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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주택정책"

여행가/허기성 2005. 10. 8. 20:25
히딩크보다 멋진 네덜란드 주택정책

저렴한 임대료에 뛰어난 품질 ... 사회적 책무 다하는 주택사업자가 해법

미디어다음 / 김태형 기자

우리에게 네덜란드는 히딩크 전 국가대표 축구감독으로 유명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우리의 관심을 끄는 분야가 또 있다. 누구나 집 걱정 없이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품질의 주택에서 살 수 있는 네덜란드의 주택정책이 그렇다.

네덜란드 주택정책의 핵심은 우리의 임대주택에 해당하는 사회임대주택(social rental dwellings)에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비영리단체인 주택협회가 중심이 되어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에게 양질의 사회임대주택을 공급, 관리하고 있다.

주택협회가 보유하고 있는 사회임대주택 재고만 해도 네덜란드 전체 주택의 36%인 250만 채에 달한다. 임대료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품질 역시 일반 시장에서 공급되는 주택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다양한 지역, 소득, 연령계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임대주택 주거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른바 ‘사회적 낙인’이나 ‘게토화’, ‘슬럼화’ 현상도 찾아보기 힘들다.

양질의 저렴한 주택공급을 국민에 대한 복지 서비스 차원에서 접근하는 만큼 중앙과 지방 정부의 관심과 지원도 활발하다. 노동자의 주거 안정이 곧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임금인상 요인의 제거로 이어지는 만큼 각 기업들의 참여와 협조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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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에 온 국민과 국토가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네덜란드의 주택정책은 단순한 부러움을 넘어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비영리 주택사업자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다는 임대주택사업 마저 ‘땅장사’에 혈안이 된 공기업과 일부 ‘먹튀’ 건설업체들의 잔칫상이 돼 버린 지 오래기 때문이다.

미디어다음은 임대주택 기획의 일환으로 얼마 전 한울아카데미에서 번역 출간한 네덜란드의 사회임대주택 사례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부동산개발>, 주택발전소 옮김) 물론 이 책에 소개된 네덜란드 모델이 우리의 바람직한 주택정책을 세우기 위한 ‘유일한’ 모델은 될 수 없다. 양국의 주택문화 전통과 법적 체계가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꼭 참조해야할 ‘하나의’ 모델로 네덜란드의 주택정책은 여전히 유용하다. 세계 주요 선진국마저 부러워하는 주택정책을 갖추기 위해 네덜란드는 자그마치 100년 넘게 사회 구성원 모두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투자해왔던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싸고 좋으니 금상첨화 ... 임대료 함부로 올리는 건 꿈도 못 꿔


20세기 초에 지어진 사회임대주택 [사진=한울아카데미 제공]
비영리단체인 주택협회는 제한된 소득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고품질의 매력적인 신규주택을 저렴한 임대료에 공급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세우고 있다.

사회임대주택의 평균 임대료는 월 320유로(약 40만원, 2000년 기준)다. 2000년 당시 네덜란드 가구의 평균 소득을 보면 모든 세금을 제외한 순수 월소득이 1990유로(약 250만원)에 달했다. 소득 수준에 따라 임대료 일부를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도 있다. 네덜란드의 각종 사회보장제도까지 감안해본다면 실질 소득 대비 임대료가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임대료 인상폭도 매우 낮다. 사회임대주택이 아닌 민간임대주택 경우도 국가가 철저하게 최대 공정 임대료와 최대 인상률을 규제한다. 어떤 사업자도 이 이상의 임대료를 요구할 수 없다. 2001년에 결정된 임대료의 최대 인상분은 3.8%였다.

공공성을 강조하는 사회임대주택의 경우에는 최대 인상률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인상률이 결정된다.

