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금부담 세계최고"노무현 햇갈리네,

2005.5.19 (목) 03:31   조선일보

부동산 세금 부담은 세계최고 전문가도 헷갈려

매매량 많아 거래稅 비중이 특히 높아 실거래가 신고 확대로 내년 더 오를 듯 세입비중 OECD 1위 툭하면 개편 '누더기' [조선일보 박종세, 나지홍 기자] 우리나라 국민이 부동산과 관련해 부담하는 세금의 비중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적으로 부동산 관련 세수(稅收)가 전체 조세의 14% 정도를 점해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 다른 나라에 비해 부동산에서 훨씬 많은 세금을 거둬들인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최근 잇따라 쏟아낸 부동산 세제의 시행효과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각종 부동산 관련 세목의 실거래가 과세와 대폭적인 과표(課標) 현실화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올해 말, 내년 이후 부동산 세금 비중은 한층 더 높아진다. 세 부담만 증가하는 게 아니다. 거의 매년 누더기식으로 세제를 뜯어고치는 바람에 일반국민들의 혼란은 물론이고 전문가들조차 부동산 세제 변화를 쫓아가기 어려울 정도이다. 김경환 서강대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세제를 경기 조절이나 부동산 투기를 잡는 수단으로 너무 자주 뜯어고친 결과”라며 “세 부담과 혼란만 가중시키고 국민에게 아무런 편익도 주지 못하는 세제 개편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세계 최고의 부동산 세금 비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재산 과세(Property tax) 실적(2002년 기준)을 비교해보면 한국은 전체 조세 수입의 12.7%를 차지한다. 이는 OECD 전체 평균인 5.5%의 두 배를 넘는 것으로 30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재산 과세는 주로 부동산의 거래·보유 등에 따르는 세금을 집계한 것으로 국제적으로 부동산 관련 세금을 비교할 때 쓰는 지표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부동산 관련 세금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영국·미국·일본 등을 앞선다는 얘기다. 더욱이 재산 과세 통계에 빠져 있는 양도소득세(2002년 3조원)를 추가하면 한국의 부동산 세금 비중은 14%로 늘어난다. 부동산 관련 세금을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3.1%로 영국·룩셈부르크·프랑스·캐나다·미국 등과 함께 선두권이다. 한국이 이처럼 부동산 세금의 비중이 높은 이유는 거래세에서 거둬들이는 세수가 특히 많기 때문이다. 조세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0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거래세 비중은 7%. OECD 회원국들은 대부분 1~2%대에 불과하다. 조세연구원 김정훈 연구위원은 “거래세율 자체는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부동산 거래량이 많기 때문에 거래세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부동산에는 각종 세금이 복잡하게 붙기 때문에 정확한 국제적 비교가 힘들다”고 말했다. ◆ 앞으로 부동산 세금 더 늘어나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후 부동산 관련 세금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우선 재산세 과표 현실화 조치로 보유세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년 전에 0.12% 수준이던 보유세 실효세율(부동산 가격 대비 실제로 내는 세금의 비율)은 작년에는 0.15%로 높아졌다. 내년부터 보유세는 더욱 가파르게 오른다. 연평균 21%씩의 상승이 예고되어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보유세 상승에 맞춰 올해부터 거래세인 취득·등록세 등을 5.8%에서 4.6%로 인하했다. 하지만 주택·토지 등의 기준시가가 지난해부터 대폭 오르는 바람에 지역에 따라서는 거래세 부담이 더 높아진 곳도 나오고 있다. 주용철 세무사는 “취득·등록세 인하효과가 20~30%인 데 반해 과표 인상률은 약 30~40%에 달하기 때문에 거래세 부담이 오히려 늘어난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모든 취득·등록세가 실거래가로 부과되면 거래세 부담은 더욱 올라가고, 2007년부터 양도세 실거래가제도가 전면 실시되면 부동산 세금 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 세금대책, 부작용 인식해야 =전문가들은 부동산 세제의 잦은 개편이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세연구원 노영훈 연구위원은 “정부가 외환위기 직후 대규모 미분양사태 때 신축 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을 해주기 시작하면서 양도세가 누더기가 됐다”면서 “부동산경기가 나쁘면 온탕식으로 세금을 감면하고, 반대로 과열 조짐이 보이면 양도세를 강화하는 등 부동산 세금이 경기 조절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진권 아주대 교수도 “부동산 보유자의 세금 부담을 대폭 높이려는 정부 방침은 시장의 부동산 거래 자체를 없애는 시장 박멸 정책”이라면서 “정부가 집이나 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반감만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6.jpg

0.0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