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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시사

박근혜·이명박‘강연 대결’

여행가/허기성 2006. 9. 24. 14:54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1일 동시에 공개 강연을 했다. 우연히도 두 사람은 비슷한 얘기를 했다. ‘우리나라는 과학기술로 잘살 수 있다. 문제는 나라의 리더십’이란 내용이었다.

박근혜 “아버지 보며 대통령 중요성 절실히 느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1일 대표 사퇴 후 처음으로 공개 강연에 나섰다. 한국엔지니어 클럽 주최 조찬 강연이었다. 박 전 대표는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남들과 같은 인생을 살았으면 나도 엔지니어 클럽 회원이 됐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강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해외 과학자 유치 노력을 예로 들면서 “대통령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가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경제를 살려야 하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 전체가 바다이야기에 빠져 헤매고 교육정책도 문제투성이다. 외교·안보 등 모든 문제가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는데 경제 정책 하나로 경제를 살릴 수 있겠느냐. 나라가 안정된 상태에서 새 경제 정책을 펼 때 성공할 수 있다. 경제 정책만 따로 놀 수 없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지금 근본적인 국가 이념과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며 “국가의 근간이 흔들리는데 과학기술인들 꽃을 피울 수 있겠느냐. 국가 정상화가 시급하다. 여기에 모든 힘을 다 바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강연 후 문답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와 관련, “(미국이 추진 중인) 주한미군 재배치 기간은 안보에 가장 취약한 기간”이라며 “주한미군 재배치가 완전히 끝나고 나서 한반도 안보 상황을 다시 파악한 후에 작통권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한민국은 제대로 리더십만 발휘하면 돼"

▲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1일 대전대에서 강연을 마친 뒤 학생들과 함께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행사를 갖고 있다/이명박 전 시장측 제공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이번주 초 호남지역을 다닌 데 이어 21일에는 대전을 찾았다. 대전대 초청 강연이었다.

이 전 시장은 강연에서 야간 고교 시절, 뻥튀기 장사를 하고 시장 청소를 하던 자신의 과거를 얘기하면서 “꿈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에는 ‘대한민국에 무슨 희망이 있냐’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21세기가 도래하면서 우리는 과학기술 하나만 있으면 가스나 유전 있는 나라보다 더 잘 살 수 있게 됐다. 인재만 잘 키우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전 시장은 이어 “대한민국은 제대로 리더십만 발휘하면 된다. 앞으로 정치가 올바르게 서면 잘 살 수 있다”며 “국민소득이 1만달러 수준에 정체된 것은 갈등과 분쟁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10여년 동안 잘살 궁리는 않고 서로 물어뜯기만 했다”고 했다.

그는 “나는 자랑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좋은 머리, 좋은 가정 환경도 없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도전하고 실패하고 또 도전한 것이 보통 사람과의 차이라면 차이”라고 했다.

이 전 시장은 이 날 “오늘은 정치 문제에 관해 이야기 않겠다”고 했지만, 강연 후 질의 응답 시간에 한 학생이 “다음 대통령이 되실 거라 믿고 있다”며 질문의 운을 떼자 “질문의 서두가 좋았다”고 말해 강연장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