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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예정단지 옆에 집 샀더니 돈 되더라

여행가/허기성 2006. 9. 24. 15:50

 

 ◆강남에서 전세로 시작

2000년 12월, 임 대리는 신혼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해청아파트에서 전세로 시작했다. 2년 후 재건축에 들어갈 아파트였다. 재건축의 영향이 얼마나 센지 전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아파트가 재건축 공사에 들어가고 이주 시점이 되자 가격이 요동을 쳤다. 3억4000만원짜리가 한 달 만에 9억원으로 2배 이상 점프한 것. 이를 목격한 임 대리는 재건축으로 승부를 보기로 결심한다.

문제는 종자돈이었다. 그가 가진 돈으로는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재건축 예정지를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건축 아파트가 아니라 재건축 인근 아파트로 눈높이를 낮췄다. 하지만 무대는 강남을 고집했다.

일단 저평가된 매물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자금 형편상 버젓한 물건을 살 수 없는 처지여서 선구안(選球眼)이 필요했다. 모두가 대단지를 선호할 때 ‘나홀로’ 단지를 둘러봤고, 모두가 지하철 인근을 찾을 때 교통편의를 포기했다. 오로지 ‘인근에 재건축 예정 아파트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만 찾았다.

6개월 발품 판 뒤 과감히 결정

6개월 동안 발품을 판 결과 2003년 4월, 결국 강남구 삼성동의 24평짜리 아파트를 2억8000만원에 샀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재건축 예정 아파트(현재 삼성 ‘래미안’)가 우뚝 서 있었다. 그는 “당시 강남에서 가장 싼 20평대 아파트였다”고 했다. 대출은 40% 안쪽으로 받았다.

이사한 지 7개월쯤 지나자, 담 옆의 아파트가 재건축 공사에 들어갔다. 그는 “뚝딱뚝딱 시끄러운 공사 소리를 들으며 긴장된 나날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렇게 2년이 흐른 2005년 겨울, 드디어 담 옆 아파트 재건축이 완료되고 입주가 시작됐다.

꿈틀거리며 반응을 보이던 임 대리의 아파트 가격이 두 달이 지나자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2억8000만원짜리가 3억8000만원, 3억9000만원, 4억까지….

2006년 4월, 그는 과감하게 카드를 던졌다. 4억원에 낙찰. 욕심을 더 부리다가 큰코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이었고, 양도세 비과세 요건(3년 보유)을 충족시키는 최고의 타이밍이었다. 3년 만에 1억20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올해 6월, 임 대리는 5억5000만원에 강남구 삼성동 한솔아파트(35평) 입성에 성공했다. 물론 길 건너 10m 거리에 재건축 예정지가 버티고 있다. 여기가 종착역이 아니라는 말이다                    

 

                                        

 

재건축 규제 강화후… 실패 위험 높아

땅박사 조언


재건축 예정 단지 인근의 싼 아파트를 구입해 동반 시세상승을 노리는 ‘묻어가기’ 전략은 언뜻 쉬워 보이지만 실패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앞으로 재건축 효과로 인한 가격 급등세를 기대하기가 과거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재건축 관련 규제가 쏟아져 현재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재건축 추진 초기에 있는 단지들은 무엇보다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통과해야 하고, 사업 승인을 받은 단지들도 기반시설부담금, 개발부담금 등을 추가로 내야 한다.

부동산 114 김희선 전무는 “안전진단 강화와 기반시설부담금, 개발부담금 부과 외에도 소형평형 의무비율, 임대주택 의무건립 등 기존 규제가 그대로 유지돼 재건축 단지는 이중, 삼중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재건축 묻어가기를 시도했다가 오히려 가격은 오르지 않고 장기간 돈이 묶이는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건축은 언제 급반등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쥐고 있자는 분위기가 있다. 하나은행 김일수 부동산 팀장은 “내년쯤 규제 완화를 예상하는 고객들이 많아, 재건축 가격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팔려는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보다 안전하게 투자하려면 재건축만을 보고 아파트를 구입하기보다 주변 여건이 실수요 환경과 맞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 팀장은 “재건축이 완료되면 해당 아파트뿐 아니라 주변 지역의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지만, 반드시 그렇다고 장담할 순 없다”며 “교통, 교육 여건 등 시장의 큰 흐름을 읽고 투자를 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