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³о부자의길

부동산 최후의 승자, 미아리 포주들

여행가/허기성 2006. 11. 30. 23:02


[한겨레] 성매매 집결지 정비에 따라 엄청난 개발 수익 예상되는 건물주와 업주들…여성들을 쥐어짜 배를 불려온 범법자들이 온갖 특혜로 돈잔치 벌이는가

▣ 미아리 텍사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미아리 텍사스’가 언제, 어떻게 형성됐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이곳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말할 뿐이다. 1993년 성북구가 펴낸 826쪽 크기의 <성북구지>를 뒤져보니, 미아리 텍사스에 대한 언급을 딱 한 줄 찾을 수 있었다. “미아시장 뒤편의 정릉천 변에는 미희(美姬)를 둔 많은 주점들이 있어 속칭 텍사스촌이라고 부른다.”(806쪽) 정릉천은 예로부터 물이 맑아 콩나물이 많이 났고, 이후 청계천 하류처럼 염색·피혁 공장이 들어서 물이 오염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용적률과 층고 제한 획기적으로 풀어

서울 길음역 10번 출구 앞에서 10여 년째 우동과 어묵을 팔고 있는 토박이 김영순(가명·68)씨는 “60년대 말부터 개천변 하꼬방에 아가씨들이 하나둘씩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창 때는 개천을 따라 종암경찰서까지 아가씨 집이 늘어서 있었지. 우리 영감이랑 이상한 집이 생겼다고 구경도 가고 했는걸.” 그 무렵 서울 종로3가 일대에 형성됐던 성매매 집결지 ‘종삼’이 해체됐고, 여성들은 살길을 찾아 개천변의 하꼬방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4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88 일대 ‘미아리 텍사스’는 “창녀촌을 없애달라”는 주민들의 민원과, 이따금 터져나오는 포주와 경찰의 검은 유착과, 미성년자 성매매와, 성매매 단속 강화로 스타덤에 오른 여성 경찰서장과 어느 이른 봄날 다섯 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 등으로 화려하게 신문지면을 장식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서울의 대표적 윤락가 3곳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자연스럽게 불법 윤락업소가 발을 붙이지 못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취임 뒤 4개월이 지난 2002년 10월20일 서울시 간부회의 자리에서였다. 그는 △성북구 하월곡동 ‘미아리 텍사스’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 588’ △용산구 한강로 2가 ‘용산역 앞’ 등을 우선 정비구역으로 꼽았다. 성매매 집결지는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기차역 등에 형성돼 있어 수십 년 동안 개발 압력에 노출돼왔다. 그동안 이 터들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복잡하게 얽힌 땅 주인들과 포주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사업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미아리 텍사스’가 포함된 하월곡동 88 일대가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된 것은 2003년 11월18일이고, 개발의 뼈대라 할 수 있는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이 확정된 것은 2006년 3월9일이다.

미아리 텍사스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을 돕는 김미령 자립지지공동체 대표는 “성매매 집결지를 없애겠다는 구상에 반대할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11월16일 오후 2시, ‘마지막 돈 잔치’를 앞둔 ‘미아리 텍사스’는 낮게 숨을 죽인 채 웅크리고 있었다. 카메라를 든 취재진을 향해 핌프가 다가와 “아가씨들이 예쁘니 구경만 하고 가라”고 말한다. 검은 커튼으로 가려진 업소 창문에는 ‘주대 카드 8만원, 현금 7만원, 위반시 10일간 영업정지’라고 쓰인 스티커가 선명했다.

문제는 개발 터 안에서 수십 년 동안 성매매를 강요당했던 여성들에 대한 고민을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땅이 개발되면 수천억원의 개발 이익이 발생하고, 이는 성매매 특별법이라는 현형법을 어기며 배를 불려온 땅 주인과 포주들의 돈 잔치로 이어진다. 서울시가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룬다’는 명목으로 각종 특혜를 남발하며 포주와 업주들의 배를 불리고 있는 꼴이다.

성매매로 1년에 3억~4억원 너끈히 벌어

<한겨레21>은 ‘미아리 텍사스’에서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해온 포주와 건물주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왔고, 개발 계획이 현실화되면 얼마나 큰 돈방석에 앉게 되는지 분석해봤다. 먼저, 그동안 벌어온 돈이다.

<한겨레21>은 2005년 3월27일 다섯 명의 성매매 여성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 현장에서 자립지지공동체가 찾아낸 영업 장부를 분석해봤다. 화재가 난 업소의 이름은 화초정이고, 업주의 이름은 고아무개(47)씨다. A3 정도 크기의 종이에 운수대통이라는 글자가 쓰인 장부에는 가게에서 일하던 성매매 여성들의 이름, 그들이 하룻동안 받은 손님 수, 시간대가 자세히 적혀 있었다.

