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이 지난달부터 폭주기관차처럼 달리고 있다. 사람들은 다시 불나방처럼 시장으로 뛰어든다. 하지만 집을 가진 이도, 없는 이도 모두 불안하다. 정부에서는 잇따라 안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거꾸로만 움직이려 든다. 정책 입안자, 민간 전문가, 실수요자 모두 틀렸다. 다만 정부 정책 반대로 움직인 이들만 웃었다. 해답은 없는 걸까. <오마이뉴스>는 지금의 '집값 공황' 현상을 정부 당국자나 민간 전문가가 아닌 수십년간 시장의 최일선에서 잔뼈가 굵은 중개업자의 목소리를 통해 들여다봤다. <오마이뉴스 편집자 주>
오마이뉴스 김연기 기자] 최근 한 달 사이 휘몰아친 부동산 광풍의 가장 큰 특징은 서울 강남·목동 등 기존 인기지역에 국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집값 변동이 크지 않았던 서울 강북 쪽도 들썩이고 있다.
영등포구를 비롯해 뉴타운 고분양가 영향을 받은 은평구는 물론이며 '집값 소외'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노원구·강북구마저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그야말로 서울 전역이 부동산 광풍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같은 '난리통'에도 유독 광풍이 비껴간 곳이 있다.
'하늘이 낸' 부자들만 산다는 성북구 성북동. 삼청터널을 지나 삼선교로 이어지는 성북동 언덕배기에는 고급 주택가가 줄줄이 들어서 있다. 이 곳에는 주로 재벌 총수 및 중견 기업인과 고위 관료들이 모여 산다. 삼선교로 빠지는 쪽을 제외하고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무엇보다 공기가 좋다. 주거 환경을 얘기할 경우 서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조용하고 깨끗한 곳이다.
강남 억, 억 올라도 이 곳은 '아랫동네 일'
▲ 부동산 중개업자 정한술씨가 성북동을 가리키며 집값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06 오마이뉴스 김연기
사실 성북동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부촌의 역사는 이후 강남과 신도시 조성 등 개발 흐름을 타고 진화를 거듭해왔다. 그러나 강남을 비롯한 대부분의 부자 동네가 하루가 다르게 '억, 억' 소리를 내며 급등을 보인 것과 달리 이 곳은 남의 일인 양 조용했다.
성북동 사람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오마이뉴스>는 9일 성북동 초입의 평화부동산에서 40년 넘게 부동산 중개업을 해온 정한술씨를 만나 최근 서울 전역에 몰아닥친 부동산 광풍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물론 전통의 부촌답게 이 곳의 고급주택 가격은 그 어느 곳 못지않다. 건설교통부가 지난 5월 공시한 개별주택 가격에 따르면 전국 10위권에 4곳이나 올랐다. 하지만 이들 모두 최근 몇 년새 큰 변동없이 집값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씨에 따르면 이곳에 사는 이들 대부분은 투기목적과는 상관이 없다. 오로지 주거목적 하나만을 보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뛰고 나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몇 년째 평당 700만~800만원 수준에서 집값이 형성돼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덩치가 큰 집들이 여럿 모여 있지만 이 곳 부촌은 유난히 새로 들고나는 주민 이동을 찾아볼 수 없다. 60~70년대부터 거주해왔던 사람이 그냥 눌러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거래도 별로 없다.
강남권은 거래가 없는 곳은 없는 곳대로 호가만 올라가며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끼지만, 이 곳은 시장 논리 그대로 거래가 없는 만큼 가격도 좀체 오르지 않는다.
집값은 비싸다, 그러나 투기는 없다
"여기는 무엇보다 주거의 목적이 큽니다. 투기가 아니라 실거주의 목적이죠. 게다가 제1종 주거지역으로 묶여있어서 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없어요. 빌라가 들어와도 수익성이 없는 셈이죠. 그 대신 조망권 하나는 기가 막혀요. 높은 건물이 없다보니까 웬만한 집 거실에서는 경복궁은 물론이며 날씨가 좋은 날은 남대문까지 훤히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한강이 보일 경우 조망권 프리미엄만 1억원이 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분명 이 곳은 집값에 무딘 '특별한' 곳임에는 틀림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불법적이거나 원칙에 어긋나게 집이 팔리는 경우도 없다. 강남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호가 부풀리기 등은 이곳에서는 먼 나라 얘기다.
