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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집값이… 미·쳤·다”

여행가/허기성 2006. 11. 4. 07:29


[한겨레] [부동산 시장 긴급르포]

회사원 민경철(가명·38)씨는 경기도 의정부시에 1억8천만원짜리 30평대 아파트를 갖고 있다. 3년 전에 샀지만 최근까지도 별 변동이 없다. 옆자리의 동료는 석 달 전에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17평짜리 아파트를 4억5천만원을 주고 샀다. 그 아파트는 지금 5억7천만원이 됐다. 그 동료는 “다른 데보다 적게 올랐다”고 투덜댄다. 민씨 아내는 두 아이 교육 때문에 서울로 집을 옮기자고 하지만 요즘 집값으로는 최소 2억원 이상은 대출받아야 한다. 한달 이자가 100만원인데, 그 걸 갚으려면 두 아이 학원을 끊어야 한다. 민씨는 “하룻밤 사이에 천만원씩 오르는 집값을 보면 정말 황당하다”며 “내가 1년 동안 저축해도 모으기 힘든 돈”이라고 말했다.

아파트값이 지난달부터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뛰고 있다. 연말이 되면 집값이 떨어질 거라던 정부의 큰소리는 찢어진 깃발처럼 참담해졌다. 정부 말을 믿었던 사람들은 바보가 됐다.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에 사람들은 불나방처럼 시장으로 뛰어든다. “나라가 미쳐 돌아가고 있다”는 절망과 분노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 한달새 1억원 …“단군 이래 최대 상승”=경기도 구리시로 이사하려고 최근 부동산 업소를 둘러본 박경운(35)씨는 입이 딱 벌어졌다. 한 달 사이 아파트 시세가 1억원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박씨는 “반 년 전부터 준비해 왔는데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구리시 ㄷ부동산 관계자는 “지금까지 구리는 한번도 오른 적이 없었는데 한 달 사이 1억~2억원이 뛰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ㄱ부동산 이아무개 사장은 “한 달 전 3억7천만원이던 아파트가 지금은 5억원 정도까지 줘야 한다”며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으니 사려면 빨리 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양천구 목5동 ㅊ부동산 관계자는 “단군 이래 최대 상승”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 폭등장의 특징은 서울 강남, 목동 등 기존 인기지역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을 제외한 경기도 전역이 오르고 있고, 그동안 ‘소외’됐던 서울 강북 쪽도 들썩이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ㅂ부동산의 김아무개씨는 “상계동이라고 만날 상계동이겠어요? 요즘 가격 좀 부를 만합니다”라고 했다. 9월부터 들썩이던 집값은 지난달 12일 판교 당첨자 발표 이후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했고, 25일 정부의 새도시 계획 발표가 기름을 부었다.

뛰는 집값에 새도시 발표 기름부어
더 뛸 것 같아 대출받아 집 사
사람들 ‘집 폭탄’ 깔고 사는듯


■ 대출창구 회사원들 몰려들어=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주택 담보대출 창구는 추석 이전 하루에 1~2건이던 상담 건수가 추석 이후 하루 5~7건으로 늘었다. 민병수 국민은행 과장은 “상담자 대부분이 여의도에 근무하는 집없는 회사원들”이라며 “집값이 계속 오를거라는 불안감 때문에 대출이라도 받아서 집을 사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중 대출로 이어지는 것은 하루에 1~2건이다. 집값이 너무 뛰어 필요한 액수가 크기 때문에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 이자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 과장은 “이번에는 기존 상승 때와 오르는 폭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심리적 불안감을 강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천경(33)씨는 2주 전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 있는 36평짜리 아파트를 계약했다. 그는 “계속 기다리면 또 뛸 것 같아서 무리해서라도 사게 됐다”며 “그런데 정말로 계약한 뒤에 더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집값 안정을 기대하며 매수를 늦추고 있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가세하면서 시장에는 매수자가 넘쳐나고 매물은 없다. 성남 수정구의 ㅇ부동산은 “매물은 거의 없는데 살 사람은 줄을 섰다”며 “지금 10명 정도가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 “노무현은 포기하지 않았다. 다만 졌을 뿐이다”(한 네티즌)= 회사원 한미영(가명·32)씨는 지난 8월 서울 목동 1단지 35평짜리 아파트를 10억8천만원에 계약했다. 정부에서는 연말에 매물이 더 쏟아질 거라고 말했지만 한씨 생각은 달랐다. “내놓을 생각이 있는 사람은 7~8월에 이미 다 내놓았다. 10월 판교가 발표되면 수요자만 더 몰릴 것 같았다.” 지금 이 아파트는 13억원까지 올랐다.

