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시에 농지를 소유한 황 모씨(48)는 얼마 전 부동산 중개업자에게서 땅을 팔라는 제안을 받았다. 가격은 시세보다 1.5배 정도 더 쳐준다고 했다. 귀가 솔깃했지만 그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농지에 대한 양도세 60%를 제외하고 나니 남는 것이 거의 없었다"며 "양도세까지 그쪽에서 부담하면 모를까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땅을 팔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개발이 제한돼 왔던 농지ㆍ산지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이로 인해 규제 완화 혜택 1순위로 거론되는 수도권 주변 농지ㆍ산지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잠자던 땅'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양도세율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농지ㆍ산지 거래 활성화와 개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정부, 농지 규제 완화 추진
=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개발 가능 용지를 확대하기 위해 농지ㆍ산지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밝힌 농지ㆍ산지 규제 완화 방안은 △한계농지 규제 완화 △대체농지 조성 의무제 폐지 △보전산지 이용제한 완화 등이 골자다. 정부는 우선 농사짓기 어려운 땅으로 분류돼 거의 버려진 땅이 돼 가고 있는 한계농지에 대한 거래ㆍ소유ㆍ개발 규제를 완화해 줄 방침이다.
전국적으로 2000㎢에 달하는 한계농지에 대해 농림부는 2003년부터 전원주택, 콘도, 실버타운, 미니골프장 등 개발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외지인 소유가 어려워 개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새 정부는 한계농지 소유 제한을 완전히 폐지할 방침이다.
또 신도시나 산업단지 등을 조성할 때 그 주변에 새로운 대체농지를 의무적으로 마련하도록 한 '대체농지 조성 의무제'도 완전히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보전산지로 묶인 지역 중 보전가치가 낮은 곳을 파악해 이 지역을 준보전산지로 전환해 개발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 농지와 산지에 대한 규제 완화 혜택은 수도권 등 대도시 주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수도권 주변 농지ㆍ산지 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공항 인근 농지는 1년 전에 비해 최근 2배 가까이 뛰었다. 보통 농지에 대한 규제를 해제하면 도시 경계지역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안에 자리잡은 농지가 혜택 1순위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수도권 지역 그린벨트 내 농지와 관리지역 농지ㆍ임야는 지난해 초에 비해 20~30% 올랐다.
양평 여주 남양주 농지ㆍ산지도 3.3㎡당 200만~300만원을 넘어섰고 비싼 곳은 3.3㎡당 1000만원이 넘는 곳도 있다.
◆ 양도세 60% 족쇄
= 이명박 정부가 토지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려는 목적은 개발 가능한 땅을 늘려 싼값에 토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해야 집값을 안정시키고 기업 투자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규제 완화 기대감에 땅값이 오르게 되면 당초 취지 자체가 퇴색해 버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땅값 상승 요소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토지컨설팅업체인 'JMK플래닝' 진명기 대표는 "수도권 일대 농지ㆍ산지 땅값을 상승시키는 주범은 '양도세 60%' 규정"이라고 말했다.
농지ㆍ산지에 대한 양도세 60% 부과는 지난해부터 적용되고 있는데 주택 양도세와 달리 보유기간에 따른 감면혜택도 없다. 감면 혜택은 보유기간이 20년이 넘어야 적용된다.
이처럼 양도세율이 높아졌기 때문에 1년 전보다 2배 이상 가격이 올라도 땅주인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차이가 없게 된다.
진 대표는 "지난 1년간 수도권 일대 땅값이 많이 올랐지만 이것은 뚜렷한 개발 기대감 때문이라기보다는 양도세를 땅값에 전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농지 거래까지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03/12 09:57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농지·산지 등 토지관련 규제를 완화해 개발 가능 용지로 확대한다는 내용의 규제 완화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가 규제 완화를 검토키로 한 대상 토지는 크게 농지와 산지다.
농지는 ▲한계농지 거래·소유·개발 규제 완화 ▲대체농지조성 의무제 폐지 ▲농업법인의 농지소유 제한 완화 ▲농지위탁시 상속농지 소유한도 폐지 등이 완화의 핵심이다. 산지 완화 방안은 보전산지 이용 제한 완화 등이다.
이에 따라 해묵은 규제에서 풀리는 땅은 쓰임새가 커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규제가 한꺼번에 풀릴 경우 대운하 추진 등과 맞물려 자칫 투기를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한계농지 거래·소유·개발 규제 완화
기획재정부는 한계농지에 대한 거래·소유·개발 규제를 완화키로 했다. 한계농지는 영농조건이 불리해 생산성이 낮은 밭이나 논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부분 천수답이나 경사도가 심한 밭이 한계농지로 지정돼 있다.
