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인천 구도심 재개발

 

인천시가 구도심 237만㎡를 재개발하기 위해 2005년부터 시작했던 재정비촉진사업이 계속 추진 여부를 놓고 기로에 섰다.
인천시는 13일 "재정비촉진지구 내 1만6000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공영개발 방식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 격인 주민설문조사를 실시했다"며 "찬성률이 매우 낮다면 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설문 마감은 10일이지만, 인천시청에 우편으로 회신되는 기간을 감안하면 14일께나 설문지 회수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최종 설문 결과는 16~17일께나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인천시가 설문조사한 재정비촉진지구는 제물포역세권과 인천역ㆍ동인천역ㆍ가좌IC 주변 등 4곳으로 면적만 237만㎡에 이른다.

그러나 4개 구역별로 촉진계획 수립을 위해 지난 8~10월 예정된 공청회가 주민 반발로 무산되는 등 사업이 암초에 부딪히자 인천시는 주민 전수설문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인천시는 찬성률이 높지 않으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예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도시개발법에 의한 사업은 주민의 50%,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한 재개발사업은 75%의 동의를 얻어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며 "관계 법령의 찬성률 조항과 설문조사 결과를 감안해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이 사업지 내 토지를 수용해 직접 사업주체가 되는 공영개발 방식을 선택한 데 대해 인천시는 "민간이 주체가 되는 재개발 방식을 택한 서울과 달리 인천시 구도심은 민간 재개발 방식으로는 사업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이 이주대책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사업주체인 인천시와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자금력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공영개발이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인천시의 공영개발 방식에 따르면 2006년 하반기~2007년 상반기에 이루어진 지구지정 공람일이 지나서 구역 내 주택을 매수한 소유자는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지구지정 공람일 이후부터는 주택 매수세가 줄어들어 해당지역 주민들은 집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인천시의 공영개발에 반대하는 주민공동대책위원회는 "공람일 이전부터 주택을 소유하고 보상시점까지 계속 거주해야 새 아파트를 분양원가에 공급받을 수 있다"며 "언제 보상이 이루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기다리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인천시 관계자는 "주민 불만의 근본 원인은 보상가에 대한 의견 절충이 어렵다는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주민 찬성률이 높게 나온다고 해도 인천시와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재정 여건상 조속한 사업 추진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 빚이 2조9260억원으로 매출액의 6.7배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 외부 자금을 끌어올 수 있으며 중앙정부 공기업인 토지주택공사와 손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PF 사업은 수도권 내 입지가 뛰어난 곳에서도 차질을 빚고 있고 토지주택공사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인천시와 손을 잡을 가능성은 낮다.

한편 설문지 회수율이 낮을 경우에도 큰 논란이 예상된다. 찬성률이 높다고 해도 회수율이 50% 안팎에 그칠 경우 설문조사 결과의 효력이 반감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