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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지원+용적률 50% 올리면 분양가 10~30% 인하 기대

여행가/허기성 2006. 11. 4. 07:04


정부가 공공택지 아파트의 분양가 인하, 다세대 주택 건축규제완화 등의 집값안정 대책을 내놓았다. 분양가 인상러시와 주택 공급부족에 따른 전세난이 촉발한 집값 급등 현상을 잠재우기 위한 긴급대책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주택담보 대출 규제 정책이 막판에 빠진데다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이미 바닥에 추락한 상태여서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가 10~30% 인하 효과=정부의 공공택지 분양가 인하 방안은 두 가지. 첫째, 도로 등 기반시설 부담금을 국가가 일정 정도 지원하는 것. 판교 신도시의 경우, 32평형 아파트 분양가가 3억7000만원이다. 만일 간선시설부담금을 정부가 전액 부담하면 3억1424만원으로 낮출 수 있다. 둘째, 용적률(容積率)을 올려 땅값을 낮추는 방안이다. ‘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인 용적률을 올리면 똑같은 토지에 더 많은 주택을 지을 수 있어 토지비용이 내려간다. 가령 용적률이 153%인 판교의 경우, 용적률을 200%로 올리면 32평형의 분양가는 5600만원 정도 낮출 수 있다. 주택 공급 가구수도 25% 정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만일 두 가지를 동시에 도입할 경우, 판교 32평형 분양가는 3억7000만원에서 2억5784만원으로 낮아져 약 30%의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하지만 정부가 간선시설 부담금을 일부만 국고에서 지원하고 용적률 상향 폭도 높지 않을 경우, 분양가 인하효과는 10%를 넘지 않을 수 있다.

◆서민임대용 주택, 다세대 주택 공급확대=정부는 다세대·오피스텔 규제도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다세대주택은 2002년 10만 가구 이상 공급됐으나 주차장설치 등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2003년 2만9000여 가구, 2005년에는 6631가구로 급감(急減)했다. 다세대 주택은 임대료가 저렴, 서민들이 주로 이용해왔다. 규제강화로 다세대 주택이 급감한 것이 전세난의 결정적인 도화선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다세대주택은 착공에서 완공까지 6개월 정도면 가능해 단기간에 주택 공급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관련 법규 개정작업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주차장 설치 기준 및 인접 건물과 띄워야 하는 거리 규정도 완화된다. 수천만원이 넘는 다세대 신축 기반시설 부담금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오피스텔의 경우, 주거용은 주택으로 취급해 양도세를 중과세하고 있어 세제 개편이 뒤따르지 않으면 공급이 늘어나기 어렵다.



◆국민세금으로 당첨자 분양가 보조=정부의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가 인하 방안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신도시 기반시설 부담금의 국고지원 비율. 기반시설비는 동탄신도시가 1조1167억원, 판교신도시가 1조8837억원이나 된다. 이를 재정에서 지원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신도시 당첨자들에게 분양가를 일부 보조해주는 셈이다. 용적률 조정도 환경단체와 환경부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책이 최종 확정되는 과정에서 기반시설비 국고 지원폭이 축소되거나 용적률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분양가 인하효과는 미미한 수준에서 그칠 수 있다. 다세대주택 규제완화는 도심 슬럼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

◆너무 늦은 대책=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이번 대책은 저렴한 주택을 대량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시그널”이라며 “무리하게 집을 장만하려는 무주택자의 불안심리를 일부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 주택의 분양가는 계속 오르고 있고 현재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이 실제 시장에서 효과를 나타내는 데는 2~3년이 걸린다. 그 사이에 전세난과 주기적인 집값 상승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정부가 1~2년 전에 이런 대책을 내놓았다면 이미 집값이 잡혔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정부가 규제위주의 ‘코드 정책’을 고집하다 수도권 외곽의 집값까지 폭등시킨 후에 나온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정책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