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 톺아읽기] 주택담보 대출금리 급등…꼬리에 꼬리를 무는 미국 경제 위기
서브프라임 사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뉴스를 쏟아낸다. 미국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집값을 못 내 난리라는데 한국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치솟았다.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도 안 좋은데 대출 받아 집 사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다.
이유가 뭘까. 은행이 손쉬운 이자 장사만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난도 있고 금리 체계가 잘못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은행들 수익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올해 초 4.87%였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7일 5.33%까지 올랐다. 1억원을 빌리면 연 46만원의 이자를 더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CD 금리와 연동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크게 뛰어올랐다. 국민은행 주택담보대출은 금리가 지난해 12월 5.91~6.91%였는데 이번주부터는 5.92~7.72%까지 오른다.
머니투데이가 소개한 서울 서초동 김모씨의 사례를 보자. 김씨는 1년 전 분당의 한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4억5000만원을 빌렸다. 달마다 이자만 꼬박 270여만원. 그런데 금리가 뛰어오르면서 이자가 300만원에 육박하게 됐다. 머니투데이는 은행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 "주택담보대출이 곧 8%대로 진입하면 가계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경제는 "은행 조달 자금 가운데 은행채와 양도성 예금증서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32%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낮은 비용의 예금을 높은 비용의 은행채와 CD가 대체하면서 은행의 수익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아일보는 "CD 금리의 급등은 한국은행이 두 차례 콜금리를 인상한 게 주 요인이지만 은행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CD 발행을 늘린 영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CD 발행을 통한 은행 수신액은 8월말 기준으로 87조원, 지난해보다 21조원이나 늘어났다. 동아일보는 주택 담보대출 금리가 8% 수준까지 치솟은 것과 관련해 "은행의 자금 사정 악화가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CD 금리가 은행의 자금 사정에 영향을 받고 있어 이를 보완해줄 새로운 지표 금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한발 더 나가 은행이 변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예대마진 따먹기 식 영업과 자산확대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겨레는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 "결국은 예금으로 돈이 들어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려야 한다"며 "앞으로도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일련의 변화는 세계적으로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이머징 마켓 등의 위험 자산을 기피하면서 우리나라의 국채 가산 금리가 오르고 국내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난 때문이다. 물론 은행들의 무분별한 대출 경쟁에도 원인이 있지만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빚으로 쌓아올린 거품 경제가 무너지는 과정이다. 금리가 낮고 집값이 계속 오르는 동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그 균형이 깨지면 고통스러운 현실 인식이 시작된다. 최근 미국의 위기를 지켜보면서도 국내 언론에 '서초동 김모씨'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한국경제는 미국 노동부 발표 자료를 인용, "월간 취업자 수가 감소하기는 2003년 9월 이후 4년 만"이라며 "월가에서는 FRB가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용 사정이 좋지 않으면 소비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소비는 미국 경제 성장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소비의 위축은 곧 경기 침체를 의미한다.
서울경제는 미국에서 "금리 인하 논쟁이 정치권과 노동계까지 확산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는 "FRB가 금리 인하에 나서면 무모하게 돈을 빌린 사람을 응징하기 보다는 언젠가는 구제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금융시장에 전달해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위험성이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서브프라임 사태의 파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은행은 "국내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는 입장인데 경제부총리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같은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연구원은 "미국의 대폭적인 금리인하가 없는 한 내년 하반기까지 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하준경 연구위원은 "FRB의 금리인하가 현실화되더라도 금리 인하폭은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는 미국의 주택가격이 과거의 폭등기로 돌아가기 보다는 연착륙할 가능성이 크고 서브프라임 사태도 금리 인하로 손쉽게 해결되기보다는 잠재적 부실이 대부분 드러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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