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농사에 흉년이 들면 당연히 시장에서 사과 값이 뛰게 마련이다. 반대로 사과가 풍년이면 사과에 대한 한계효용이 줄면서 값이 떨어진다. 수요-공급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시장의 모든 상품은 바로 이 법칙의 적용을 받는다. 그런데 이런 논리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이 있다. 아파트 등 우리가 사는 집이다. 어차피 길게 보면 수요-공급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지만 어느 경제학자의 말대로 '장기적으로는 우리 모두 죽게 마련이다'. 그럼 왜 주택에는 경제학의 제1 법칙이 제대로 들어맞지 않는 것일까.
기대수익 때문이다. 집값은 한계효용 체감이나 체증보다 기대수익 증감으로 결정되는 비중이 의외로 크다.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살아 있는 한, 공급이 늘어도 가수요가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정부나 민간의 건설업자들이 주택 공급을 확대해 봐야 주택을 사재기하는 수요자가 동시에 늘어난다. 결국 집값이 떨어지지 않거나 반대로 오르기만 하는 것이다. 지난 개발경제시대로부터 노무현정부 때까지 부동산 시장의 모습이었다.
기대수익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반대로 주택 공급을 줄여도 가격은 쉽사리 오르지 않는다. 집값이 하락할수록 기존의 주택 소유자들은 기대수익이 마이너스라고 판단해 손절매하려 들고 그럴수록 시장에는 매각용 주택이 늘어나게 된다. 기존의 주택 소유자가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가 4·1 부동산종합대책의 후속으로 2016년까지 3년간 수도권에서 주택 18만 가구의 공급을 축소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우리가 그 효과를 의문시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아파트 매매가격은 1억9000만 원, 전세금은 2억 원.'최근 경기 수원시 영통구의 한 아파트에서 전세금이 집값보다 높은 기현상이 발생했다. 차라리 그 집을 사는 게 더 낫지않나라고 하겠지만 마이너스 기대수익을 감안한다면 이 역시 합리적 판단임을 알 수 있다. 즉, 집을 사고 2년 후 집값이 10% 가량 떨어지면 1억7000만 원이 된다. 그럼 내 자산은 2000만 원이 줄어든다. 하지만 전세금이라면 2년 후에 돌려받을 돈이 그대로 2억 원이다. 당연히 전세로 들어가는 게 낫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대수익을 낮추는 요인은 의외로 많다. 주택보급률 추이도 그중 하나다. 이것만 봐도 앞으로 집값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주택보급률은 2012년에 이미 전국 기준 102.7%다. 이에 더해 2010년 기준 1∼2인 가구는 전체의 48.2%인 830만 가구이며, 오는 2025년에는 이 비율이 62.5%까지 늘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큰 집보다 좋은 자동차를 더 원하는 게 요즘 세상이다. 이런 마당에 극소수 부유층을 제외한다면 굳이 100㎡(30평) 이상의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수요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매달 몇 십만 원에 이르는 관리비까지 감안한다면 중대형 아파트일수록 편익이 아니라 경제적 부담일 뿐이다. 서울 강남에서까지 주택 구입자들이 부동산업자에게 묻는 첫 번째 질문이 "관리비는 얼마 들어요"라고 한다.
요즘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그와 반대로 월세집 공급은 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실시 중인 전세대출 확대는 시대착오의 정책일 뿐이다. 정부가 주택금융공사의 대출 보증 대상을 전세 5억 원 이하로 낮추겠다고 나섰지만 솔직히 이 액수조차 지나치게 많다. 서울 중심만 벗어나도 5억 원이면 살 수 있는 좋은 아파트가 널려 있다.
세상이 변했는데도 여전히 주택을 투자용으로 여긴 채 기대수익의 주판알만 튕기는 소비자라면 과감하게 자를 필요가 있다. 기존의 전세 지원에 편중된 정부의 주택정책을 월세로 전환할 때가 왔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차라리 전세 보조할 돈이 있으면 월세용 임대주택을 대폭 늘리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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