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이명박 후보 지원 방식을 두고 '보잉 747 스타일'이란 얘기가 있다.
동체가 워낙 커 이륙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이륙하면 무서운 속도로 날아간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출마, 검찰의 BBK 수사 발표 즈음엔 지원 발걸음이 무겁고 더디더니 일단 유세 활동에 돌입하자 후보들 뺨치게 화끈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전남에서 시작한 지원 유세는 13일 서울.인천까지 2주간 전국 12개 시.도에서 펼쳐졌다. 15일 서울, 16일 충북, 17일엔 울산.부산 유세 일정이 빡빡하게 짜여 있다.
박 전 대표는 13일 수도권 유세에서 "전국에서 '못 살겠다, 갈아 보자'고 아우성이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며 "이명박 후보에게 기회를 준다면 그간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활력 넘치는 새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일부 측근들이 "최소한의 장소에서 꼭 필요한 만큼의 지원유세를 할 것"이라고 한 관측을 뛰어넘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과거 당대표 시절 총선이나 지방선거 때 전국 순회 유세를 펼친 것처럼 강행군 유세를 하고 있다. 유세 횟수가 많을 뿐 아니라 유세 때마다 이명박 후보라는 이름을 두세 차례 거론하고 있다. 동행한 의원들이 "언제 이명박-박근혜 경선을 치렀나 싶다"고 말할 정도다.
그가 이처럼 '화끈한' 지원 유세에 나선 이유는 뭘까.
김재원 의원은 박 전 대표가 평소 강조하는 '원칙의 정치'를 들었다. 김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우리 정치 사상 최고 수준의 경선 승복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는 원칙이라는 레일을 이탈하지 않는 정도의 정치인임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차기 총선을 의식한 명분 쌓기 측면도 있다.
김무성 최고위원은 "대선 이후 있을 정치적 프로그램에서 당 운영과 관련해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모범을 보여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경선 이후 박 전 대표가 지지 유세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최병렬 상임고문과 허태열.최경환 의원도 비슷한 생각이다.
박 전 대표의 적극적 행보는 내년 '총선 정치'에서 당내 계파 간 공천 지분 갈등이 생길 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명분이 될 것이란 해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회창 후보의 출마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강행군 지원 유세를 펼친 박 전 대표의 공이 제일 큰 것 아니냐"며 "그런데도 이 후보 측이 대선 이후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을 공천에서 배제한다면 박 전 대표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명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지원 유세에 동행하고 있는 서청원 상임고문은 가는 곳마다 "이명박 후보는 5년 뒤 박 전 대표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한다.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도록 정성을 다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유세 현장의 높은 인기 때문에 '선거의 여인'으로 불리는 박 전 대표로서는 지원 유세로 국민적 인기를 확산하는 효과도 누리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유세엔 지역별로 수백~수천 명의 청중이 몰리고 있다. 지지세가 강한 대구와 대전에선 각각 5000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차기 대통령 박근혜"를 외치고 있다.
'정치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도저' 이명박의 "해봤어?"에 숨은 의미는… (0) | 2007.12.21 |
---|---|
이명박 '5대 경제인맥' 살펴보니… (0) | 2007.12.21 |
조선 동아, 이젠 이명박 대세론 굳히기? (0) | 2007.12.12 |
욕쟁이 할머니, 광고논란에 "당당하다" (0) | 2007.12.04 |
박정희의 황소, 노무현의 눈물 (0) | 2007.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