목동에 소형아파트를 사려고 맘먹은 주부 김선미(가명·36)씨는 지난 8월부터 부동산 업소를 들락거렸다. 연초 4억7천만원까지 갔던 아파트가 4억3천만원까지 내려가 있었다. 정부 말을 믿은 김씨는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러나 9월 들어 4억6천만원으로 올랐고, 추석 뒤 5억1천만원으로 뛰더니 지금은 5억5천만원이다. “다들 연말에 떨어진다고 하는데 누가 연말에 내놓겠느냐”며 “정부 말을 믿으면 안 된다”고 충고했던 동네 부동산 업소의 말이 옳았다고 후회하고 있다.

정부는 8·31 대책, 3·30 대책의 효과가 연말이 되면 나타날 거라고 공언해 왔다. 이번 파동은 그나마 정부 말을 믿었던 약간의 신뢰마저 산산조각냈다. 박경운씨는 “도대체 이 정권에선 집값을 예상해서 무슨 계획을 짤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모두 폭탄을 깔고 산다=이번 집값 폭등은 집을 가진 이, 없는 이 모두 불안하게 한다. 오현석(43)씨는 “몇 해 전 분양을 받아 집 걱정은 없다”며 “하지만 이게 정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대출받아 집을 산 사람들은 집값이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시방석이다. 지난달 60% 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계약한 윤미경(가명·49)씨는 “언론에서 집값 하락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며 “혹시 내가 상투를 잡은 것 아닌가, 집값이 폭락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계약 파기까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자와 원금 상환에 들어갈 돈을 생각하면 막막하다. 집값이 빨리 올라 대출을 갚을 수 있게 되기만 바란다. 김강희(가명·36)씨는 판교 분양에서 떨어진 뒤 내집 마련 꿈을 반쯤 접었다. 김씨는 “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평생 그 빚 갚는데 허덕일 것 같다”며 “사람들이 모두 폭탄을 돌리면서 자기 차례에서만 터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엔 정말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한겨레]
이번엔 정말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정부가 강도 높은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을 마련해 곧 발표하겠다고 3일 밝혔다. 대책의 구체적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큰 틀은 분양값 인하와 주택담보 대출 규제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어서, 분양값 인하 방법과 시기 등을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집값 오름세를 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종의 극약처방이라 할 수 있는 주택담보 대출 규제도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기회를 되레 가로막는 부작용 등의 후유증이 우려된다. 기반시설 설치비를 국가가 부담하는 것과 용적률을 높이는 것에 대한 적정성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분양값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택한 방식은 아파트 층수를 더 높이고 분양값의 일정 부분을 국가가 떠안는 것이다. 이는 판교 새도시와 은평 뉴타운의 고분양가 논란이 최근의 집값 급등과 불안심리를 부채질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10월 전국 집값 상승률은 3년5개월 만의 최고치였다.

강팔문 건설교통부 주거복지본부장은 “저밀도 개발과 기반시설 비용의 분양가 전가 등이 새도시 아파트의 고분양가 논란을 불러왔고, 이것이 주변 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용적률 완화 등 또 다른 논란 낳을듯
은행권 “정책실패 책임전가 어불성설


