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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토공 분양원가 공개하라?

여행가/허기성 2005. 10. 5. 20:43
"주공ㆍ토공부터 분양원가 공개하라"

분양원가 부풀리기가 임대료, 보증금, 분양가 거품 유발, 공기업부터 시정해야

미디어다음 / 김태형 기자



임대아파트가 살아야 서민이 산다






지난해 2월 4일 서울시 산하 SH공사(옛 서울도시개발공사)는 업계 최초로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SH공사가 공개한 상암지구 40평형 아파트 분양원가 내역은 충격적이었다. 공기업인 SH공사가 해당 사업에서 남긴 이익률이 39.2%에 달한다는 내용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즉각 성명을 내고 그동안 건설업체들이 한사코 분양원가공개를 반대했던 이유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공기업인 SH공사가 이정도 이익을 남긴다면 민간기업은 도대체 얼마만큼 폭리를 취해왔냐는 비난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이선근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 본부장은 "서울시의 분양원가 공개 발표는 공공성을 확보해야 할 자치단체와 공기업이 얼마나 많은 이득을 취하는지 보여준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며 "그러나 상암지구의 분양가는 주변 시세와 다를 바 없어 분양원가 공개로 인한 실익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상암지구 임대아파트들은 입주 후 2년 6개월이 지나면 분양이 가능해 '무늬만 임대아파트'로 불리는 5년 공공임대 아파트다. 이미 보증금 자체에 시세가 반영돼 있고, 분양원가 산정 또한 건설사의 수익을 고려한 자의적 기준에 의한 것이었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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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련, "건설사 자기돈 한푼 들이지 않고 사업"

전국임대련은 민간 건설사의 임대아파트 건설을 중단하고 주공부터 분양원가 공개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 임대련 장봉화 정책국장은 "임대아파트이 비용 부담의 일정부분을 국가와 지자체, 시행사가 부담하도록 법이 명시하고 있지만 분양 원가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시행사가 자기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기금과 임차인의 보증금으로만 건축비를 해결한다"고 지적한다.

국민임대 아파트의 경우 건설비용은 국민주택기금이 40%, 국가 재정이 10에서 30%, 임차인 보증금이 10에서 40%, 사업자가 10%를 부담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 분양 원가가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정확한 건설비가 얼마인지, 공공 기금과 국가 재정외에 건설비의 10%를 사업자가 부담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가 없다는 게 전국 임대련의 주장이다.

장 국장은 "업계에서는 평당 200만원 정도의 건축비만 들이면 최고급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는 게 정설"이라며 "5년 임대 아파트의 경우 20평형대 아파트에 호당 6000만원까지 기금이 지원이 되는데 대부분의 임대 사업자가 자기 돈을 전혀 들이지 않고도 기금만으로 집을 지을 수 있을 정도"라고 실태를 고발했다.

뿐만 아니라 건설사들이 자의적으로 분양 원가를 책정하면 그에 따라 임차인들의 보증금과 임대료도 부담도 커지게 된다. 즉 건설사들이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않으면 공공 기금이 어떤 용도로 쓰여지는 것인지, 투명하게 파헤칠 근거 자체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민간아파트의 분양 원가 공개에 앞서, 주공 등 공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임대 아파트의 분양 원가를 공개해야 할 당위성과 법적 근거는 너무도 자명하다는 것이 관련 시민단체의 지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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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반발, 건교부-공기업은 업계 두둔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시민사회의 강력한 요구만큼이나 관련 업체의 반발은 거셌다.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고 분양가 인하경쟁으로 인해 부실공사 우려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차라리 주택공급을 하지 않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나왔다.

건설교통부와 대한주택공사도 업계의 편을 들어줬다. 건설경기 위축이 우려된다며 분양원가공개 절대 불가 방침을 거듭 천명한 것이다. 대신 악화된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해 절충안을 내놓았다.