불이 나기 이틀 전인 2005년 3월25일 화초정은 손님 57명을 받아 301만3천원(현금 240만원, 카드 61만3천원)의 매상을 올렸다. 카드 결제는 7만원, 현금 결제는 5만~6만원씩이었다. 그보다 닷새 전인 3월20일 일요일에는 35명의 손님을 받아 189만9천원의 매상을 올렸다. 3월25일의 매출이 많았던 것은 그날이 금요일이었기 때문이다. <한겨레21>은 화초정 업주 고씨의 하루 평균 매출을 200만원으로 산정했다. 이 기준을 놓고 볼 때 화초정의 한 달 매출은 6천만원, 1년 매출은 7억2천만원에 이른다. ‘여성의 몸’을 빼면 별다른 부대비용이 들어갈 게 없는 성매매업의 특성상 보수적으로 산정해도 매출액의 절반 이상이 고씨의 순수익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2002년 11월14일부터 불이 나는 2005년 3월27일 새벽까지 업소를 운영했다. 그는 1년에 적어도 3억~4억원, 전체 영업 기간 동안 10억원 가까운 돈을 벌었을 것으로 보인다. 고씨의 장부가 작성된 것은 성매매 특별법 시행으로 “‘미아리 텍사스’ 일대가 폭탄을 맞았다”는 보도가 쏟아진 지 6개월 만이다. 미아리 포주들이 말하는 ‘전성기 때’의 매출은 어느 정도였을까. 고씨는 전에 가게를 운영하던 업주에게는 권리금 2억6천만원을 지급했다.

떼돈을 번 것은 포주 고씨만이 아니었다. 돈방석에 올라앉기는 건물주 성아무개(48)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연면적 58평짜리 허름한 4층 건물을 빌려주고 월세로 매달 800만원(보증금 5천만원)을 받았다. 그는 1년 동안 건물 임대료로 9600만원을 챙겼다. 고씨에게 건물을 빌려준 2년 반 동안 그가 얻은 수익은 2억3천만원이다. 성씨와 같은 ‘미아리 텍사스’ 건물주들은 무허가 건물을 짓고 무단으로 건물 용도를 변경한 혐의로 74번 형사 고발당했고, 96번 이행강제금 부과를 당했으며, 65번 단전·단수 조처를 받았다.

땅값 6년새 무려 4~5배 상승

이제, 앞으로 벌어들일 돈이다. 2003년 ‘미아리 텍사스’가 포함된 성북구 하월곡동 88 일대가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된 뒤 땅값은 미친 듯 뛰기 시작했다. 전체 미아 균형발전촉진지구 가운데 미아리 텍사스가 포함된 곳은 월곡1구역(1만6626평)과 월곡2구역(5362평)이다. 월곡1구역의 공시지가는 개발 계획이 터져나오기 전인 2000년만 해도 평당 395만7천원에 머물렀지만 2006년 현재 679만8천원까지 올랐다. ‘미아리 텍사스’의 앞쪽으로는 길음뉴타운이 펼쳐져 있고, 뒤쪽으로는 월곡뉴타운이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미아삼거리 쪽에는 신세계·현대백화점이 입점해 있고, 롯데백화점이 건설 중이다. 현지 부동산 업자들은 2000년께만 해도 평당 500만원 선이던 월곡1구역의 땅값이 평당 2천만~2500만원 선으로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6년새 무려 4~5배가 뛴 것이다. 월곡2구역을 개발하는 부동산 개발업체 유니버스 하우징은 평당 3천만원을 주고 땅을 사들였다.

땅값 상승은 거품이 아니었다. 서울시는 ‘지역 균형 발전’의 이름으로 건축 규제를 완화해 이에 화답한다. 그들은 350%로 정해졌던 용적률을 500%까지 올렸고, 80m로 제한됐던 층고 제한을 120m까지 높인 데 이어, 다시 150m로 완화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월곡1구역은 4월7일 인가된 ‘월곡동 88번지 일대 재개발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조합을 만들어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8월 시공사로 선정된 롯데건설한화건설이 추진위 쪽에 보낸 사업계획을 보면 이들이 앞으로 얻게 될 개발 이익을 추정할 수 있다.

롯데건설은 땅 1만3087평에 용적률 633.96%를 적용해 38층 높이의 아파트 8개 동을 지을 계획을 세웠다. 현재 성북구 환승주차빌딩이 들어선 길음역 10번 출구 주변에는 복합상가건물이 들어선다. 아파트는 46평(294가구)부터 71평(32가구)까지 1209가구를 분양한다. 현재 조합원 수는 412명이다.

