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23일 추가 신도시 건설 계획을 내놓은 것은 정부의 예상과 달리 추석 이후 급상승하고 있는 집값을 조기에 차단해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는 1가구 2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와 6억원 이상 아파트 대출규제 등 8·31 대책 이후 규제 위주의 정책을 추진했지만 뛰는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규제 정책과 함께 신도시 건설을 통한 공급 확대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 집값 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가 예고도 없이 돌발적으로 건설계획을 발표해 신뢰성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데다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의 경우 오히려 가격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왜 신도시 건설하나=노무현 대통령은 ‘집값 안정’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시장은 그간 정반대 반응을 보였다. 이는 노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과 행복도시 건설 등 잇따른 대규모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국적으로 땅값과 집값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해 8·31대책에서 올해 3·30대책이 발표되지 직전까지 전국의 아파트 가격은 6.66%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0.05%, 수도권 8.17%, 강남권 14.03%가 각각 올랐다. 또 3 ·30대책 후 추석 전(10월4일)까지 아파트값은 서울 7.17%, 수도권 8.39%, 강남권 6.26% 등 전국적으로 6.84%가 상승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는 아파트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서울 강북지역을 중심으로 한 전셋값·중소형 아파트값 상승 등으로 되레 부동산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추석 이후에도 아파트값 상승은 계속돼 서울이 1.98%, 수도권 1.89%, 강남권 2.2% 등 전국 평균 1.52%가 상승했다.
정부는 결국 더 이상 규제 정책만으로는 집값을 잡기에 역부족이라고 판단해 공급 확대라는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다.
추병직 건교부 장관은 추가 신도시 건설에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시장 안정화 정책에도 불구, 집값 불안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정책이라기보다 정부가 앞서 8·31, 3·30대책을 통해 밝힌 택지공급 확대 방안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건교부 한 관계자는 “은평 뉴타운 고분양가 논란과 풍부한 시중자금, 판교 중대형 당첨자 발표 등으로 추석연휴 이후 서울지역에서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집값이 올라 이를 서둘러 진정시키기 위해 이날 발표를 하게 됐다”며 “관계부처 및 지자체와 충분히 협의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둘러 내놓은 대책이 부동산시장 안정에 얼마나 도움을 줄지 미지수라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신도시 후보지는=관심은 추 장관이 밝힌 ‘분당(549만평) 규모’의 신도시 후보지가 어디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교통이 편리한 제2 외곽순환고속도로 선상인 경기도 이천과 포천, 시흥, 오산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과천과 안양 사이(의왕시 청계산 주변) 1470만평도 거론된다.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서울 주변에 개발할 만한 곳이 생각보다 많다”며 이 지역을 예를 들었다. 하지만 이 지역은 그린벨트로 묶여 있고, 과천시가 IT(정보통신) 밸리로 개발한다며 반대한 전례가 있어 지자체 협의가 필수적이다.
남양주 고산동 일대(500만평)와 고양시 장항동 일대(300만평), 광명역사·시흥시 군자매립지 주변(500만평)도 후보지에 떠오르고 있다. 성남비행장 주변(300만평)은 서울 접근성이 좋지만 군사 시설이라 난관이 예상된다.
이 밖에 화성 동탄, 파주 운정신도시 등도 후보지로 꼽힌다. 동탄신도시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는 현지조사를 통해 경부고속도로 동편인 동탄면 목리·중리·청계리 등 200만∼300만평 정도의 추가 개발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운정신도시도 파주출판문화단지와 교하지구까지 확장할 경우 600만평 규모가 돼 후보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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