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5.21 (토)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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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섬(島) |
남해안 중심으로 연륙교 건설 활발 10년뒤 100여곳 ‘무늬만 섬’으로 소득 오르지만 인구감소 부작용도 [조선일보 이위재 기자] 전라남도 신지도 주민 4700여명은 올 12월부터 ‘뭍 사람’이 된다. 완도와 이곳을 잇는 길이 840m 신지대교가 완공되기 때문이다. 농업·어업이 생계수단인 이들은 다리가 들어서면 기다리는 시간을 합쳐 배로 40분 이상 걸리던 거리를 승용차로 1분 만에 건널 수 있게 된다. 주민 이금선(61)씨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꿈에 부풀어있다. 경상남도 사천시와 창선읍에 포함된 초양도, 늑도, 창선도 주민 7000여명은 2003년 4월 총 길이 3.4㎞ 삼천포대교가 건설된 이후 생활이 확 바뀌었다. 이 다리를 이용하면 무인도인 모개섬을 합쳐 섬 4개를 돌파하는 데 10여분 남짓이면 충분하다. 전국에서 섬(島)이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는 섬이지만 연륙교(連陸橋)로 내륙과 이어져 ‘섬 아닌 섬’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15개, 오는 2015년쯤이면 무려 100여개의 섬이 더 이상 국어사전에서 말하는 ‘둘레가 물로 둘러싸인 육지’가 아니게 된다. 건설교통부가 주관이 돼 전남·경남 등 남해안을 중심으로 시행 중인 연륙·연도(連島)교는 12개, 설계 중인 것은 4개다. 전국에서 연륙교 건설이 가장 활발한 곳은 남해안 일대다. 울돌목 물살이 거세기로 이름난 진도(珍島)는 1984년 진도대교 준공으로 ‘내륙화’됐다. 2006년 준공 예정인 ‘쌍둥이’ 연륙교 제2진도대교(484m)가 모습을 드러내면 진도를 섬으로 생각할 사람은 없어질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말이다. 이와 함께 같은 해 거금연륙교(소록도·1160m)가 완공되며, 부산에서 가장 큰 섬인 가덕도(加德島)도 2009년이면 완공될 가덕대교로 육지와 붙게 된다. ‘섬 아닌 섬’의 효시는 강화도(302㎢)다. 이 섬 주민 6만5000여명은 스스로를 섬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다. 1969년과 1997년 구·신 강화대교 건설로 육지와 붙어버렸기 때문이다. 강화도 태생인 황인남(63)씨는 “눈앞의 거리를 과거엔 배로 2시간 걸려 건넜다. 풍랑이 거세면 엄두도 못냈지만 지금 젊은이들에겐 동화 같은 얘기일 것”이라고 했다. 강화도 이후 안면도(1970년), 거제도(71년·99년)와 최근 인천신공항 건설로 육지와 이어진 영종도(2000년) 역시 연륙교 준공으로 ‘무늬만 섬’이 됐다. 하지만 연륙교 건설로 해당 섬의 인구는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강화도는 1962년 11만3665명이던 인구가 지금은 6만6041명에 불과하다. 또 진도는 1985~1995년 사이 37.5%의 인구감소율을 보였다. 연륙교는 섬의 외로움을 달래줬지만 섬사람들의 탈출 욕망을 부채질 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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