전국적으로 2000㎢에 달한다. 농림부는 2003년부터 한계농지에 전원주택, 콘도, 실버타운, 미니골프장 등의 개발을 허용해왔다.
그러나 외지인 매입이 어려워 개발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지적에 따라 한계농지의 소유 및 거래제한까지 완전히 폐지해 개발을 활성화시킨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를 위해 허가제인 한계농지 전용 방식을 신고제로 간소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쓸만한 한계농지는 개발이 마무리되거나 진행 중이여서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문제다.
현재 남아 있는 수도권 한계농지는 대부분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 많아 개발 가치가 높은 한계농지를 구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그러나 경기도 여주 일대나 강원, 충청도 등 한반도 대운하 추진 지역 주변에는 쓸만한 한계농지가 많다. 이런 이유로 한계농지 규제 완화와 대운하 사업 추진이 맞물릴 경우 이들 지역에 대한 투기과열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체 농지 조성 의무제 폐지
대체농지 조성 의무제는 1992년 농어촌 발전특별조치법 개정에 따라 우량농지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옛 건설교통부는 신도시를 개발할 때 마다 농림부와 협의를 통해 신도시 예정지 주변에 대체 농지를 지정토록 했다.
그러나 신도시개발이 늘어나면서 2003년초에 개정됐다. 신도시가 조성되는 지방자치단체의 농업진흥구역 비율(전체 경지면적 대비 농업진흥구역 면적)이 63% 이상일 경우에는 신도시 안쪽에 대체농지를 조성하지 않고 바깥에 이 농지를 조성토록 개정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에 이 조항을 폐지하겠다는 구상이다. 대체 농지조성 의무가 사라지면 대규모 산업단지나 택지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체 농지조성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진흥구역은 농사만 지을 수 있는 땅이다. 이 땅은 절대농지여서 주거지 등으로 용도 변경이 어렵다. 현지 무주택 농민만 농지전용허가를 받아 제한적으로 농가주택을 지을 수 있다. 현지 농민이 전용허가를 받을 수 있는 농지 면적도 660㎡ 이하로 제한된다.
그러나 부작용도 우려된다. 대체 조성 농지 폐지로 해당 부지에 대한 개발 가치가 높아져 투자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농업인 관광·레저형 농지 출자시 농지보전부담금 감면
기획재정부는 농업인이 골프장, 승마장 등 관광, 레저형 산업 등에 농지를 출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경우에 농지보전부담금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농업인 출자 농지 개발 장려 방안은 2002년 이후 꾸준히 나왔던 내용이고 작년에는 반값 골프장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이 방안이 발표되기도 했다.
결국 농업인이 현물 출자해 주주로 참여하는 농지 개발사업의 경우 농지보전부담금을 감면해줘 개발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구상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 외곽지역인 경기도 여주, 이천, 안성 등 비교적 농지가격이 싼 지역이 유망 투자처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비농민의 상속 소유제한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4만㎡ 정도의 농지를 보유한 도시민이라면 3만㎡는 농지은행에 위탁하고 나머지 1만㎡ 바로 매각토록 하고 있다. 1만㎡를 매각하지 않을 경우엔 이행강제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제를 폐지하겠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구상이다. 그러나 이 경우 상속 등을 통하면 비농민도 농지 소유가 무제한 가능해진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보전산지 개발 완화
기획재정부는 개발 대상지 주변 보전산지 이용제한을 완화할 방침이다. 산지는 크게 공익용·임업용 등 보전산지와 준보전산지로 나뉜다.
보전산지는 산림이 양호하고 경관이 아름다운 임야로 외지인 개발이 철저히 막혀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개발이 어려운 보전산지 중 보전가치가 낮은 곳인 약 10만㏊(1000㎢)를 개발이 가능한 준보전산지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었다.
준보전산지로 전환될 경우 도시인도 산지 전용을 통해 주택을 지을 수 있게 된다. 결국 보전산지에서 준보전산지로 전환 가능성이 높은 보전산지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농지·산지 이용 규제 어떻게 바뀌나
▲ 농지 소유규제 완화
-한계농지 소유·거래제한 완화
-한계농지 전용 신고제로 간소화(현행 허가제)
-농업법인 대표 농업인 조건 등 폐지
-농지 위탁시 상속농지 소유한도(3만㎡) 폐지
▲농업진흥지역 관리제도 개선
-개발시 타지역 대체지정 의무제 폐지
-농수산물 가공처리시설 면적 확대(1만㎡)
▲농지·산지 전용 절차 간소화
-계획관리지역 농지·산지 전용허가권 지자체 위임
-관광·레저산업 농지 출자시 농지보전부담금 감면
▲산지의 계획적 이용 촉진
-개발대상지 주변 보전산지 이용 제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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