지되지 않았느냐"며 "정부 발표대로 지켜질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정부가 계획한 시한내에, 예정 분양가 수준대로 공급을 할 수 있을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판교 신도시에서도 초기에는 분양가가 평당 800만원으로 거론됐지만 계획 발표후 투자자들이 몰리고 보상문제 등으로 땅 값이 오르면서 1200만원까지 상승했다"며 "주변시세의 50~70% 수준으로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도 "분양가를 낮추려면 그린벨트내 사유지를 싸게 수용해야 하지만, 개발 속도를 빨리하려면 보상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보상가는 낮추는 동시에 정부 계획대로 공급을 앞당겨 하는 게 가능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발 호재가 생기면 투기수요가 발생하고 땅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한 대책이 없으면 정부가 앞장서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지정된 곳에선 저가 아파트 단지로 인식돼 지역이 슬럼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세곡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대치동이나 개포동의 재건축하는 곳에도 서민주택을 섞어 지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보금자리주택 지구가 슬럼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