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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 15평 작은집의 스마트한 공간 활용 노하우

여행가/허기성 2012. 10. 19. 09:54

작은 땅 집짓기의 리얼 견적서
서울, 작은 땅에 집을 짓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땅은 얼마만큼일까요. 이번 달 레몬트리가 만난 가족들은 모두 도심 속 작은 땅에 멋진 집을 지었습니다. 공간 활용을 위해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위로 건물을 높이는 동안 손바닥만 한 땅에서도 풍요로운 생활이 가능해졌다 말합니다. 간소한 공간에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담는 법! 이들의 건축 일기를 바탕으로 서울 작은 땅에 큰 삶을 담는 현실적 비법을 모색해보면 어떨까요.

 

 

봉천동 도심 한 복판 직사각형 자투리 땅에 지은 작은 집.

 

작은 집은 꿈이다

복권에 당첨되듯 호재가 있는 지역의 아파트를 사서 자산을 굴리던 시대가 가자, 거주 공간으로서 집의 의미가 커지기 시작했다. 비로소 '내가 원하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때부터였을 게다. 작은 집에 대한 관심이 폭발한 것은. '작은 집'이라는 단어가 불과 1, 2년 사이에 출판 시장에서 메가 키워드로 부상했고, 방송에서도 앞다투어 작은 집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렇듯 작은 집에서의 간소한 삶은 왜 우리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일찍이 퇴계 이황은 60세에 2.5평 크기의 도산서원을 지었고, 우암 송시열 또한 비슷한 규모의 남간정사를 지은 바 있다. 이들 철학가들은 부러 작은 집에 기거하며 그 공간에서 사색이 얼마나 깊어질 수 있는지를 역설했다. 서양의 경우는 또 어떠한가. 월든 호숫가에 4평 남짓 집을 짓고 살았던 초월주의 철학자 데이비드 소로 또한 같은 철학을 이야기한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 인생의 본질적 사실만을 직면해보려는 것이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비단 철학적인 면뿐 아니라 생활의 측면에서도 작은 집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최근 출간된 거장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책 『작은 집』을 보노라면, 그가 부모를 위해 지은 스위스 호숫가의 집에 얼마나 다양한 아이디어를 담았는지 만나게 된다. 그는 이야기한다. 집의 크기는 행복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는다고. 오히려 군더더기를 덜어낸 간소한 공간이기에 삶의 본질과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얼마 전 모 방송국의 스페셜 다큐멘터리를 통해 소개된 가족들의 작은 집 경험담이 가슴을 울리는 것도 같은 이유이지 않을까. "재미있는 집,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할 수 있는 집에 살고 싶었습니다." "작은 집에 살면 가족이 밀착해서 살게 됩니다. 마치 옛날처럼요." 서울 도심에서 가족의 꿈을 담은 작은 집들을 찾아보기로 한 이유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 아빠의 아이디어를 담다

평창동 시현이네 15평 집
평소 '공간은 사고를 지배한다' 라고 생각해온 강미선(38세) 씨 부부. 처음으로 아파트를 벗어나 주택에서의 생활을 생각하게 된 것도 가족의 삶에 꼭 맞는 집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두 달 동안 서울 시내에 나와 있는 단독주택 매물은 모두 구경한 것 같아요. 서울에 직장이 있는 터라 꼭 도심 시내권에 집을 짓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예산으로 잡은 5억~6억원 안에서 좋은 땅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죠." 예산에 발목 잡혀 집짓기의 꿈을 접으려던 찰나, 미선 씨네는 지금의 이 집을 만났다.

평창동 언덕배기에 놓인 46평의 땅은 북한산에 둘러싸여 무엇보다 전망과 공기가 일품이었다고. "처음에는 원래 있던 집에 2층만 올려 증축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측량 결과 경사지를 지탱하는 옹벽이 있어 공사를 하려면 집 전체를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한다더군요." 하지만 대부분의 공사 비용을 대출로 감당해야 했던 터라 부부는 공간을 대폭 줄여 작은 집을 짓기로 했다. 그래서 원래 생각했던 다락방과 테라스는 과감히 포기하고 15평 땅에 2층과 지하가 연결된 지금의 집이 완성된 것이다.

