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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시사

욕쟁이 할머니, 광고논란에 "당당하다"

여행가/허기성 2007. 12. 4. 16:17
<사진제공=엠비즌 웹포터>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내가 한 거기 땜에 당당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방송광고에 등장한 ‘욕쟁이 할머니’ 강종순(67·사진)씨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인터넷 문화공간 ‘엠비즌 웹포터’(cafe.naver.com/mbporter)와의 인터뷰에서 ‘위장 국밥’ 논란에 대해 속마음을 털어놨다.

 거짓 논란은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국밥집을 배경으로 한 광고였으나 강씨는 실제로 강남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으며, 광고에서 전라도 억양을 사용한 것과 달리 강씨가 충청도 출신이라는 점이 알려진 탓이다. 동갑인데도 강씨가 이 후보에게 욕을 섞어 반말조로 말한 것도 논란을 부채질했다.

◆광고 탓에 시달려=강남구청역 4번출구 인근 ‘욕쟁이 할머니 포장마차’에서 만난 강씨는 인터뷰 제의에 먼저 손사래부터 쳤다. “아이구, 난 요새 아주 죽겄다. 아주 그냥 맨날 찾아와 지랄들 하니께 머릿 속이 다 아퍼잉. 나 힘들어. 요새 힘들어가지고 몸살이 다 났다잉”이라며 “그 광고 때문에 왔느냐”고 말문을 열면서 그동안 광고 논란에 상당히 시달렸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불쑥 나타나 인터뷰를 요청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상한 의혹을 제기하거나 질문하러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영업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근거 없고, 무례한 질문을 해올 때가 많아 무척 속상하다고 한다. 강씨는 “광고? 그것 때매 요즘 뭔 놈의 말들이 그렇게 많어”라며 “화가 나. 나는 내 생각대로  한거여. ‘야, 명박아, 밤중에 웬일이냐’ 이런 말도 내가 하자고 한거여. 아니 근디 이런 건 하나도 언급도 안 하고, 어쩜 그리 다른 말들이 많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나이는 2살 많아=강씨는 먼저 나이 논란에 대해 반박했다. 호적에 늦게 올라 그렇지 실제 나이는 69세(1939년생)로 이 후보보다 2살이 많다고 한다. 강씨가 태어날 때는 원체 돌을 넘기지 못하고 숨지는 애들이 많아 호적을 늦게 올리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후보를 처음 볼 때부터 친근감을 느꼈단다. 또 모든 일을 제대로 할 인물 같아 기분이 좋았단다. 강씨는 “말도 자연스럽게 나왔어잉~ 뭐 하나 어색하고, 두렵고 그런 것도 없이 말이여”라며 “난 그 양반을 광고 찍을 때 처음 봤어”라고 말했다.

◆“나는 이 후보 지지자”=강씨는 평소부터 이 후보 지지자임을 자랑한다. “너무 경제가 안 좋고 하니께 누구를 해야(뽑아야) 하나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양반이 나오신다고 하데. 한 기업을 살린 사람이니까 나라도 살리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그런거(광고 제의) 들어오기 전에도 그 양반 찍으려고 생각하고 있었어”라며 “내가 하고 싶어 (광고를) 한건데…”라며 타의에 의한 출연이 아니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래서 처음 제의 때는 거절했으나 마음이 바뀌었다고 한다.

 강씨는 광고에서 이 후보가 국밥 한 그릇을 맛있게 ‘뚝딱’ 해치우는 모습에 신도 나고 ‘푸근한’ 믿음이 갔다고 한다. “‘어마, 저 양반이 돼지머리국밥을 참 맛있게 잡순다. 서민적으로 살아서인지 그게 인자 몸에 배 그런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광고를 찍으면서 자꾸 말을 틀렸어. ‘경제’를 ‘경국’이라고 혔나, 하이튼 그렇게 하니까, 그 양반이 ‘경제’라고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라며 “아무러컴 실수는 내가 많이 했지. 내가 뭐 그런거 하는 사람도 아니고…”라며 수줍게 웃었다.

 광고의 마지막은 이 후보가 강씨를 껴안는 모습이다. 강씨는 “‘아이구, 나 같은 서민을 이런 양반이 이렇게 꼬옥 감싸주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푸근해지더라. 그리고 듬직하더라구”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장동건, 유오성과 같은 잘생긴 배우들과 광고를 찍은 경험이 있다고 은근슬쩍 자랑한다.

◆충청도 출신이지만 말투는 전라도에 가까워=강씨는 사투리 논란 역시 못마땅해했다. 밝혀진 대로 고향은 충청도 연기군이다. “완전 전라도는 아니니께, 충청도하구 전라도하구 경계에 있는 지역이랑께~. 그래서인지 사투리도 전라도 같기도 하고, 충청도 같기도 하게 쓰게 됐어잉”이라며 “가게에 오는 애들두 ‘할머니 고향이 전라도여’라는 질문을 많이 혔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라도 출신 친척도 있고, 단골 중에서도 전라도 손님이 사투리로 장난을 치고 하면서 많이 듣다 보니 말투가 전라도에 가깝게 됐다고 한다.

 강씨는 강남에서 가게를 하면서 서민의 마음을 알겠느냐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먼저 “허허~”하고 웃고는, “강남에서 장사해도 나도 서민인데, 서민 맘을 왜 모르냐? 그건 말도 안되는겨”라고 일축했다. 강씨 가게는 무척 단촐하고, 고령에도 주문도 받고 음식도 나른다. 또 처음 장사할 때는 해장국과 따로국밥을 팔았다며 국밥집 주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경제 걱정 커=강씨는 경제에 대한 걱정이 컸다. “나도 그렇구, 시장을 나가도 그렇고, 다들 경제 어렵다고 난리여. 이럴 때 꼭 (대통령) 되셔가지구, 경제 좀 꼭 살렸음 좋겄어”라고 말했다. “그저 어떤 사람이 딱 그냥 딱 돼서 딱 부여잡고 아주 강력하게 경제나 살렸으면 좋겄어~”라고 거듭 강조했다. 광고 촬영 때도 ‘경제 꼭 살려달라’는 말을 재차 건넸고, 이 후보는 그때마다 고개를 끄덕끄덕 하면서 “꼭 경제를 살려내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고 한다. 촬영 때는 “경제 좀 살리라”라고 거침없이 소리 질렀지만 정작 방송에는 “밥 처먹었으니께~ 경제는 꼭 살려라 잉~ 알겄냐”라며 다소 부드러운(?) 톤이 선택됐다고 한다.

◆정치 쌈박질은 지겨워=광고에서처럼 강씨는 정치에 대해서는 냉소적이었다. “아이고, 뉴스를 보니께 요새도 정치인들이 계속 쌈박질이여. 내가 고향이 전라도가 아니고 충청도다, 뭐 그런게 왜 나와. 그게 무슨 소용 있냐”라며 “서로 쌈박질하고, 물고 뜯고 하는거 아주 그냥 지겨워”라고 고개를 젖느다.

 실제로 이 후보가 포장마차에 들린다면 강씨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팍 삭아가지고 젊은애들 오는데 이런 데를 왜 오겠어”라는 농담이 돌아왔다.

 강씨는 마지막으로 “청와대 들어가시면 눈을 크게 뜨시고 귀를 활짝 열으셔가지고 보좌하시는 분들이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도 거기에 현혹되시지 말고, 서민을, 나라를 위해 힘껏 뛰시면 대한민국의 큰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실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이 후보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