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새 풍속도
거래 실종에 매수자 요구 늘어
가격 부풀리기 등 부작용 우려
"업(up) 계약서 써주세요."
주택거래가 위축되면서 실제 거래가격보다 가격을 높여 계약서를 쓰는 이른바 '업 계약서' 작성이 늘고 있다. 집이 팔리지 않아 마음이 다급해진 매수자들이 매도자에게 요구하는 것으로 훗날 집을 팔 때 시세차익을 낮춰 양도소득세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강화로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주택거래가 끊기자 업 계약서를 써달라는 조건으로 매매에 나서는 매수자가 늘고 있다.
업 계약서란 실제 거래금액보다 높은 금액으로 계약서를 작성해 신고하는 것으로 초기 취득ㆍ등록세(전용 85㎡ 이하는 취득가액의 2.2%) 부담은 조금 늘어나지만 나중에 집을 되팔 때 양도세(양도차익의 6~35%)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매수자들이 선호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실거래가가 2억원인 아파트를 2억5,000만원에 거래했다고 신고하면 집을 팔 때 5,000만원의 시세차익을 숨길 수 있다.
최근 신규 아파트를 분양 받은 주부 권모씨는 중도금을 마련하기 위해 살던 아파트를 시세보다 2,000만원가량 저렴한 2억3,000만원에 급매로 처분했다.
하지만 매매계약서에는 실거래가보다 2,000만원 높은 2억5,000만원에 판 것으로 써줬다. 매수자가 업 계약서를 써달라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권씨는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채우고 나서 팔기 때문에 손해 볼 것은 없지만 실거래가 신고규정을 위반한 것이어서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집이 몇 달 째 팔리지 않다 보니 매수자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대출한도를 늘리기 위해 업 계약서를 쓰는 사례도 늘고 있다. 1주택 소유자인 직장인 이모씨는 건설업체로부터 인천시내 한 재개발구역 내의 신축빌라를 1억4,000만원에 사면서 계약서에는 이보다 5,000만원이나 높은 1억9,000만원을 썼다.
빌라는 아파트와 달리 정확한 시세가 파악되지 않는 만큼 금액을 높이면 대출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업체의 권유에 따른 것이다. 나중에 팔 때 시세차익이 크게 줄어 양도세를 거의 내지 않을 수 있다고도 판단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업 계약서 관행이 반복적으로 이뤄질 경우 가격을 왜곡시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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