공공택지에서 건설되는 25.7평 이하 아파트에 대해서는 원가연동제를 도입하고 25.7평 초과 아파트에 대해서는 채권입찰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올해 초 판교발 집값폭등 사태에서 확인됐듯이 분양원가공개를 피하기 위해 도입된 원가연동제와 채권입찰제는 최초 당첨자에게 ‘로또’ 특혜를 준다는 논란만 일으킨 채 주변 집값을 수십 조원 올려놓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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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 “8ㆍ31 입법화가 우선”


8ㆍ31 부동산대책에 포함된 분양가 규제방안

분양원가공개 논란이 재점화된 것은 8ㆍ31 부동산대책이 윤곽을 드러내면서부터였다. 정부 여당이 분양원가공개 불가 방침을 재차 천명하자 일부 야당의원과 시민단체가 반발에 나선 것.

분양원가공개와 관련 정부가 가장 최근 공식적으로 밝힌 입장은 지난 28일 미디어다음에서 진행 중인 ‘국민참여 부동산정책’에 재경부가 남긴 답변이다.

재경부는 “분양원가 공개, 분양권 전매제한 등과 같은 조치는 부동산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서 신중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분양원가공개가 건설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특히 재경부는 “지금은 8ㆍ31 부동산정책 관련 법률의 국회 상정을 목전에 둔 상황”이라고 전제하고 “새로운 대안의 모색보다는 이미 발표된 내용을 입법과정으로 구체화하여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해 당분간 분양원가공개와 관련해서 별다른 조치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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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재벌건설업체 5년간 매출총이익 6조원 폭리”
재벌건설업체 로비 의혹 제기 ... “분양원가공개 등 핵심정책 모두 빠져”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4일 오전 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정부 여당의 바람과는 별개로 분양원가공개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분양원개 전면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분양원가 전면공개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꾸준히 대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의 부동산 대책안을 보면 공공건설주택의 경우 분양원가를 상세 공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분양원가공개에 있어 가장 적극적인 민주노동당은 전면 공개를 당론으로 결정한 상태다. 특히 심상정 의원은 4일 재정경제부 국정감사에서 “각종 여론조사 결과 가장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받은 분양원가 공개, 분양권 전매제한 완전금지, 후분양제 도입 등 주택공급관련 핵심 정책들이 모두 배제된 것은 정부가 부동산 5적에 굴복한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심 의원은 “분양원가 공개 문제가 한창 논의되던 지난 8월 18일 대한건설협회 회장을 비롯해 각 시.도 회장, 건설업체 대표 등이 비공개로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과 간담회를 갖고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말도록 강력히 요구한 사실이 있다”며 정부가 건설업체의 로비와 압박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분양원가공개의 필요성에 대해 심 의원은 “현대, 대우, GS건설 등 9개 대형건설업체들이 최근 5년 동안 올린 매출총이익(=매출액-공사원가-분양원가)이 무려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부당하게 이득을 얻고 있는 이들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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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장사’ 논란 빚는 토공 ... 먼저 택지조성원가 공개해야

한편 분양원가공개 문제와 관련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각종 공공택지 개발사업에서 ‘땅장사’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토지공사가 먼저 택지조성원가를 공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도 열린우리당 윤호중 의원은 들쑥날쑥 제멋대로 책정되는 토지 조성원가 계산 방식을 문제 삼았다. 윤 의원에 따르면 토공은 최근 6년 동안 지은 19개 택지개발지구 중에서 9곳은 실제 조성 원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급해 456억 원의 부당이득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남 김해시 장유지구 같은 경우는 조성 원가보다 평당 17만원 싸게 팔아 653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일정한 기준 없이 토지 조성원가와 감정가를 산출하다보니 한 택지에서는 ‘땅장사’ 논란을, 다른 택지에서는 ‘로또택지’ 특혜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다.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최근 논란이 된 화성 동탄, 용인 죽전의 경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분양원가 공개의 핵심은 바로 택지공급가격”이라며 “건축비는 어느 곳이나 엇비슷한 만큼 택지비만 투명하게 공개돼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단장은 “새로 공급되는 주택용지의 절반 이상이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데 정부가 매번 약속을 어기고 있기 때문에 공기업이 ‘땅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분양원가공개와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자랑하는 원가연동제, 채권입찰제는 오히려 공공택지 가격을 숨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