정부가 곧 내놓을 분양가 인하 대책에는 용적률과 건폐율을 상향 조정하고, 새도시 조성 때 광역 기반시설 비용 중 상당액을 국가가 부담하는 것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용적률의 경우 수도권 고분양가 행진을 촉발했던 경기 성남 판교 새도시가 159%, 화성 동탄 새도시는 173%다. 반면 지방은 대전 노은2지구 220%, 경산 백천 220% 등 200%를 넘는 곳이 많다. 수도권도 용적률을 200% 이상으로 하면 택지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도로·지하철 건설, 상하수도 설치 등에 소요되는 광역 기반시설 비용은 판교 1조8837억원, 동탄 1조1167억원이 들어가는 등 수도권 주요 택지들은 전체 사업비의 28.6~39%를 광역 기반시설 건설에 쓴다. 이런 비용은 모두 분양값으로 떠넘겨진다. 예를 들어 판교 44평형의 평당 분양값 1857만원의 명세를 보면, 건축비는 552만원(29.7%)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땅값이 773만원(41.6%), 채권 손실액이 532만원(28.6%)이다. 실제 집 짓는 비용은 분양가의 3분의 1도 안 된다.




토지공사 관계자는 “기반시설 부담금의 일부를 국가가 부담하고 용적률과 건폐율을 높인다면, 수도권 인기 택지개발지구의 가구당 분양가를 5천만~1억원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곧 내놓을 대책에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느냐가 분양값 인하의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아파트가 저렴한 가격에 공급될 것이라는 신호를 실수요자들에게 확실하게 전해준다면 무리하게 집을 장만하려는 불안심리가 수그러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분양값 인하와 함께 주택담보 대출에 제동을 걸기로 한 것은 단기적으로 주택 거래를 억제해 집값 오름세를 막아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큰 효과는 없이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집값 급등은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인데, 정책 실패의 책임을 금융부문에 떠넘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대출 규제로 인해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이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도시·뉴타운 고가분양이 집값 부채질


3일 권오규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부동산정책 관계부처 장관 간담회’에서 국세청은 ‘최근의 집값 상승 원인과 실태’라는 자료를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등 정부 부처 장관들에게 배포했다. 비공개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국세청은 “예전에는 투기수요에 의해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올랐으나 최근에는 실수요에 의해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세청은 그 근거로 주택거래신고지역의 거래량이 급증했다는 점을 들었다. 주택거래신고지역 거래량은 지난 5월 5,994건에서 6월에는 2,917건으로 줄어든 데 이어 7월에는 1,848건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9월에는 4,755건으로 늘어나더니 10월 들어서는 8,388건으로 한달새 76%나 증가했다.

국세청은 올 1~9월까지 집값이 20% 이상 오른 전국 15개 시·구의 공시가격 6억원 이상 주택 구입자 5,3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주택자 3,527명(66.2%), 1가구 1주택자 1,345명(25.3%) 등 실수요자가 91.5%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집값이 상승하면 “가수요에 의해 호가(呼價)가 오르고 있다”는 반응을 보여왔으나 국세청은 “최근의 집값 오름세는 실수요자들이 매수세에 가담했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국세청은 또 신도시 아파트의 고가 분양이 주변 집값은 물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의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다고 설명했다. 판교신도시는 평당 1천8백만원, 은평뉴타운은 1천1백51만~1천5백23만원, 파주 운정지구는 1천2백64만~1천4백94만원 등으로 신도시 아파트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평당 최고 6백만원이나 높게 책정되면서 집값 상승을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8·31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집값 안정을 기대하던 매수 대기자들이 잇단 고가분양과 지난 8월말부터 시작된 전세가격 상승에 자극받아 아파트 구입을 서두르면서 수도권 지역의 중·소형 아파트 가격까지 끌어올렸다는 게 국세청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자금력을 갖춘 판교신도시 낙첨자들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로 몰리는 바람에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달말 현재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36평형의 가격은 14억9천5백만원으로 9월말보다 1억7천5백만원이나 뛰었다. 또 강동구 고덕주공 2단지 18평형은 9월말에 비해 9천5백만원 오른 8억1천만원,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4평형은 5천만원 상승한 12억7천5백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군표 국세청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현재 부동산 시장은 투입가능한 시중 단기자금이 풍부해 초과수익이 기대되는 작은 호재에도 아파트 값이 요동치는 불안정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