아파트 분양가는 주변 시세를 반영한다. 박윤진 서울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이 지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길음 뉴타운에 속한 32평짜리 삼성 래미안 3차 아파트”라고 말했다. 그곳의 매매가는 6억5천만원, 평당 매매가는 2천만원이다. 월곡1구역과 나란히 붙은 현대 홈타운 스위트(2004년 3월 분양·건설 중) 32평형은 3억7천만원에 분양됐지만, 그동안 프리미엄이 9천만원 정도 붙어 4억6천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됐다. 평당 매매가는 1500만원이다. 박상언 유앤알 대표는 “성매매 집결지는 교통이 좋은 역세권이라 주변 시세보다는 평당 몇백만원은 비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에 고평형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평당 매매가가 2천만원 선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한겨레21>은 평당 분양가를 1500만원으로 보수적으로 잡았다.

총수익 5658억, ?

아파트의 용적률은 633%, 아파트의 총 분양면적은 6만5천 평, 분양대금은 975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건설사에 줘야 하는 건축비를 평당 500만원(2006년 중·대형 아파트의 표준건축비는 372만5천원이다)으로 계산하고, 오르기 전의 평당 땅값 500만원을 빼면, 총 개발 수익은 5658억원에 이르는 것을 알 수 있다. 층고 제한이 150m로 풀리고, 상가분양 대금을 합치면 개발 이익은 이보다 훨씬 늘어날 수도 있다. 물론 건설사가 가져가는 몫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그 돈의 배분을 놓고 건물주와 포주들은 아귀다툼을 벌일 것이다(표 참조).

자본주의 사회에서 땅 주인들이 땅을 개발해 이익을 얻는 걸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05년 3월 화재로 딸 가을(가명·사망 당시 24)씨를 잃은 어머니(55)는 “그렇지만 그들은 현행법을 어기고 있는 범법자들”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성매매 특별법 25조는 “(성매매 관련 죄를) 범한 자가 그 범죄로 인하여 얻은 금품 그 밖의 재산은 몰수하고, 이를 몰수할 수 없는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고 적혀 있다. 그렇지만 성매매 알선범들이 재산을 몰수당하는 예는 거의 없다. 이를 보다 못한 여성부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2년을 맞춰 낸 보도자료에서 “성매매 알선업자와 알선업소의 건물주에게 징역형, 범죄 수익에 대한 몰수형 등 처벌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없어 공허한 메아리로 들렸다.

롯데건설과 추진위는 2009년 1월부터 주민 이주와 철거 사업을 시작해 2013년 9월께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미령 대표는 “성매매 집결지 개발에 사회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지만 있다면, 해결책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개발 이익을 일정 부분 환수해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재활에 활용하도록 성매매특별법 일부 조항을 개정할 수 있고,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등을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무분별한 개발은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반성 없는 개발은 사람을 절망하게 만든다.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

박아무개(34)씨는 2005년 3월27일 미아리 화재사건의 생존자 가운데 한 명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그는 평범한 20대 여성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질 때 남자친구가 진 카드 빚 5천만여원을 떠안고 일본으로 출국해 유흥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단속에 걸려 강제 출국됐지만 그를 반겨주는 곳은 없었다. 머잖아 골프장 캐디로 취업했지만, 노조에 가입한 죄로 해고당했다. “단란주점 직원 급구. 월 수입 200~250 보장. 가족같이 일할 분 찾습니다.” 박씨는 인터넷 구인란을 통해 2004년 12월 ‘미아리 텍사스’와 첫 인연을 맺었다. 그는 2005년 3월 사고가 날 때까지 3개월 동안 고된 미아리 생활을 받아냈다. 그는 화재의 충격을 못 이겨 성매매 피해 여성을 위한 쉼터에 머무르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그와 같은 성매매 피해 여성에게 2006년 우리 정부가 책정한 예산은 △시설 지원비(116억원) △집결지 사업 지원비(83억원) △성매매 피해자 직접 지원비(44억원) 등을 합쳐 243억원뿐이다.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면 아마도 여성들은 다른 집결지를 찾아 숨어들거나, 우후죽순처럼 늘어가는 안마방 등으로 흩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그게 ‘필요악’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몸을 착취해온 우리의 무관심과 태만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아리의 그 여성들이 다시 삶을 살아볼 용기를 가지도록 돕는 게,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는 아닐까.




