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업계 벤치마킹은 효과 없어 에너지 넘치는 '미친 조직' 만들어야
정리해고 통한 비용절감은 바보짓 한국은 왜 이리 여성CEO가 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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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강하고 경쟁력 있었던 많은 기업이 결국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필름의 대명사였던 코닥은 디지털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날로그만 고집하다 망해가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은 자신의 성공신화에 매혹되어 변화를 거부한다. GE는 예외적으로 조직을 분권화시켜서 생존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발머는 GE의 CEO였던 잭 웰치의 자서전을 읽고 ‘우리도 GE처럼 조직을 분권화를 해보자’고 나섰지만 실패했다. 진정 변화를 원하면 기업의 총체적인 문화를 바꿔야 하는데 조직만 바꿨기 때문이다.”
―변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지난해 나의 어머니는 96살의 나이로 돌아가셨는데 평생 사시면서 참으로 많은 변화를 보고 가셨다. 두 번의 세계 대전과 냉전, 제트기의 발명에서 인간의 달 착륙까지…. 이처럼 인간의 삶 속에서 변화는 일상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기술 혁신이 진행 중이다. 지난 25년 동안에는 인터넷을 비롯한 IT기술이 변화를 이끌었고, 향후 25년 동안은 생명공학의 발달이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중국과 인도가 세계 경제의 지평을 바꿔 놓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가장 큰 힘은 수많은 사람의 역동성이다.”
―변화를 어떻게 감지하는가? 기업은 고객의 새로운 요구를 어떻게 빨리 파악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 ‘손가락으로 이상한 곳을 가리키는 게’ 중요하다. 나 역시 괴상한 분야를 벤치마킹하는 것을 좋아한다. 동종 업계 안에서 하는 벤치마킹은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 미국 최대의 수프 회사인 캠벨은 다른 대형 수프 업체를 벤치마킹 하지 않는다. 대신 최고의 전문가로 팀을 구성, 가장 맛있다고 정평이 나있는 레스토랑을 조사하고 다닌다.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매일 매장을 둘러보며 변화를 살핀다. 실패의 사례로는 GM을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5년간 R&D(연구개발)에 돈을 제일 많이 썼다. 그러나 변화에 맞게 쓰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다.”
―변화를 가로막는 조직 내 관료주의는 어떻게 극복하는가?
“관료주의는 젊고 창의력이 있는 젊은이들을 죽여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 안에서 창의적인 사람들을 보호해주는 수호자(protector)의 역할이 중요하다. 내가 맥킨지에서 일할 때 회사엔 똑똑한 사람도 많았지만 ‘정말 괴짜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런 독특한 사람을 통해 재미있는 ‘큰 흐름’(mainstream)을 잡는 게 중요하다. 구글과 애플은 그렇게 해서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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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을 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에너지 있는 사람들을 파악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미국 가네트가(家)의 일화는 좋은 예다. 보수적인 가네트가는 ‘USA Today’란 신문을 경영하면서 관료주의에 얽매이지 않은 ‘쿨’한 인재들을 채용했다. 적자가 나고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지만 이들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컬러 지면을 소개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이는 보수적인 기업이 전혀 다른 에너지를 사용해 극적인 혁신을 이끌어 낸 대표적인 경우다.”
―아주 큰 회사의 보수적인 문화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잠시 생각 후) 진짜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무언가 다른 것을 기업 내에 전파시켜야 한다. 그래서 독특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 괴짜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수호자가 중요하다. 주로 중간 관리자들이 수호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전략보다 실행을 강조하고 있는데, 전략이 맞을지 아닌지 불확실한데도 실행부터 해야 하는가?
“그렇다. 실행하지 않고 어떻게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겠는가? 유일한 방법은 직접 부딪쳐 보는 길뿐이다. 미래는 어차피 예측하기 어렵다.”
―귀하의 경영원칙에는 경비절감이란 말은 없는데… 감원과 경비절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물론 필요할 때는 해야 한다. 하지만 정리해고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리더는 멍청이다. 나는 그들을 ‘지옥에 떨어져라!’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로 증오한다. 정리 해고는 필요악이라고 생각한다.”
―2025년쯤 가장 강한 기업을 꼽는다면?
“2025년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실 10년 뒤의 상황도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가진 자료에 따르면 갈수록 기업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CEO의 교체 속도도 10년 전보다 2~3배 빨라지고 있다.”
―디자인을 강조했는데, 한국인들이 이탈리아인들처럼 잘할 수 있겠는가?
“(웃음) 이탈리아인들만 훌륭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한국의 교육체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반복과 암기는 지양해야 한다. 아시아는 문화와 역사의 뿌리가 매우 깊다. ‘아시아다운’ 동양의 디자인이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귀하는 어제 강연에서 여성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그런데 한국의 대기업에는 내놓을 만한 여성 CEO가 거의 없는데…
“한국에는 여성 CEO가 없다는 사실이 매우 충격적이다. 필리핀과 같은 나라에서도 여성의 힘이 강해지고 있다. 조만간 한국에서도 적지 않은 여성 CEO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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