작은 공간이지만 이 집에는 곳곳에 아내 미선 씨와 딸 시현이를 위한 아빠의 마음이 진하게 담겨 있다. 우선 그는 1층은 주방과 시현이의 방, 2층은 안방과 거실로 크게 나눈 뒤 미닫이문을 달아 공간이 완벽히 분리되도록 만들었다. 문이 열려 있을 때는 공간이 통으로 넓게 보이지만 문을 닫는 순간 가족 개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담은 공간이 되도록 말이다. 또한 생활의 편의를 위한 아빠의 아이디어도 돋보이는데, 2층 드레스룸에 뚫린 작은 사각형 구멍으로 세탁물을 떨어뜨리면 1층의 세탁실 바구니로 바로 담기는 구조가 특히 재미있다.

열혈 아빠는 인테리어 설계의 디테일한 부분을 직접 시공하기도 했는데, 그 덕분에 이 집은 다른 집과 전혀 다른 그야말로 시현이네만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시현이와 엄마가 이 집이 편안하다고 느끼는 것도 아빠의 이러한 세심한 배려 덕분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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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은 보랏빛이 도는 회색 컬러로 마감했다. 고심 끝에 선택한 외관 컬러 덕분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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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주방 앞에는 데크를 깔고 인조 잔디를 심었다.

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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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이 있는 2층의 콘셉트는 '할 일 없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창문으로 맞은편 동네를 내려다보거나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사색을 즐기는 용도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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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거실 안쪽에 숨겨진 부부 침실. 아이가 컸을 때를 고려해 시공 단계 때부터 아이 방과 부부 침실은 다른 층으로 분리하기로 했다.

1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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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을 주방 겸 다용도 공간으로 만들고자 다이닝 테이블 하나만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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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과 연결되는 딸 시현이의 방. 미닫이문을 한쪽으로 밀면 탁 트인 공간이 되지만, 닫으면 아이의 사적인 공간이 된다. 한창 자라는 아이의 방은 1년마다 변화를 주고자 최대한 장식을 하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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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지하층은 남편이 일과 취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서재와 AV룸으로 사용하는 이곳은 주로 남편이 일을 하며 책을 보는 공간이지만, 맞은편에 스크린을 걸어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감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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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서재로 걸어가는 통로에 큰 책장을 두고 싶었다는 부부. 지하로 내려가는 벽면을 활용해 책장을 전면에 시공했다.

작은 집 스마트한 공간 활용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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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부부 침실 안쪽에 있는 드레스룸은 1층의 세탁기를 둔 보조 주방 바로 위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2층 드레스룸의 사각형 구멍에서 옷을 떨어뜨리면 바로 세탁 바구니에 들어가게끔 위치까지 맞춰놓았다. 일본의 작은 집을 보고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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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층 서재 안쪽에 숨겨진 방은 남편이 취미를 즐기는 목공 작업실이다. 10평 남짓한 지하 방을 두 개로 나눠 서재와 작업실을 꾸민 것. 바로 이곳에서 현재 시현이가 쓰고 있는 책상도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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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가 거의 없는 이 집의 수납은 집 자체에 설계된 수납장이 대신하고 있다. 지하 계단의 벽면과 2층 한쪽 벽 전체를 붙박이 수납장으로 만들어 깔끔하게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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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계단과 서재 벽 사이에 생긴 좁은 공간은 아이를 위한 미니 서재로 활용했다. 폭과 높이가 아이가 앉아서 놀기에 제격인 크기라서 아빠가 고안해낸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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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서 올라오는 계단에 접해서 생긴 자투리 공간에는 높낮이가 다른 책상을 두어 아이와 어른이 같이 앉아서 책을 읽거나 쉴 수 있게 만들었다.
Planning Note
면적
대지 약 42평에 건축 면적은 약 15평 (층별 면적은 1층 15평, 2층 15평, 지하층 10평)
비용
대지 5억2천5백만원(2011년기준), 건축비 약 2억2천만원 선
건축 기간
2011년 10월~2012년 1월 12일 약 3개월 소요
설계
서승모 사무소효자동 (www.samusohyojadong.com)
평창동 15평 작은집의 스마트한 공간 활용 노하우
자투리 땅에 지은 길쭉한 27평 봉천동 집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신기한 16평 작은 집
개방적인 구조로 넓은 집처럼 사는 20평 주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