서울 빅3, 최고의 대박은?
청량리·용산역 앞 등 개발 예정… 지방의 성매매 집결지도 대기 중



어찌 보면 ‘미아리 텍사스’는 빙산의 일각이다. 서울·부산·인천 등 수십 년 동안 개발에서 소외돼온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들이 개발 광풍에 노출돼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성매매 집결지 대부분이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역세권 등에 위치해 있어 엄청난 개발 차익이 기대된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주목을 끄는 곳은 ‘미아리 텍사스’와 함께 서울의 ‘빅3’로 꼽히는 청량리 588과 용산역 앞이다. 청량리 588은 ‘미아리 텍사스’와 같은 시기인 2003년 11월 청량리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됐다. 이 가운데 청량리 588이 포함된 곳은 동대문구 전농동 620 일대 청량리 구역(2만2803평)이다. 서울시는 이곳에서 건물 높이 150m, 용적률 1천%까지 개발이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주민들은 미아리와 같이 재개발 조합을 꾸려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지역은 ‘미아리 텍사스’보다 면적과 용적률 상한선이 더 높아 미아리보다 2~3배 더 많은 개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정한 대박은 용산이다. 용산 민자역사 앞에 자리한 성매매 집결지는 용산역 전문 도심재개발정비지구로 지정돼 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성매매 집결지가 들어선 곳은 2구역(2632평)과 3구역(3622평) 두 곳이다. 이 지역도 건물 높이 150m, 용적률 960%가 적용돼 고층·고밀 개발이 가능하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대표는 “용산 지역의 개발 기대감이 반영돼 이 지역은 땅 지분 한 평당 매매가가 1억원 선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2004년 분양돼 시중 돈 7조원을 끌어모아 화제를 모았던 시티파크의 개발 터는 7366평이었다. 두 구역을 합쳐 개발이 진행되면 시티파크 때와 비슷한 대박이 가능하다. 건물주들은 최근 잇따라 주민 총회를 열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밖에 ‘천호 텍사스’가 있던 지역은 천호 뉴타운으로 지정돼 개발이 추진 중이고, 부산 완월동과 인천 학익동 옐로하우스 등도 개발 계획이 잡혀 있다. 문제는 그 안에 깃들여 살았던 사람들이다. 용산역 앞에서 만난 한 부동산 업자는 “여기 쪽방에 살던 사람들이나 성매매 여성들은 결국 다른 곳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아리 텍사스’ 자율정화위원회 관계자도 “업주들 가운데 일부 사람들의 반발이 심해 사업 진행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홍미영 열린우리당 의원]
“포주 개발 이익 환수하겠다”
성매매 처벌법에 관련 조항을 구체적으로 삽입해야

홍미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성매매 집결지의 개발 이익을 건물주와 업주에게 돌아가게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3월27일 ‘미아리 텍사스’ 화재 사건 때 국회 여성위원회 ‘하월곡동 성매매 집결지 화재참사 진상조사단’에 참가해 그날의 참혹한 화재 현장을 지켜봤다. “성매매 업자들은 돈을 많이 벌어 지방의회에도 진출하고 지역 유지로 활동합니다.

그들에게 막대한 개발 이익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죠.” 홍 의원은 “성매매 집결지 개발 이익을 적정 수준에서 환수할 수 있도록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5년 3월 화재 사건 때 국회 여성위 진상조사단으로 활동했다.

=그동안 ‘미아리 텍사스’라는 곳을 지나면서 지켜봤지만, 안쪽까지 들어가본 것은 처음이었다. 세상에 이럴 수는 없다는 탄식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바닥 평수가 3~4평이나 될까 말까 한 터에 지은 무허가 건물이었다(건물의 4층은 무허가였다). 거의 한 평도 안 되는 방이 있고, 그 옆에 계단과 화장실을 두고 그랬다. 사람 살기에 너무 참혹한 환경이었다. 불 난 집에 창문이 하나 있었는데, 그나마 쇠철판으로 가려져 있었다. 불 난 집은 그나마 여건이 나은 곳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더 기가 막혔다.

그 ‘미아리 텍사스’에 재개발이 진행된다고 한다. 서울시는 미아리 텍사스, 청량리 588, 용산역 앞 등의 용적률과 층고 제한을 풀어 개발을 돕고 있는데.

=2004년 서울시 국정감사 때 그 부분을 따져 물었던 적이 있다. 재개발이 진행되는데 개발 이익을 업주에게만 가져다주는 것은 불공평하다. 그 지역에서 수십 년 동안 여성들이 성매매 피해를 입으며 건물주와 업주들의 배를 불려준 것이 아닌가. 그때 제안했던 것은 그 터에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위한 자활·복지 시설을 만들고, 임대주택도 만들어 원한다면 들어갈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서면으로 답변을 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답변을 못 받았다. 여성부에서도 “그 이익이 업주들에게 돌아가는 게 부당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개발 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은 뭔가?

=현행 성매매 처벌법 25조를 보면 성매매 알선업자의 재산을 몰수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법적으로 근거를 둬야 행정 집행자도 의지를 갖고 행동에 나설 수 있다. 성매매 25조에 관련 조항을 구체적으로 삽입해 성매매 집결지가 개발될 때 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 단, 어느 지역이 성매매 집결지이며, 개발 이익을 어떻게 산정할지, 환수된 개발 이익을 어떤 곳에 활용할지 등에 관해서는 이해 당사자와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들어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직접 지원은 반대한다. 지원금을 노리고 집결지로 몰려드는 여성들이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