최대 인상률보다 낮은 폭으로 인상됐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임대료를 올릴 수 없다. 임차인이 임대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면 해당 기관의 결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독립기관인 임대료위원회의 결정도 ‘주택등급제도’라는 객관적인 지표에 따라 결정된다. 주변 시세와 상관없이 실질적인 주거 수준과 환경에 따라 결정된다. 주택의 공간, 난방방식, 위생상태, 노후정도, 주거 서비스 등을 100점 만점 기준으로 환산해 최대 공정 임대료를 산출한다. 이와 같은 지표들은 보통 건물이 오래될수록 점수가 떨어지는 게 보통이기 때문에 임대료를 올려 받기는커녕 낮춰줘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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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처럼 쾌적하게 산다”


로테드람에 위치한 공동주택 형태의 사회임대주택 [사진=한울아카데미 제공]
90년대 중반 암스테르담의 주택협회들은 ‘우리는 이처럼 쾌적하게 산다’라는 이름의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공동 규정을 만들어 깨끗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프로젝트다.

공동 현관을 말끔하게 유지하는 것은 물론 소음 등 이웃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 금지됐다. 거주지역의 안전과 치안활동도 자치 협의회를 통해서 운영된다. 주택협회는 주택단지 개보수, 방음 시설 보강 등 입주민들의 요구를 즉각 반영했다. 소공원이나 체육시설을 설치하는 한편 경찰에 협력을 요청해 방범 경보기와 충분한 가로등을 설치하기도 했다.

주거환경을 높이기 위한 주택협회의 노력은 입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자산 관리를 위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다. 주택협회가 관리하는 사회임대주택의 품질이 높아야 민간임대주택과 경쟁할 수 있고 자산 가치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입주 기준 자격도 우리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우리의 국민임대주택의 경우 실적만을 높이기 위해 입주민의 생활권과 동떨어진 논밭 한가운데 덩그러니 지어진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사회임대주택의 경우 해당 지역에 일자리 또는 사회적 네트워크가 있거나 거주 경험이 있어야 입주 신청이 가능하다.

실제로 해당 지역에 거주하면서 내 집, 내 마을처럼 주택을 관리할 수 있는 경우에만 입주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성실히 준수하지 않는 경우 임차인은 강제로 퇴거당할 수도 있다.

모든 사회임대주택에는 부엌, 화장실, 샤워 시설을 갖춰야 하는 등 까다로운 품질 요건을 적용받고 있다. 다양한 평형의 임대료가 있지만 평균적인 주택 규모는 약 61㎡(18.45평) 정도다. 절반 정도가 단독주택으로 지어지고 이 경우 활용 공간은 조금 더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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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임대주택인가?


암스테르담의 일반 주택과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 사회임대주택 [사진=한울아카데미 제공]
사회임대주택 자체가 복지 정책의 최우선 요건이자 풀뿌리 민주주의의 요람으로 발전한 경우도 많다. 네덜란드 주택협회는 변화하는 시장의 수요에 맞춰 맞춤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의 진입에 맞춰 주택협회는 도움이 필요한 노인층에게 간호주택을 제공한다. 육체적ㆍ정신적 장애인, 노숙자, 청년, 소수 인종, 마약중독자, 출소자 등의 다양한 계층에게도 다양한 복지 기능을 수행할 있는 전천후 사회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 비영리단체인 주택협회에는 임차인 조직의 참여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임차인들은 주택협회 내에서 자신의 불만 사항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런 사항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앞서 언급한 임대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할 수 있다.

이 같은 사회임대주택 모델을 작동시키기 위해 네덜란드는 다양한 법적, 제도적 장치는 물론 금융 시스템까지 구축해왔다. 이 과정에서 이념을 달리 하는 의회 각 정당과 중앙-지방 정부, 이익단체 간의 지루한 논쟁과 극적인 대타협이 있었다.

오늘날과 같이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는 다양한 주택협회가 활동하게 된 배경에는 이런 사회적 대타협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그 해법으로 독립적인 비영리 주택사업자의 양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