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세 강화 지지부진..8.31용두사미되나?

부동산세 강화 지지부진…''8·31대책'' 용두사미되나

정부가 ‘8·31 종합대책’을 통해 내놓은 부동산정책이 줄줄이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기반시설부담금 부과 범위와 금액을 완화하고, 시행시기도 당초 내년 6월에서 한 달 정도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8·31 대책의 핵심인 부동산세제 강화 정책의 경우 한나라당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7일 정부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부과대상 확대와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 등을 위해 관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야 합의가 늦어지면서 연내 처리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로 예정됐던 대부분의 부동산관계법 개정안 시행이 사실상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관련기사]법안은 잠자고 강남재건축 가격은 뛰고 ◆기반시설부담금 대폭 완화=정부와 여당은 기반시설부담금 부과 범위와 금액을 대폭 완화키로 했다. 이에 따라 1대1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기반시설부담금이 부과되지 않고, 일반 재건축아파트도 부담금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은 당초 기반시설부담금 부과대상을 연면적 200㎡(60평) 이상의 모든 신·증축 건축물로 정했다. 그러나 당정이 ‘동일용도 내에서 기존 건축물 철거 후 신축 시 기존 건축물 연면적은 제외’키로 했다. 또 그동안 논란이 됐던 기반시설에 대한 민간부담률은 당초 계획대로 부과율은 20%를 유지하되 지자체 가감률을 종전 50%에서 25%로 축소키로 했다. 이에 따라 민간부담률은 15∼20%가 부과될 전망이다. 이 같은 수정안은 당초 정부·여당 안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따라 여야가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데 따른 것이지만 개발이익을 환수해 기반시설 등 편의시설 확충에 사용한다는 입법취지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어서 향후 입법·시행과정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세제 강화 줄줄이 지연=정부와 여당은 8·31 대책을 통해 종부세 대상을 주택 6억원 이상, 나대지 3억원 이상으로 대폭 강화키로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현행처럼 주택은 9억원 이상, 나대지는 6억원 이상으로 유지하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합산과세 대상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개인별 합산’ 과세로 방향을 잡은 반면 야당은 현행처럼 ‘세대별 합산’을 고집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여기에 ‘1주택 노인’의 종부세 면제 등을 요구해 여당과의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재산세 등의 부과기준이 되는 과표적용률도 여야 간 입장차가 크다. 정부와 여당은 현재 공시가격의 50%인 과표적용률을 내년 70%로 대폭 올린 뒤 매년 10%씩 올려 2009년까지 100%로 현실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내년부터 매년 5%씩 올려 충격파를 줄이면서 2015년까지 100%로 가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1가구 2주택자의 양도세를 50% 중과하자는 정부 방침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세율을 60%로 중과하되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상향조정하자는 법안을 별도로 내놓았다. 야당은 또 양도세 실가 과세에 대비해 현행 9∼36%인 양도소득세율을 6∼24%로 낮추자는 주장이다. 아울러 취득·등록세 등 거래세 부분도 여야가 확연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 재경위가 조세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을 조율하고 있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관련법안 정비가 늦어질 경우 8·31 대책의 실효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갑수 기자 k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