"강남에서는 집주인이 10억원에 내놓으면 이를 11억원에 팔아주고 1억원 중 5000만원을 더 달라는 식으로 호가를 부풀리지만 성북동에서는 이게 안 통합니다. 기본적으로 이 곳 사람들이 집을 치부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경우 '정직'이 곧 고객을 끌어 모으는 '능력'이다. 이런 성북동 사람들 눈에 비친 일부 아파트 부녀회의 모습은 더 생소하다. 부녀회가 나서서 담합을 해가며 억지로 집값을 끌어올리려는 걸 보면 과연 저들에게 집이란 무엇인지 차라리 안쓰러울 정도다.
성북동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계없이 집값이 늘 한결같이 움직였다. 크게 오르는 법이 없다보니 반대로 크게 떨어지지도 않았다. 외환위기 당시 전국적으로 집값이 폭락했을 때도 이 곳은 큰 변화가 없었다. 성북동과 유사한 주거 형태를 지닌 인근 평창동의 경우 외환위기 당시에는 여기저기서 집을 내놓으면서 집값이 크게 떨어졌지만 이 곳은 달랐다.
"집을 바라보는 인식과 태도가 가장 중요"
정부 정책도 정책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들이 집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태도라는 게 정씨의 생각이다. 그 인식의 차이가 결국 지금의 집값 공황을 부른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정씨는 설명한다.
크고 작고, 또는 싸고 비싸고를 떠나 집을 주거의 목적이 아닌 투기 내지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다보니 이같은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40년간 이곳에서 부동산을 해오면서 고객들 사정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어요. 부촌인 성북2동과 달리 성북1동은 아직도 개발이 안된 가난한 곳이죠. 그 분들 중에서도 은행에서 빚을 내 집을 산 사람은 거의 없어요. 이런 곳에서 투기 바람이 일지 않는 건 당연한 현상이죠. 정부에서 부동산을 못 잡는다고 성토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야 해요. 과연 우리는 집을 무엇으로 생각했는지에 대해서요."
빚을 내서라도 어떻게든 2~3채의 집을 보유하려는 '욕심'이 지금의 부동산 광풍을 불러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 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세상이 온통 치솟는 집값에 난리가 나도 '저 아래 동네의 일'로 치부하고 넘겨버렸던 이 곳 사람들도 요즘 들어 조금씩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가끔 왜 이 곳은 집값이 오르지 않느냐며 문의를 해오기도 한단다. 그럴 때마다 정씨는 "투기 목적으로 들어오신 거라면 강남으로 가는 게 훨씬 빠를 겁니다"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한다.
오마이뉴스 김연기 기자] 최근 한 달 사이 휘몰아친 부동산 광풍의 가장 큰 특징은 서울 강남·목동 등 기존 인기지역에 국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집값 변동이 크지 않았던 서울 강북 쪽도 들썩이고 있다.
영등포구를 비롯해 뉴타운 고분양가 영향을 받은 은평구는 물론이며 '집값 소외'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노원구·강북구마저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그야말로 서울 전역이 부동산 광풍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같은 '난리통'에도 유독 광풍이 비껴간 곳이 있다.
'하늘이 낸' 부자들만 산다는 성북구 성북동. 삼청터널을 지나 삼선교로 이어지는 성북동 언덕배기에는 고급 주택가가 줄줄이 들어서 있다. 이 곳에는 주로 재벌 총수 및 중견 기업인과 고위 관료들이 모여 산다. 삼선교로 빠지는 쪽을 제외하고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무엇보다 공기가 좋다. 주거 환경을 얘기할 경우 서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조용하고 깨끗한 곳이다.
강남 억, 억 올라도 이 곳은 '아랫동네 일'
▲ 부동산 중개업자 정한술씨가 성북동을 가리키며 집값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06 오마이뉴스 김연기
사실 성북동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부촌의 역사는 이후 강남과 신도시 조성 등 개발 흐름을 타고 진화를 거듭해왔다. 그러나 강남을 비롯한 대부분의 부자 동네가 하루가 다르게 '억, 억' 소리를 내며 급등을 보인 것과 달리 이 곳은 남의 일인 양 조용했다.
