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 딜레마 / ① 내성 강해진 시장◆
정부가 지난해 자신있게 내놓은 '8ㆍ31 대책'이 위기에 처했다.
집값이 떨어지기는커녕 강남은 이제 곧 평당 5000만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부는 추가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참신한 대책은 동이 나고 검토중인 추가 대책은 늘 그렇듯 '더 걷고, 더 억누르는' 내용뿐이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의 쏟아지는 규제 대책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을 비롯한 강남 부동산 대책에는 근본적인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강남 부동산시장이 정책의 블랙홀이 돼가는 현상과 이유를 진단하고 대 안을 제시해본다.
전문직 봉급생활자인 김 모씨(36)는 지난해 말 강남에 진입하지 못한 것을 크게 후 회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가 효과를 발휘하면 집값 떨어진다'는 정부 당국자 말 만 믿다 8ㆍ31 대책 발표 직후 매입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이제 반포는 매물도 없고, 압구정동은 몇 억원 올라 엄두도 못내고 있어요."
김씨 는 다시 대치동 C아파트 30평형대를 눈여겨 보고 있다.
이달 2단계 대책이 나오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발표 직후 매입에 나서기 위해서다.
그는 "내년이면 첫 애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생활은 힘들더라도 교육환경이 좋 은 강남에서 학교 다니며 친구를 사귀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책이 신뢰 위기에 빠진 것이다.
◆ '저항세력' 탓만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책에 저항하고 교란하는 세력'을 지목했다.
하지만 강남권 주택 수요를 불온한 세력 탓 만으로 돌리면 올바른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
각종 규제로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 지 않자 몇 안 되는 매물을 놓고 매수경쟁을 벌이는 실수요자들은 부담만 더 커졌 다.
강남구청 지적과에 신고된 주요 단지 시세를 보자. 대치 우성아파트 45평형이 18억5000만원(1월 23일 거래)으로 평당 4111만원에 이른 것을 비롯해 △개포 주공 1단지 13평형 5억5000만원(평당 4230만원, 2월 2일) △삼 성동 아이파크 55평형 24억6000만원(평당 4472만원, 2005년 12월)에 거래됐다.
아 파트 한 평 값이 웬만한 봉급자 연봉 수준이다.
실거래가가 ±5%가량 차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당 최고 4500만원 선에 달한다.
◆ 정부가 강남시장 내성 기른 셈
=결과만 놓고 보면 현 정부 들어 쏟아진 강남 재 건축 대책은 집값 안정에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책이 발표되면 잠시 약세로 돌아섰다가 곧 반등했다.
좀더 강한 규제가 나오면 또 움찔하다 고개를 들었다.
오히려 정부가 시장의 내성을 키웠다는 표현이 정확할 듯하다.
정부 출범 초기인 2003년 초 집값은 안정세를 보였다.
그 해 봄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활황과 맞물려 강남 재건축값이 오르기 시작해 8월 강남 재건축 월상 승률은 6.70%에 달했다.
정부는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강화하고(9월 5일) 조합원 분양권 전매제한 조치(10월 29일)로 맞섰다.
투자세가 위축되며 집값 안정은 2004년 한 해 동안 지속되는 듯했 다.
하지만 2005년 초 다시 집값이 불안해지기 시작하며 6월 상승률은 7.79%에 이르러 2003년 기록을 넘어섰다.
정부는 보유세 강화와 공급 확대 등을 골자로 한 8ㆍ31 대책을 내놓았다.
이어 9월 에는 재건축 입주권을 주택으로 간주해 양도세를 중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표 했다.
하지만 8ㆍ31 대책 후 집값 안정 효과는 채 3~4개월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