성북동 사람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오마이뉴스>는 9일 성북동 초입의 평화부동산에서 40년 넘게 부동산 중개업을 해온 정한술씨를 만나 최근 서울 전역에 몰아닥친 부동산 광풍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물론 전통의 부촌답게 이 곳의 고급주택 가격은 그 어느 곳 못지않다. 건설교통부가 지난 5월 공시한 개별주택 가격에 따르면 전국 10위권에 4곳이나 올랐다. 하지만 이들 모두 최근 몇 년새 큰 변동없이 집값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씨에 따르면 이곳에 사는 이들 대부분은 투기목적과는 상관이 없다. 오로지 주거목적 하나만을 보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뛰고 나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몇 년째 평당 700만~800만원 수준에서 집값이 형성돼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덩치가 큰 집들이 여럿 모여 있지만 이 곳 부촌은 유난히 새로 들고나는 주민 이동을 찾아볼 수 없다. 60~70년대부터 거주해왔던 사람이 그냥 눌러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거래도 별로 없다.
강남권은 거래가 없는 곳은 없는 곳대로 호가만 올라가며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끼지만, 이 곳은 시장 논리 그대로 거래가 없는 만큼 가격도 좀체 오르지 않는다.
집값은 비싸다, 그러나 투기는 없다
"여기는 무엇보다 주거의 목적이 큽니다. 투기가 아니라 실거주의 목적이죠. 게다가 제1종 주거지역으로 묶여있어서 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없어요. 빌라가 들어와도 수익성이 없는 셈이죠. 그 대신 조망권 하나는 기가 막혀요. 높은 건물이 없다보니까 웬만한 집 거실에서는 경복궁은 물론이며 날씨가 좋은 날은 남대문까지 훤히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한강이 보일 경우 조망권 프리미엄만 1억원이 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분명 이 곳은 집값에 무딘 '특별한' 곳임에는 틀림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불법적이거나 원칙에 어긋나게 집이 팔리는 경우도 없다. 강남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호가 부풀리기 등은 이곳에서는 먼 나라 얘기다.
"강남에서는 집주인이 10억원에 내놓으면 이를 11억원에 팔아주고 1억원 중 5000만원을 더 달라는 식으로 호가를 부풀리지만 성북동에서는 이게 안 통합니다. 기본적으로 이 곳 사람들이 집을 치부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경우 '정직'이 곧 고객을 끌어 모으는 '능력'이다. 이런 성북동 사람들 눈에 비친 일부 아파트 부녀회의 모습은 더 생소하다. 부녀회가 나서서 담합을 해가며 억지로 집값을 끌어올리려는 걸 보면 과연 저들에게 집이란 무엇인지 차라리 안쓰러울 정도다.
성북동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계없이 집값이 늘 한결같이 움직였다. 크게 오르는 법이 없다보니 반대로 크게 떨어지지도 않았다. 외환위기 당시 전국적으로 집값이 폭락했을 때도 이 곳은 큰 변화가 없었다. 성북동과 유사한 주거 형태를 지닌 인근 평창동의 경우 외환위기 당시에는 여기저기서 집을 내놓으면서 집값이 크게 떨어졌지만 이 곳은 달랐다.
"집을 바라보는 인식과 태도가 가장 중요"
정부 정책도 정책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들이 집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태도라는 게 정씨의 생각이다. 그 인식의 차이가 결국 지금의 집값 공황을 부른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정씨는 설명한다.
크고 작고, 또는 싸고 비싸고를 떠나 집을 주거의 목적이 아닌 투기 내지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다보니 이같은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40년간 이곳에서 부동산을 해오면서 고객들 사정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어요. 부촌인 성북2동과 달리 성북1동은 아직도 개발이 안된 가난한 곳이죠. 그 분들 중에서도 은행에서 빚을 내 집을 산 사람은 거의 없어요. 이런 곳에서 투기 바람이 일지 않는 건 당연한 현상이죠. 정부에서 부동산을 못 잡는다고 성토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야 해요. 과연 우리는 집을 무엇으로 생각했는지에 대해서요."
빚을 내서라도 어떻게든 2~3채의 집을 보유하려는 '욕심'이 지금의 부동산 광풍을 불러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 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세상이 온통 치솟는 집값에 난리가 나도 '저 아래 동네의 일'로 치부하고 넘겨버렸던 이 곳 사람들도 요즘 들어 조금씩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가끔 왜 이 곳은 집값이 오르지 않느냐며 문의를 해오기도 한단다. 그럴 때마다 정씨는 "투기 목적으로 들어오신 거라면 강남으로 가는 게 훨씬 빠를 겁니다"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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